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실이 비어 있다. 이날 기재위는 조세소위와 전체회의를 열어 예산안 관련 세법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었지만 여야 간 이견으로 열리지 못했다. 연합뉴스국회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여야 간 충돌로 또다시 법정 처리 기한을 넘길 위기에 몰렸다.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2023년도 결산안만 상정해 처리했다. 예산안조정소위원회는 계속 심사를 이어갈 예정이지만, 대통령실과 검찰의 특수활동비 감액 등 주요 쟁점이 남아 있어 합의안 도출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예결위 활동 기한은 이달 30일까지로 토요일인 만큼 이날이 사실상의 '데드라인'이다.
예산안 처리 법정 기한은 다음 달 2일까지로, 이를 맞추기 위해서는 그전까지 여야가 합의안을 도출해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의결해야 한다. 만약 예결위가 기한 내 심사를 완료하지 못하면 '정부 원안'이 자동으로 부의된다. 이에 야당은 합의가 안 될 경우 감액만을 반영한 자체 예산안을 예결위에서 단독 처리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반면 여당은 민주당의 감액안 처리 엄포에 "다수 의석을 앞세운 '예산 인질극'"이라며 "민주당이 민생은 외면한 채 정쟁과 방탄만 일삼고 있다"고 반발하는 상황이다.
예결소위는 지난 18일부터 2주 가까이 예산안 심사를 진행했지만, 일부 비쟁점 감액 심사를 마쳤을 뿐 쟁점 예산은 무더기로 보류했다. 여야가 극한 대치 중인 대표적인 쟁점 예산은 야당이 삭감을 벼르고 있는 대통령실 예산과 검찰·경찰·감사원 등 사정기관의 특수활동비(특활비)와 특정업무경비(특경비) 예산이다.
앞서 운영위원회에서 야당은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의 특활비 82억5100만원을 전액 삭감했고, 특경비 1억5천만원도 일부 삭감했다. 또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검찰 특경비(506억9100만원)와 특활비(80억900만원), 감사원 특경비(45억원)와 특활비(15억원)를 전액 삭감하는 내년도 예산안을 야당 주도로 의결했다.
행정안전위원회에서도 경찰 특활비 31억6천만원을 전액 삭감하는 예산안이 통과됐다. 정부 예비비 역시 민주당은 정부안에서 절반 규모인 2조4천억원을 감액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심사가 보류됐다.
이밖에 대왕고래 프로젝트(505억원), 용산어린이정원 조성 사업(416억원), 신재생에너지 보급 지원(1563억원), 원전 생태계 금융 지원(1500억원) 예산도 민주당이 삭감을 요구하면서 논의에 진척이 없는 상태다.
반대로 정부 원안에 없지만 민주당에서 신설한 2조원의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예산에 대해선 정부·여당이 증액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야당의 감액안 처리 주장은 현실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엄포일 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증액 예산안을 포기할 경우 야당 지역구 의원들 역시 지역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데 대한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여야가 정기국회가 종료되는 다음 달 10일까지 협상을 이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