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연말 예약 명부. 연합뉴스[앵커]
산업계 소식으로 가봅니다. 12·3 내란사태 이후 이어지고 있는 고환율 상황에 더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불확실성에 기업들도 불안해 하는 모습입니다.
대외적으로 트럼프 2기에 대한 불확실성에 대내적으로는 탄핵 정국이 맞물리며 그야말로 내우외환에 빠진 산업계 전반의 분위기 전해봅니다.
내수 침체가 장기화 하는 상황에서 그나마 수출에 기대어왔는데 최근 탄핵 국면으로 수출도 불안하다는 얘기가 많이 들리는데요?
[기자]
비상계엄 사태 이후 환율 변동성이 굉장히 커졌습니다. 12일 환율은 1430원대를 기록하고 있는데요. 커진 환율 변동성은 수출입 기업에 가장 큰 불안 요인으로 꼽힙니다.
단기적으로 수출의 경우 환율 상승에 따른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되지만, 대부분 원자재를 수입해 가공 해 되파는 형태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고환율이 지속되면 오히려 수익성 악화를 불러오고 가격 경쟁력 면에서도 뒤쳐질 수 있습니다.
최근 기업들은 비상 점검 회의를 계속 열고 있는데요. '시시각각 정치 상황'이 변하면서 대응 마련도 쉽지 않은 모습입니다.
특히 지금 이 시기, 그러니까 12월에는 올해를 정리하고 내년 사업계획을 점검하는 때입니다. 사업·투자 계획과 자금 조달 방안 등에 대한 계획이 거의 마무리 되거나 이미 내년 사업계획들이 다 정해졌는데, 정치적 불안과 환율 급등으로 다시 원점에서 재조정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겁니다.
일례로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의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두는 사업구조 개편 계획을 철회했습니다. 당초 이들 기업의 분할 합병에 반대하는 여론이 거셋지만 두산그룹을 이를 계속 추진했는데요.
12·3 내란사태 이후, 원전주로 분류되는 두산에너빌리티 주가가 급락하면서 결국 계획을 접었습니다.
[앵커]
중소기업으로 가면 상황은 더욱 안 좋죠?
[기자]
중소기업에게 있어 이 같은 불확실성은 더 큰 타격일 수밖에 없습니다. 중간재 수입 비용이 커지면 중소기업의 채산성 악화는 불가피합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펴낸 중소기업경기전망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느끼는 경영 애로 사항 중 '환율 불안정'이 15.4%로 전달 11% 대비 크게 증가했습니다.
연합뉴스중소기업은 외부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도 부족합니다. 실제 해외에 의료기기를 수출하는 한 관계자는 해외 시장을 상대로 원자재를 공급 받거나 기계 수출 제조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한국 정치 상황은 괜찮은 거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 다고 합니다.
아직 계약 취소로 까지 이어지고 있지는 않지만 새로운 계약을 맺는데 주저하게 하는 원인은 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불확실성에 정부가 적극 나서줘야 하는데 지금 상태에서는 정부도 내각 총사퇴 상황과 맞물리며 의지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앵커]
또 한숨을 쉬는 곳이 있죠. 12·3 내란사태로 식당이나 술집 등 손님이 뚝 끊겼다고 하는데요?
[기자]
내수 침체가 길어지면서 자영업자들이 그나마 기대했던 게 연말 송년회 모임입니다. 하지만 최근 공공기관은 물론이고 일반 기업들도 줄줄이 송년회를 취소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레 '연말특수'는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에서 고깃집을 하고 있는 한 자영업자는 "오는 19일 50명 규모의 송년 모임 예약이 계엄 선포 이후 갑자기 취소됐고, 27일 잡혔던 40명 예약도 역시 취소됐다"며 "정국이 혼란스러워 모임을 취소한다는게 예약자들의 설명"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의 한 자영업자도 "계엄 선포 이후 모임 예악 취소가 많다"며 "모두들 계엄을 이유로 들고 있는데, 정치 관련 모임 예약은 전부 다 취소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식업은 연말연시가 대목인데 (계엄 선포로) 타격이 크다"고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음식점들의 연말 매출 타격은 식자재 납품업체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는데요. 서울의 한 전통시장 관계자는 "식당 예약이 취소되니까 식자재 업체의 매출도 많이 줄었다"며 "대략 30% 정도 감소했다"고 했습니다.
[앵커]
이럴 때일수록 산업계 지원법안들이 처리가 되면 좋은데 지금 탄핵 정국으로 국회 처리도 기약 없이 미뤄지는 상황이잖아요?
[기자]
12.3 내란사태 전부터 '삼성전자가 위기다' 라는 얘기 여기저기서 많이 나왔습니다. 지금 전 세계가 반도체 패권 전쟁 중인데 '삼성전자의 반도체 경쟁력이 떨어지면 어쩌나' 이런 걱정들인데요.
그래서 산업계에서 줄곧 주장해왔던 게 반도체보조금지원입니다. 반도체는 일종의 국가 기간산업이라고 하고 미래 첨단산업의 핵심이라고 해서 미국이나 일본, 중국 모두 경쟁력 확보를 위해 보조금 지급을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발의 됐던 법이 '반도체 특별법'으로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가 기업에 직접 보조금을 지원하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골자인데 국회 본회의 안건에 상정되지 못했습니다.
지금 정부도, 국회도 꽉 막혀있는 상황이다 보니 재계는 각개전투 모드인데요. 경제단체 중 하나인 한국경제인협회는 미 현지시간으로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동안 미국 워싱턴의 미 상공회의소에서 '제35차 한미재계회의' 총회를 개최했습니다. 국내외 불안정한 상황으로 올해엔 역대 최대인 40여 명의 국내 재계 사절단이 참석했습니다.
지금 자영업자, 소상공인은 물론 중소기업 대기업 할 것 없이 지금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요. 이들 모두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불확실성이 사라지는 게 최우선' 이라고 합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산업부 조태임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