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적인 비상 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 표결이 진행되는 7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 일대에 1만 인파가 몰려 정권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김혜민 기자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 표결이 열린 7일 부산에서는 1만 인파가 몰려 정권 퇴진을 촉구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 부결 이후 현장에서는 더욱 격앙된 분노가 터져나오며 대통령 탄핵을 외치는 목소리가 거리를 가득 채웠다.
부산지역 시민단체와 노동계 등 각계 단체로 구성된 '윤석열 정권 퇴진 비상부산행동'은 이날 오후 5시 부산 부산진구 서면 일대에서 4차 정권 퇴진 촉구 시민대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1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 정권 퇴진을 외쳤다.
매서운 바람이 부는 날씨에도 두꺼운 패딩에 목도리를 두르고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손 피켓과 촛불을 들고 길바닥에 앉기 시작했다. 비교적 나이가 어린 집회 참가자들은 아이돌 응원봉을 대신 들기도 했다.
대학생 조모(25·여)씨는 "민주주의 사회를 사는 시민으로서 안 나올 수 없었다. 대통령이 자기 권력을 지키려고 비상계엄을 선포해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었다"며 "또래 친구들은 1차 집회부터 다 참석하고 상경 집회까지 하러 갔는데 이제서야 나온 게 부끄럽다. 나중에 안 부끄럽고 싶어서 이제라도 참여했다"고 말했다.
손모(남·32)씨는 "계엄은 선을 많이 넘었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며 "대통령 개인의 일탈로 환율이 급등하는 등 후폭풍도 엄청나다. 일본의 핵오염수 방류를 용인했을 때부터 화가 많이 났는데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어서 나왔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 표결이 진행된 7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 일대에서 정권 퇴진 촉구 집회가 열렸다. 김혜민 기자
속속 몰려드는 시민들로 본행사 무대 앞과 양옆으로는 긴 대열이 만들어졌다. 몸을 가누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인파가 밀려들자 경찰은 추가 인력을 보강해 도로 진입 자체를 통제하기도 했다. 주최 측은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며 통행로를 확보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거듭 안내했다.
본행사가 시작되자 시민들은 무대에 올라 릴레이 발언과 각종 공연을 진행했다.
19살 고등학생이라고 밝힌 한 시민은 "국민들은 계엄령에 의한 트라우마를 호소하는데 대통령은 절망과 불안이라는 말로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며 "주권을 가진 국민이 원하지 않는 대통령이 어떻게 직을 유지하고 있겠느냐. 탄핵이 이뤄질 때까지 탄핵을 외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상공인이라고 밝힌 한 시민은 "참다 참다 여기까지 왔다. 나와 내 가족을 지키는 국민이 척결해야 하는 반국가적 세력이냐"며 "내란 동조정당인 국민의힘은 '탄핵 중독'이라는 말을 꺼냈다. 먹고 살기 바쁜 국민들은 웬만하면 탄핵하고 싶지 않다"며 강한 분노를 드러냈다.
7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 일대에 수천 명의 시민이 모여 정권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김혜민 기자 집회 도중 김건희 특별법이 부결됐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현장에서는 깊은 탄식과 절규에 가까운 격한 반응이 뒤섞여 나왔다. 일부 시민은 큰 소리로 욕설을 하거나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대통령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국회 본회의장을 떠난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서는 "다시 돌아와 국민의 목소리를 들으라"는 등 분노 섞인 반응이 이어졌다.
대통령 탄핵 무산 조짐이 흐르자 무대에 오른 한 참여자는 "차라리 잘 됐다, 이참에 대통령과 한 배에 탄 이들도 결코 용납하지 말자"며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곳곳에서 뜨거운 환호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공식적인 집회는 이날 오후 7시쯤 마무리됐지만 시민들은 자유 발언을 이어가거나 함께 구호를 외치며 1시간가량 더 자리를 지키는 등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이날 서면 일대에는 경찰 인력 300명이 투입돼 안전 관리를 했고 큰 사고 없이 집회는 마무리됐다. '윤석열 정권 퇴진 비상부산행동'은 다음 날 오후 5시에도 서면 일대에서 정권 퇴진 촉구 집회를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