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박종민 기자'비상계엄 사태' 후폭풍으로 당에 수습을 맡기고 '2선 후퇴'한 윤석열 대통령이 인사권을 연이어 행사하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이날 오전 대국민 담화를 통해 "퇴진 전이라도 대통령은 국정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지만, 보란 듯이 인사권을 통해 한 대표의 주장을 무산시킨 셈이다.
윤 대통령은 8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사의를 수용했다. 이 장관은 입장문을 통해 "국민 여러분을 편하게 모시지 못하고 대통령님을 잘 보좌하지 못한 책임감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국민께 송구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심의를 위한 국무회의에 참석한 인물이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비상계엄 방침을 다른 국무위원들보다 먼저 알았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는 이번 사태 이후 국회 긴급현안 질의에 출석해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발언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장관을 내란죄로 고발하고 탄핵을 추진해 오는 10일 표결하기로 했지만, 이 장관은 이전에 사퇴한 것이다.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또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을 경질한 뒤 지난 6일 후임으로 오호령 현 국정원장 특별보좌관을 임명했다.
홍 전 차장은 지난 6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당시 전화 통화에서 "싹 다 정리하라"고 지시했고 체포 대상을 파악해보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등 고위 정치인이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지시를 따르지 않았단 이유로 경질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태용 국정원장은 "정치인 체포 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고, 대통령실 역시 "대통령은 정치인 체포를 지시한 적 없다"고 반박한 상황이다.
윤 대통령이 연이어 인사권을 행사하며 국정 관여를 하고 있다는 논란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대국민 담화에서 국민에게 사과 입장을 밝히며 "저의 임기를 포함해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 향후 국정 운영은 우리 당과 정부가 함께 책임지고 해 나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윤 대통령 담화를 통해 권한을 이임 받은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 당론을 정하고 같은 날 국회의 탄핵 소추안을 무산시켰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에 대한 '질서 있는 퇴진'을 약속했다.
한 대표는 8일 대국민 공동 담화에서 "질서 있는 조기 퇴진 과정에서 혼란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퇴진 전이라도 대통령은 외교를 포함한 국정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보란듯이 인사권을 행사하며 한 대표의 발언을 뒤집은 것이다.
야당은 거세게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인 한민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행안부 이상민은 헌법 유린하고 국헌 문란시킨 12·3 비상계엄 사태를 옹호한 자이며 누가 봐도 내란의 주범"이라며 "그런 자가 사의를 표명했고 국민의힘에 위헌적 권한을 일임했다는 대통령이 이를 수용해 재가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여전히 윤석열이 이 나라 국정을 좌지우지 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라며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고 오전 담화에서도 한동훈 대표는 윤 대통령이 직무에서 배제됐다고 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장 수사기관은 이상민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해야 한다"며 "범죄혐의자가 어디로 도주할지 모른다. 신속한 조치 내려주길 촉구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