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가 10월 21일 오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두산에너빌리티-두산로보틱스 분할합병 건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국민연금이 두산에너빌리티가 보유한 두산밥캣 지분을 두산로보틱스로 이관하는 분할합병에 대해 '조건부 찬성'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기권표를 던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책위)는 9일 제15차 위원회에서 두산에너빌리티 및 두산로보틱스의 주주총회 안건에 관한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방향을 심의한 결과, 이 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2개 사의 합병 반대 의사통지 마감 전날인 10일 기준 주가가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매수예정가액(2만 890원)보다 높은 경우를 조건으로 찬성표를 행사하고, 그 외엔 기권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결정은 주식매수청구권 확보를 위한 것이라는 게 수책위의 설명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합병회사의 주주는 회사에 대해 주주총회 전 합병 반대 의사를 통지함으로써 주식 매수예정가액으로 보유 주식의 매수를 청구할 수 있다. 두산로보틱스의 주식 매수 예정가액은 8만 472원이다.
소액주주들에게 부당한 손실을 강요하고 있다는 '불공정 합병' 논란에 휩싸인 두산에너빌리티의 이날 장중 주가는 1만 7천원대 정도다. 찬성표결을 하려면 당장 10일까지 주가가 20% 이상 상승해야 한다.
두산에너빌리티를 포함한 원전주들은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 등 최근 일련의 사태로 원전정책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주가가 급락한 상태다. 남은 시간 동안 이러한 변수가 제거될 가능성은 희박한 만큼 기권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의 분할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규모가 6천억 원이 넘을 경우 두 회사는 분할합병 계약을 해제할 수 있게 돼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6월 말 기준 두산에너빌리티 4447만 8941주(발행주식총수 6.94%)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시 주식매수청구권 규모 한도인 6천억 원을 훨씬 상회하는 규모다.
두산에너빌리티 분할 합병에 대한 의결권 자문사들의 의견은 팽팽하게 엇갈리는 상황이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12일 임시 주주총회에 분할합병 안건을 올릴 예정이다.
이밖에 수책위는 준비금 감소 승인 및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유혜련 사외이사 선임 건에 대해서도 모두 '찬성'으로 의결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