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뉴진스가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소속사 어도어와의 전속계약 해지를 주장하는 그룹 뉴진스가 "더 이상 어도어 소속이 아니"라고 다시 한번 기존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엔터테인먼트업계는 이러한 뉴진스 입장을 두고 "대중문화예술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매우 악질적인 방법" "생떼같은 무책임한 주장"과 같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뉴진스는 6일 멤버 5인(민지, 하니, 다니엘, 해린, 혜인) 명의로 낸 입장문을 통해 "저희는 이미 투자금을 초과하는 이익을 어도어와 하이브에 돌려줬다"면서 "소속 아티스트를 보호할 의무조차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며 수차례 계약 사항을 위반한 어도어와 하이브에 대한 신뢰는 이미 무너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속계약에는 어도어가 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저희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이 분명히 기재돼 있다"며 "이러한 신뢰 관계의 파탄과 계약 위반에도 저희에게 5년 더 일을 강요하는 것은 비합리적일 뿐 아니라 비인간적인 처사"라고 덧붙였다.
앞서 뉴진스는 지난달 2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어도어가 소속사로서 지니는 가장 강력한 의무인 '뉴진스 보호'를 할 능력도 의지도 없기에 어도어의 귀책으로 전속계약이 해지된다고 발표했다.
이에 어도어는 "지난 3일 뉴진스와의 전속계약이 유효하게 존속한다는 점을 법적으로 명확히 확인받고자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전속계약유효확인의 소를 제기했다"고 지난 5일 밝혔다.
이번 뉴진스의 재입장은 이러한 어도어의 소송에 대한 반응인 셈이다.
뉴진스는 이날 "저희는 어도어에 14일의 유예 기간을 주고 계약 위반 사항을 시정할 것을 요구했으나, 어도어는 이를 전혀 시정하지 못했다"며 "전속계약에 따라 어도어에 계약 해지를 통지했고, 이는 즉시 효력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어도어는 이 해지가 적법한지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이는 사후적으로 법원의 확인을 받기 위한 절차일 뿐"이라며 "그럼에도 마치 계약이 여전히 유효한 것처럼 대중을 호도하는 입장문을 낸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특히 "저희는 2024년 11월 29일부터 더 이상 어도어 소속이 아니다. 어도어는 저희의 활동에 간섭하거나 개입할 수 없다"면서 "아무리 이간질을 시도해도 저희 다섯 명은 한마음으로 뭉쳐 있으며 누구도 저희를 갈라놓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K팝, 뉴진스 사태로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이와 달리 업계는 전속계약 해지를 일방 통보한 뉴진스에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연예제작자협회(연제협)는 6일 "우리의 자부심이자 세계가 주목하는 문화자산인 K팝은 뉴진스 사태로 인해 그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며 다음과 같은 입장을 냈다.
△일방적인 주장만으로 전속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발상에 큰 우려를 표한다 △뉴진스가 전속계약 만료 전 아티스트를 유인하는 '템퍼링' 의혹에 연루됐다는 점은 더 큰 우려를 낳는다 △빠른 성공을 거둔 3년차 그룹 뉴진스의 일방적인 해지 선언은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매우 위험한 선례다.
연제협은 "뉴진스가 하루빨리 생떼 같은 무책임한 주장을 철회하고, 초심으로 돌아가 정상적인 활동을 이어가길 요청한다"며 "나아가 국내외에서 독자적인 연예 활동을 시도하고 있었다면 이를 즉시 중단하고 소속사와의 대화를 포함한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주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전했다.
이어 "템퍼링 의혹과 같은 불법적 행위에 대해서는 철저한 진상 조사가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한국매니지먼트협회(한매연)는 지난 3일 "현재 뉴진스 측의 계약 해지 주장은 터무니없다"면서 "누구나 선언만으로 계약의 해지가 이루어진다고 한다면 어떻게 전속 계약의 효력을 담보할 수 있으며, 이러한 불확실한 계약을 토대로 누가 투자할 수 있겠나"라고 강조했다.
한매연은 "(아티스트가) 악의적으로 계약을 해지하고자 하는 경우 (소속사는) 최종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 이외에 계약을 유지하기 위한 어떠한 조치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현재 뉴진스와 같은 접근은 우리 대중문화예술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매우 악질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연제협은 "아티스트와의 전속계약 분쟁과 템퍼링 문제는 기업의 존립과 더불어 그동안 종사하고 있던 수많은 근로자들의 생계와도 심각하게 직결되는 만큼 더 이상 아티스트의 일방적인 해지 통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한 보완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매연도 "정부부처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해당 산업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원점에서부터 논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