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김정호. 한국배구연맹아웃사이드 히터 김정호(27)가 토종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삼성화재의 3위 도약을 이끌었다.
삼성화재는 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도드람 V-리그 남자부 2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우리카드를 세트 스코어 3대1(23-25 25-18 25-16 25-21)로 꺾었다.
승점 18(5승7패)을 쌓은 삼성화재는 우리카드(승점 17)를 4위로 끌어내리고 3위로 올라섰다. 4위 우리카드, 5위 한국전력(승점 13), 6위 KB손해보험(승점 13)과의 치열한 중위권 싸움에서 앞선 채 2라운드를 마무리했다.
이날 김정호는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11점에 공격 성공률 62.50%로 활약했다. 외국인 선수 그로즈다노프가 1세트부터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교체로 나서 팀의 승리에 기여했다.
경기 후 김정호는 "코트에서 선수들과 대화하면서 상황에 맞게 준비한 작전이 잘 통해서 이길 수 있었다"면서 "힘들 때마다 파즐리가 해줘서 큰 힘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시아 쿼터 선수 파즐리는 양 팀 최다인 32점에 공격 성공률 63.04%로 펄펄 날았다. 하지만 그로즈다노프는 1세트 동안 6점에 그쳤고, 공격 성공률은 40%로 저조했다.
삼성화재 김상우 감독은 "(그로즈다노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리시브가 흔들리면 다른 장점이라도 보여줘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김정호를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몸 상태가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신감이나 선수로서의 투지 모두 꺾인 것 같다. 훈련 과정에서 많이 보였다"고 지적했다.
리시브하는 김정호. 한국배구연맹그로즈다노프가 부진할수록 김정호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김정호는 "(그로즈다노프가) 어쩔 수 없이 목적타를 맞고 있다. 안 해봤던 역할이라 힘들겠지만, 한국에서 살아 남으려면 이겨내야 한다"고 말했다.
팀 내 비중은 자신보다 이시몬이 더 많이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호는 "(이)시몬이 형이 먼저 들어가고, 시몬이 형이 해주는 게 더 많으면서 나보다 낫다고 생각한다"면서 "수비 리시브는 물론 범실도 줄여주고, 랠리 중 한 번씩 때려주는 걸 너무 잘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밖에서 보면서 상황을 많이 읽으려 한다"면서 "어디에 들어가든 내 몫을 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김정호는 리시브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특히 마지막 세트에서 상대의 강서브를 모두 받아내며 수비에 힘을 보탰다.
이에 그는 "1라운드에서 우리카드 알리에게 많이 맞았던 게 기억나서 한 코스만 생각하고 들어갔다. 범위를 넓게 보려 했다"고 떠올렸다. 하지만 "10점 만점에 3점 정도 주고 싶다. 썩 잘 받은 것 같진 않다"면서 스스로를 박하게 평가했다.
김정호는 지난 5월 쌍둥이 딸의 아빠가 됐다. 매 경기 힘을 낼 수 있는 이유다. 그는 "와이프가 너무 잘 키워줘서 수저만 얹고 있다. 나는 하는 게 없고, 아이들을 이뻐하기만 한다"면서 "그래도 쉬는 날에는 기저귀도 갈고 씻기면서 아이들과 유대감을 쌓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