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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인간에게 이런 행동을" …한강이 밝힌 '작품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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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상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상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채식주의자'부터 '소년이 온다'까지, 소설가 한강이 자신의 작품 세계를 돌아봤다.

한강은 7일(현지시간) 스웨덴 한림원에서 진행한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강연'에서 작품의 근원에는'질문'이 있음을 밝혔다. "질문의 끝에 다다를 때" 소설을 완성한다는 것.

채식주의자 주인공 영혜를 둘러싼 폭력을 다룬 장편 소설 '채식주의자'(2007)에서는 "한 인간이 완전하게 결백한 존재가 되는 것은 가능한가. 우리는 얼마나 깊게 폭력을 거부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풀어나갔다.

최근 비상계엄령 사태로 온 국민이 충격에 빠진 가운데 5·18 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소년이 온다'(2014)도 언급했다. 집필 당시 한강은 '광주 사진첩'이라는 책을 보고 질문을 시작했다.

그는 "쿠데타를 일으킨 신군부에 저항하다 곤봉과 총검, 총격에 살해된 시민들과 학생들의 사진, 총상자들에게 피를 나눠주기 위해 대학병원 앞에서 끝없이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의 사진을 봤다"라며 "인간은 인간에게 이런 행동을 하는가, 양립할 수 없어 보이는 두 질문이 충돌해 풀 수 없는 수수께끼가 됐다"라고 고백했다.

또 '소년이 온다'에 대해 "인간이 잔혹성과 존엄함이 극한의 형태로 동시에 존재했던 시공간을 광주라고 부를 때 광주는 더 이상 한 도시를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가 된다는 것을 나는 이 책을 쓰는 동안 알게 됐다"고 전했다.

전쟁과 폭력, 기억과 망각, 상실의 비극 등을 다룬 가장 최근작 '작별하지 않는다'(2021)까지 한강이 가진 질문은 두 가지의 핵심을 갖고 있었다.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 동시에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

그러나 한강은 "2~3년 전부터는 그 생각을 의심하게 됐다"라며 "낡은 구두 상자에서 찾아낸 중철 제본에서, 1979년 4월의 나는 '사랑이란 어디 있을까? 사랑은 무얼까?' 두 개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고 있었다. 첫 소설부터 최근의 소설까지, 어쩌면 내 모든 질문들의 가장 깊은 겹은 언제나 사랑을 향하고 있었던 것 아닐까? 그것이 내 삶의 가장 오래고 근원적인 배음(背音)이었던 것은 아닐까"라고 말했다.

현재 집필 중에 있는 차기작 계획도 언급했다.

한강은 "아직 나는 다음의 소설을 완성하지 못하고 있다. 다음에 쓸 다른 소설도 오래 전부터 나를 기다리고 있다"라며 "태어난 지 두 시간 만에 세상을 떠난 언니에게 내 삶을 잠시 빌려주려 했던, 무엇으로도 결코 파괴될 수 없는 우리 안의 어떤 부분을 들여다보고 싶었던 '흰'과 형식적으로 연결되는 소설"이라고 소개했다.

또 "완성 시점을 예측하는 것은 언제나처럼 불가능하지만, 어쨌든 나는 느린 속도로나마 계속 쓸 것이다. 지금까지 쓴 책들을 뒤로 하고 앞으로 더 나아갈 것"이라며 "어느 사이 모퉁이를 돌아 더이상 과거의 책들이 보이지 않을 만큼, 삶이 허락하는 한 가장 멀리"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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