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고등법원 청사 로고. 최창민 기자15년 전 발생한 전남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부녀에 대한 재심 첫 공판이 열렸다.
광주고법 형사2부(이의영 고법판사)는 3일 오후 살인 혐의로 기소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백모(74) 씨와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돼 징역 20년 형을 선고받은 백 씨의 딸(40)에 대한 재심 첫 재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는 형 집행 정지로 풀려난 백씨 부녀가 다시 피고인 자격으로 출석했다.
백씨 부녀측 박준영 변호사는 "보호받아야 할 분들이 전혀 보호를 받지 못했고 형사사법 절차 상 권리가 형해화됐다"며 "백씨 부녀의 취약성을 악용한 수사 과정의 중대한 위법이 있었다"며 검찰측 공소사실을 부인하며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반면 검찰은 1심 당시 공소사실을 유지하겠다고 밝혀 향후 재판 과정에서 검찰측과 변호인 간 치열한 법정 다툼이 예상된다.
또 사건 당시 수사를 맡았던 순천경찰서 관계자, 광주지검 순천지청 수사검사와 수사관 등이 증인으로 나와 수사 과정 전반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백씨 부녀는 지난 2009년 7월 6일 전남 순천에서 막걸리에 청산가리를 타 이를 나눠마신 백씨 아내 최모 씨를 포함해 2명을 살해하고, 주민 2명에 중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숨진 최씨의 남편 백모씨와 그의 딸을 범인으로 지목했고 법원은 이듬해 2월 1심에서 청산가리 입수 경위가 불분명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는 결과가 뒤집혔다.
2011년 11월 2심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하며 살인과 존속살해 혐의로 백씨에게는 무기징역, 그의 딸에게는 징역 20년형을 선고했고 이듬해 3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하지만 백씨 부녀는 줄 곳 검사가 허위 자백을 강요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다 지난 2022년 재심을 청구, 광주고법은 지난 1월 수사권 남용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재심을 결정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 위법은 없었다며 즉각 재심 개시 결정에 항고했으나 대법원은 지난 9월 이를 기각했다.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 재심 변호를 맡은 박준영 변호사가 첫 공판 이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최창민 기자앞으로 있을 재판에서는 검찰의 위법 수사 여부와 백씨 부녀의 자백 진술 신빙성 등이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재심 첫 공판에 대해 박준영 변호사는 "명백한 무죄 사건이다보니 검찰에서 재심 전과 달리 어떤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했었는데 지금 보니 재심 전과 전혀 다를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당시 수사 과정에서의 문제, 자백을 받아내는 과정에서의 문제, 자백 내용의 신빙성 등이 쟁점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또 "위법 수사 역할을 한 사람을 증인으로 신청했는데 검찰이 반대했다"며 "이 사건 수사로 인해서 고통을 받았던 사람들에 대한 공감은 안중에도 없이 아직도 조직 논리를 대변하는 검찰측 대응에 실망이 크다"며 검찰의 태도를 비판했다.
사건 발생 15년여 만에 열리는 이번 재심에서 검찰의 위법 수사가 드러나며 백씨 부녀가 누명을 벗을지 아니면 다시 유죄가 선고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