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왼쪽)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조태용 국정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은 7일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위기 상황에 군인들은 명령을 따라야 한다고 강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3일 발생한 비상계엄 사태의 핵심 관련자 가운데 한 명인 여인형 사령관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당시 긴박한 위기 상황이었음을 강조하며 "저희는 내려온 명령을 '맞나 틀리나' 따지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방첩사와 함께 국회 난입 병력을 동원한 수방사령부와 특수전사령부 사령관이 뒤늦게나마 잘못을 인정하고 깊이 사과한 것과 대비된다.
반면에 그는 다른 관련자들과 똑 같이, 비상계엄 계획을 몰랐고 단순히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는 식으로 변명과 책임회피에 나섰다.
그는 "(비상계엄 선포를 사전에) 전혀 몰랐다. 텔레비전 보고 알았다"며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서 '아, 이게 좀 그런가' 그래서 신중하게 하려고 굉장히 애를 많이 썼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방첩사 요원들이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긴급담화가 발표된 직후인 밤 10시 30분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급습한 사실과 배치되는 주장이다. 다만 그는 중앙선관위에 출동한 계엄군에 대해 "우리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박종민 기자그는 '정치인 등을 체포하라는 명령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즉답하지 않고 "당시에 제가 (계엄 선포 시) 합동수사본부장으로 임명이 되게 계획돼 있다"면서 "그래서 내가 해야 할 일을 준비해야 하지 않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자신으로부터 구체적인 체포 대상 명단을 전달받았다고 한 것에 대해서는 '모르쇠' 답변을 했다.
그는 "하도 통화를 많이 해서 내용은 저도 기억이 안 난다"며 "명단도 솔직히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고 했고, "제가 당장 수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자세히 말씀을 못 드린다"고 말했다.
여 사령관은 "진짜 저는 참담한 심정이다. 국민들께, 특히 부하들한테 정말로 미안하다"고 했지만 행동거지는 반성 및 사과와 거리가 멀었다.
그는 이날 국회 출석 과정에서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을 만나자 만면에 웃음 띤 얼굴로 악수를 하기도 했다. 그는 전날 직무정지 됐지만 면직은 아니기 때문에 방첩사령관 직위는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