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이기대 예술공원 부지에 추진 중인 '아트 파빌리온' 예시. 부산시 제공부산 이기대 예술공원 예정지에 수십억원을 들여 조형물을 설치하겠다는 부산시 계획에 제동을 걸었던 부산시의회에서 돌연 관련 예산을 일부 편성해 논란이 인다.
부산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특위)는 부산시가 제출한 이기대공원 아트 파빌리온 설치 사업 예산 37억원 가운데 34억 5천만원을 삭감 조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이 사업은 남구 이기대공원 일대에 세계적 미술관, 일명 퐁피두센터 분관 등을 갖춘 예술공원을 조성하겠다는 부산시 계획의 일부다. 부산시는 공원 전체를 상징하는 조형물인 '아트 파빌리온'을 세우겠다며 부산시의회에 예산 37억원 편성과 공유재산관리계획안 심의를 동시에 요청했다.
그러자 공원이 조성되지도 않은 시점에 거액의 예산을 들여 조형물을 세우는 게 적절한지에 대한 지적이 부산시의회 안팎에서 이어졌다. 결국 부산시의회 기획재경위원회는 지난달 '아트 파빌리온' 설치 건을 공유재산 심의 대상에서 제외했다.
당시 기재위는 "이 사업은 충분한 검토 없이 시급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민 수용성 등 사업 전반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심의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예결특위는 이 사업에 2억 5천만원 편성을 의결했다. 공유재산 심의를 통과하지 못한 사업에 예산이 먼저 편성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를 의식한 듯 예결특위는 '공유재산 관리계획안에 대한 시의회 의결을 받은 후 예산을 집행하라'는 단서도 달았다.
부산시의회. 부산시의회 제공심사 과정에서는 예결특위 내부에서 갑론을박이 오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의원은 관광 명소화를 위해 필요한 사업이고, 최소한 사업 진행을 준비할 만큼이라도 예산은 줘야 한다는 취지로 편성에 찬성했다고 한다. 반면 다른 몇몇 의원은 부산시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고, 앞선 공유재산 심의도 통과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예산편성을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의회 임말숙 예산결산특별위원장(해운대구2·국민의힘)은 "논의 끝에 컨설팅비나 인건비 등 사업 준비에 필요한 최소한의 금액은 편성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며 "소관 상임위원장에게 예결위원들이 상황을 설명했고, 각 상임위에서 반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편성이 이뤄졌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부산시의회 여당 의원들이 표류 위기에 빠진 박형준 부산시장의 역점 사업을 살리기 위해 무리한 결정을 내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부산시의회 전원석 의원(사하구2·더불어민주당)은 "정해진 절차대로 올해 공유재산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으면 내년에 심의를 다시 진행한 뒤, 통과하면 예산을 올리면 된다"라며 "그 일정을 두세 달 앞당기자고 무리하게 예산을 편성할 일이 전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례는 국민의힘이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한 부산시의회가 박형준 부산시장에 대한 견제 기능을 상실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