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배정수 화성시의회 의장이 자신의 집무실에서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를 가졌다. 화성시의회 제공 "도시가 엄청나게 팽창하는 동안, 삶의 질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어요. 광역버스 한 대, 문화시설 하나 늘리는 것조차 쩔쩔매야 했습니다." 20여년 전 시 승격 당시 화성지역 인구는 20만 남짓이었다. 이후 동탄신도시 중심의 매머드급 택지개발로 100만 명을 돌파, 한 달 뒤면 특례시다. 하지만 급격히 늘어난 인구 규모에 비해 대중교통과 생활기반시설은 여전히 부족한 현실.
화성특례시의회 '초대' 수장이 될 배정수(더불어민주당, 동탄7·8동) 의장이 도시 덩치에 맞는 '일상의 품격'에 방점을 찍은 이유다.
배 의장은 매일 서울과 인근 대도시를 오고가는 시민들의 출퇴근길을 "지옥과도 같다"고 했다. 화성시의 격은 올라갔지만, 도시 기반의 빈틈으로 시민들은 아직도 고달프다는 것.
그를 가장 뜨끔하게 한 건 '광역버스 좀 늘려 달라'는 민원이었다. 이를 풀기 위해선 서울시는 물론, 예산 확보 과정에 경기도와 경기도의회 눈치도 봐야해 늘 "산 넘어 산이었다"고 한다.
"기다리던 버스가 와도 사람이 너무 꽉 차 서너 대는 보내야 탈 수 있더라고요.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되겠다…" IBK 기업은행 알토스 배구단 개막경기에 참석한 배정수 의장. 화성시의회 제공GTX 동탄역 개통 등으로 숨통이 트일 것이란 전망도 있었지만, 집에서 역까지 오가는 연계 교통편 부족으로 초반 교통분산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시와 머리를 맞댄 끝에 배 의장은 민간관광버스 도입 아이디어를 현실화, 20분 간격인 서울행 광역버스의 배차 공백을 메웠다. 관광버스 수익 일부를 시 수익으로 거두는 일석이조였다.
다음은 기반시설 확충이다. 대형 공연시설과 체육관을 갖춘 주변 특례시들은 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이에 시의회 차원에서 예산 확보를 통해 화성시 예술의전당과 미술관 건립, 도심 곳곳을 수놓는 식물원 조성을 추진하는 등
업그레이드 된 특례시를 준비 중이라고 자부했다. 화성특례시 승격에 걸맞은 '시민 복리 증진'에 힘을 쏟고 있다는 것.
배정수 의장은 지난 26일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새해 특례시 출범으로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데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질 것"이라며 "민의를 대표하는 시의회가 시와 긴밀히 협력해 정책 성과를 키워야 한다"고 힘을 줬다.
"시민 혜택 극대화 위해 특례시의회 권한 발굴"
국도77호선 도로확장사업 현대자동차 업무협약식에 참석한 배 의장. 화성시의회 제공특례시의회 출범으로 독립적인 권한을 갖게 되는 만큼, 이를 무기로 지역민들의 복리 증진에 총대를 메겠다는 각오다.
국·도비 보조사업 비율 조정이나 대규모 도시개발 추진 시 광역자치단체의 승인을 거치지 않고 즉각 이행이 가능해지는 게 핵심이다. 광역교통망 확충을 비롯한 대규모 인프라 사업 등을 주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더해 배 의장은
특례시의회 기능의 극대화를 위해 더 촘촘한 '권한 발굴'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례시의회라고 해서 시민에게 획기적 혜택을 줄 권한을 충분히 갖고 있진 않다"며 "좀 더 생활밀착형 복리를 실현할 권한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고 봤다.
이어 "인구가 늘어난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대중교통과 주차장, 문화예술체육 시설, 휴식 공간, 녹지 등은 아직 정체된 측면이 있다"며
"개발사들은 최소한의 기반시설만 갖추고 빠지는 경우가 많은데, 의정과 행정이 그 빈틈을 채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배 의장이 김경희 전 의장 등과 함께 특례시 지원 특별법 제정 촉구 홍보물을 들고 있는 모습. 화성시의회 제공또한 특례시의회 출범과 더불어 현재 추진 중인 4개 일반구 설치 과제를 마무리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특례시의회의 손이 닿지 않는 행정 서비스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구청 건립이 시급하다"며 "각 구청 안에 기반시설과 보건소, 경찰서, 소방서 등을 집적한 복합행정타운을 만들게 되면 알찬 행정을 하게 될 것이다"라고 했다.
의원 역량 강화 견인…"여‧야 '협치'도 중요"
특례시의회답게 의원들의 전문 역량 강화에도 힘을 싣는다.
시의회 구성원들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기구, 단체 등을 운영하며 지속적인 자기계발을 도모하겠다는 구상이다.
배 의장은 "6개월 전 화성특례시의회 출범 연구회를 만들어 활동을 마쳤고, 전문가들과 연구한 결과물 공유를 위해 조만간(12월 5일 예정) 포럼도 연다"며 "연구회 기반으로 토론회에서 사례를 발표하고 향후 역할을 공개하게 된다"고 소개했다.
또 "화성특례시의회 출범 TF단도 운영 중으로 의회운영위원장이 단장을 맡아 분야별 전문가들과 함께 준비하고 있다"며 "시민 제안 내용들을 반영하는 데 집중하고 있고, 찾아가는 의정서비스 체계 구축 등으로 현장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방안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시의회는 지난 9월 의정자문위원회를 구성, 의원들의 역량을 높이기 위한 교육을 계속 강화해 나가고 있다.
다만 후반기 원구성 과정에서 빚어졌던 시의회 여‧야 갈등에 대해서는 "되풀이해서는 안 될 전국 지방의회들의 공통 숙제"라고 자성하기도 했다.
배 의장이 장안면 석포리 재활용업체 화재 현장을 방문했다. 화성시의회 제공배 의장은 "우리는 일주일가량 내홍을 겪는 등 비교적 짧게 진통을 겪었지만, 대부분 기초의회에서 자주 반복되는 현상이기는 하다"며
"오직 시민들만 바라보고 일을 해야 하는데, 민생에 피해를 초래하는 지나친 정당 간 갈등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사안이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의장단과 각 상임위원회별 위원장 선출에 관한 보편적인 규정이 없다 보니, 혼란이 반복되는 것 같다"며 "지방의회 원구성에도 세부적인 프로세스나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감투 욕심을 부리는 마음은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시민들을 대표해 일하는 의원들로서 '사명감'을 갖는 게 최우선이 돼야 한다"며
"목표는 하나다. 오직 시민이다"라고 역설했다.
의장은 '균형추'…"실천‧소통‧책임의 정치할 것"
이처럼 동료 의원들이 시민들만 바라보며 원활한 의정활동을 할 수 있도록,
의장으로서 당파를 초월한 '균형추' 역할을 하겠다는 다짐도 빼놓지 않았다.
현재 화성시의회 의석은 민주당 13석, 국민의힘 11석, 개혁신당 1석이다. 개혁신당 의원이 민주당 출신이라는 점까지 감안하면 어느 정도 민주당에 무게가 실려 있지만, 국민의힘 수도 적지 않아 언제든 첨예하게 대립·반목하며 파행을 빚을 수 있는 구조다.
배정수 의장이 지역 행사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모습. 화성시의회 제공배 의장은 "국회의장은 탈당을 하지만 지방의회는 그렇지 않다"며 "비록 의장으로서 민주당에 속해 있지만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모든 의원들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의장석에 올랐고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지역구 당내 후보 2순위인 '나'번으로 연거푸 지방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그는 향후 자신의 정치적 스텝(행보)에 대해서는 '무(無)계획'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3선이냐 도의원이냐 시장선거냐 이런 건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
정치라는 것은 본인 역할만 충실히 하면 내가 하고 싶다고 안 해도 (기회가) 찾아온다. 무엇인가를 해낼 수 있는 조건들을 갖춰 놓는 게 우선이고, 정해놓은 계획도 아직 없다"고 답했다.
이는 자신의 정치철학과도 맞닿아 있다고 했다. 배 의장은 "
'실천하고 소통한다. 그리고 책임진다'는 게 나의 정치신념이다"라며 "시민들을 대우하면 그들도 나를 평가해주고 대우해준다. 결과도 자연스럽게 흐름에 따라 돌아오게 돼 있다"고 판단했다.
의장석에 있는 배 의장 모습. 화성시의회 제공끝으로 민주당 이재명 당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무죄 판결에 관해서는 "우리 당의 대표가 1승을 거둬 안도하는 입장이고, 이를 계기로 당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본다"며 "사법부가 전문적인 식견으로 판결한 내용은 모두에게 인정되고 수용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