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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잡는 게 매', 내란죄 수사는 검·경·공 합동수사본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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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검찰, 경찰, 공수처 각자 따로 놀 것이 아니라 합동수사본부 꾸려야
"세 기관이 이 시국에서조차 수사권 협의도 못해낸다면 다 해체하고 재구성해야"

지난 12일 대국민 담화를 하는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지난 12일 대국민 담화를 하는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우리 속담에 '꿩 잡는 게 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방법이 어떻든 간에 목적을 이루는 것이 가장 중요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꿩을 잡아야 매지 아무리 멋있고 용감해도 꿩을 잡지 못하는 매는 쓸모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 되기도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심야 뜬금없는 비상계엄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내란이고, 윤은 내란 우두머리(내란 수괴)라는 데는 대다수의 헌법학자나 법률가들이 인정합니다.

문제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는 '대통령의 헌법적 결단이자 통치행위'라면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는 사면권 행사, 외교권 행사와 같은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라고 강변하고 나섰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12일 발표한 담화에서 '사법부의 판례와 헌법학계의 다수 의견', '여러 헌법학자와 법률가들이 지적하는 바'라고 언급하면서, "저를 탄핵하든, 수사하든 저는 이에 당당히 맞설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그러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 여러분과 함께 싸우겠다."며 끝까지 사퇴하지 않고 버티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 나름 믿는 구석이 있다는 걸로 비쳐지는 발언들입니다.

윤 대통령이 믿는 구석 그게 뭘까요? '정치신인' 또는 '용병'으로 불리는 윤 대통령에게 고정 지지층이 두텁지 않습니다. 윤 대통령이 야당을 '반국가세력'으로 공격하지만 보수층 내에서는 윤 대통령이보수가 아니라 좌파라는 주장을 펴는 세력도 있어서 크게 먹히지 않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믿는 곳은 다름아닌 서초동으로 보입니다. '서초동'으로 불리는 법률가들 말입니다.

윤 대통령이 국회의 요구로 비상계엄을 해제하던날 저녁 삼청동 대통령 안가에 박성제 법무, 이상민행안, 이완규 법제, 김주현 민정수석이 모인 게 그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지난 12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담화를 TV로 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지난 12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담화를 TV로 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의 '12.12 담화'는 즉흥적인 것이 아니라 법률가들의 검증을 거친 치밀한 담화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앞으로 다가올 탄핵과 수사 대비용으로 만든 소송 전략이며, 관련자들에게 말 맞추기를 위한 공개서한이라는 겁니다.

따라서  국회나 수사기관들은 윤 대통령을 향한 탄핵소추안 작성과 체포 또는 구속 그리고 재판을 대비해 치밀하고 철저하게 증거와 진술을 확보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문제는 내란죄 수사기관이 '검찰 특수본'과 '경찰 특수단', 공수처로 나누어 경쟁하다가 경찰과 공수처가 공조수사본부를 발족하면서 서로 경쟁하면서 중복수사 우려와 함께 공조수사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정보분산으로 인한 수사차질이 우려되고 있다는 겁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국방부 조사본부가 각 기관의 장점을 살려 유기적으로 협력하겠다며 공조수사본부를 출범시켰지만 검찰은 제외했습니다.

검찰을 제외한 이유는 검찰의 원죄가 있고, 윤석열 정부가 '검찰정권'이다보니 불신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내란죄 수사과정에서 경찰의 수사를 가로채는 듯한 인상을 준 점도 있을 것이고, 윤 대통령 수사를 제대로 하기보다는 오히려 망치지나 않을까하는 불안감도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꿩 잡는 게 매'라고 심야에 뜬금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군 특수부대를 동원해 국회를 침탈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점거하고서도 '2시간짜리 내란이 어디 있냐',  '질서 유지를 위해 소수의 병력을 잠시 투입한 것이 폭동이란 말이냐?'라며 뻔뻔하게 나서고 있는 '윤석열 내란 우두머리'를 하루빨리 구속하고 대통령직에서 파면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데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것입니다.

경찰과 공수처가 공조본을 운영하더라도 윤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국무위원, 군 고위직 등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나 기소, 공소유지는 검찰이 담당해야 합니다.

공조본에서는 공수처가 수사권 및 기소권을 보유하고 있는 판사나 검사 고위직 경찰에 대해서만 구속영장 청구와 기소, 공소유지가 가능합니다. 그런데도 경찰 국수본은 긴급체포한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의 구속영장을 검찰에 신청했습니다. 긴급체포하면서 검사의 승인을 받았기 때문일 겁니다.

조지호 경찰청장(왼쪽)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연합뉴스조지호 경찰청장(왼쪽)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연합뉴스
전문가들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한양대 로스쿨 박찬운 교수는 "경찰은 이번 수사 경쟁에서 수사권한에 의문이 없는 유일한 수사기관"이라고 전제하면서 "이 공조란 국수본이 강제수사(체포, 구속, 압수, 수색)를 하고자 할 때 공수처를 통해 영장을 발부 받겠다는 것인가? 그것이 우리 형사절차상 가능한가?"라고 물었습니다.

박 교수는 "경찰(국수본)이 공수처와 공조해 수사한다는 건 검찰에 대한 강한 불신이 있는 경찰이 수사과정에서 공수처의 도움을 받겠다는 것인데, 여전히 의문이 많다."면서, "공수처가 이 사건 수사를 한다고 해도 결국 검찰에 사건을 보낼 수 밖에 없다. 기소, 공소 유지권이 없기 때문이다. 공조 수사에선 이런 것을 고려하고 있는가?"라며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검사출신인 법무법인 동인의 이태일 변호사는 "공수처에서 기소권을 가지지 않고 수사권만 가지고 있는 고위공직자에 대해 경찰이 공수처에 영장을 청구하고 송치는 검찰에 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면 이는 영장제도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위헌적인 수사"라며,  "검찰에 기소권이 있는 고위 공직자에 대해 수사할 때에는 아무리 검찰이 싫다고 하더라도 검찰에 영장을 청구하여 사법통제를 받기 바란다"고 조언하기도 했습니다.

판사출신인 서울시립대 로스쿨 차성안 교수는 "공수처의 내란죄 등 사건 이첩 요구를 경찰, 검찰이 불응할 경우 위법수사 논란이 일수도 있고, 이첩요구 불응이 이첩기한을 넘겨 계속되는 경우 윤 대통령이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은 위법수사를 이유로 공소기각판결이나 위법수집 증거배제 법칙을 통한 주요 증거 배제를 주장해볼 가능성도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차성안 교수 페이스북)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9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군검찰을 포함해 검찰, 경찰, 공수처가 서로 수사권을 주장하는 비정상적 상황에 대해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한다", "법률상 검찰이 수사권을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에 대해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검찰청법 해석상 가능한지에 대해 내부적으로도 의견이 많이 나뉜다. 법관들도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쟁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경찰 국가수사본부는 법령상 (내란죄) 수사권을 당연히 가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윤석열 정부에서 나름의 충성 경쟁 내지는 눈치보기로 세월을 보내다가 갑자기 '12.3 내란 사태'가 불거지자 앞다퉈서 공을 세우려는 모습이 그렇게 좋아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시급한 건 '꿩'을 잡아야 한다는 겁니다.

차성안 교수는 "협의해 조정하면 생기지 않을 문제를 서로 자기가 수사하고 싶다며 추가로 만들어 내는 건, 이 시국에 할 짓이 아니잖느냐"면서, "공수처, 검찰, 경찰이 이 시국에서조차 수사권 협의도 못해내고 이첩요구 불응이라는 파국으로 간다면, 세 기관 다 해체하고 재구성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질책했습니다.

박찬운 교수도 "국수본-공수처 공조방식이 무엇인지 도대체 모르겠다."면서  "지금 시점에서 제일 걱정하는 것은 이 수사 난맥상이 후일 재판에서 위법수사 등의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9회 국회(임시회) 제02차 본회의에서 윤석열 정부의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재석 283인, 찬성 195인, 반대 86인, 기권 2인으로 가결되는 모습. 윤창원 기자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9회 국회(임시회) 제02차 본회의에서 윤석열 정부의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재석 283인, 찬성 195인, 반대 86인, 기권 2인으로 가결되는 모습. 윤창원 기자
국회에서 윤석열 내란 특검법이 통과됐습니다. 그렇지만 특검이 처음부터 내란 수사를 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검찰과 경찰의 초동수사가 증거확보 측면에서 그리고 수사인력이나 규모면에서 필요한 만큼 하루빨리 합동수사본부를 꾸려서 철저하게 수사하고 대비하는 지혜가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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