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제공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겨냥한 '당원게시판 논란'이 촉발된 지 3주가 지난 가운데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의 갈등이 일단 봉합될 조짐이다. 그러나 불씨가 남았다는 관측도 따라붙는다.
한 대표 측이 김건희 여사 특검에 대해 '중대 결단'을 암시하는 취지를 흘린 뒤 추경호 원내대표는 "냉각기를 갖고 생각할 시간들을 갖자"며 달래기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이 다음달 10일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 및 상설 특검·채 상병 국정조사 추진을 벼르며 공세 수위를 높이면서 내부 싸움에 골몰하던 여당에 '공멸(共滅)' 위기감이 퍼진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계파 갈등이 워낙 깊은 탓에 갈등이 짧은 시간 안에 봉합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3주째 접어든 '당게' 논란…공멸 우려 秋 "냉각기 갖자" 자제령
28일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일종의 냉각기를 갖고 생각할 시간들을 갖도록 하자"며 '당원게시판 논란' 확전을 막기 위해 나섰다. 추 원내대표는 "결국은 이 문제에 관해서 당 지도부에서 상황을 정리하고 생각할 시간도 필요한 것 같다"며 "당분간 대외적 의견 표명은 의원도, 당직자도 이 문제에 관해서는 자제해 달라고 말했고 대부분의 의원님들이 동의했다"고 했다.
추 원내대표가 직접 나서 확전 자제를 외친 데엔 당장 12월부터 야당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 및 채 상병 국정조사 추진 등 여러 악재(惡材)가 예상돼 있어 소모적인 논쟁만 벌이다 결국 당이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한 원내 관계자는 "추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반대하는 의원들은 없었다. 의원들 사이에서도 공감하는 분위기가 강했다"고 전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한 대표의 당원게시판 의혹을 두고 친윤계와 친한계 모두 물러서지 않으려는 의지가 강했다. 친윤계는 한 대표에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벼르고 있었고 반면 한 대표는 해당 논란에 대해 "대표를 끌어내리려는 조직적 움직임"이라고 규정하는 등 '친윤계의 대표 흔들기'엔 일절 대응하지 않겠다는 태도로 버티면서 결국 갈등이 수면 위로 터져 나왔다.
친윤계 중진 권성동 의원도 '새로운미래준비위원회'(새미준)의 정기세미나 강연에서 한 대표를 공개적으로 저격하기도 했다. 권 의원은 "한 대표나 그 가족 명의로 1천 건에 가까운 의견이 게시판에 올라왔는데 그러면 당심이 왜곡된다"며 "가족이 글을 올렸는지, 제삼자가 가족 이름으로 올렸는지 알려달란 것이지, 대통령을 비판한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권 의원의 발언은 한 대표의 명의로 올라온 게시글이 여론 조작을 위한 집단적인 움직임인지 진상을 확인해야 한다는 취지로, 한 대표가 지난 25일 "대통령 비판 글을 누가 썼는지 색출하라는 것은 그 자체가 황당한 소리"라고 말한 것을 직접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당내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자 일각에선 당원게시판 논란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의 주요 변수가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한 친한계 핵심 관계자는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한 대표가) 특검에 대해서는 완전히 반대한다는 입장은 아니었다"며 특별감찰관을 주장했던 기존과는 조금 다른 기류의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 같은 기류가 변화된 것은 추 원내대표의 확전 자제령이 제기된 이후의 상황이다. 원내에선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이 에상되는 12월 10일까지는 언급을 자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원외를 중심으로는 한 대표를 향한 공격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워낙 갈등의 골이 깊은 탓에 당장 봉합되긴 어렵지 않겠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의 한 원내 관계자는 "당장 의원들이 한 대표의 공세를 멈춘다고 하더라도 홍준표 대구시장, 장예찬 전 최고위원 등 원외에서 공격하는 것까지 중단되지는 않을 것 같다"며 "12월 10일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까지 내부 신경전은 조용히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다른 원내 관계자도 추 원내대표가 내부 갈등은 멈추자고 당부했지만 당장 쉽게 꺼질 수 있는 논란은 아닌 것 같다"고 내다봤다.
"野 공세 고삐 쥐는데 與 '무력'…출구전략 못 찾으면 역대급 위기"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국회(정기회) 제13차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의원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여당이 내부 갈등으로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동안, 더불어민주당 및 야권은 오는 12월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의결 및 상설 특검 추진 그리고 '채 상병 국정조사'를 벼르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위기는 1차로 넘긴 상황에서 대여 공세의 수위를 높이는 것이다.
당초 민주당은 28일 본회의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었지만, 여당의 내부갈등이 심화하자, 이탈표가 나올 수 있다고 판단하고 오는 12월 10일로 재표결 날짜를 늦췄다. 야당은 채 상병 국정조사도 벼르고 있는데, 전날 채 상병 국정조사 특위 위원장에 5선 정동영 의원을 추천하고 위원 10인에 대한 선임 요청안을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제출했다. 여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야당 단독으로라도 다음 달 4일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실시 계획서를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이날 국회 규칙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로 여당 추천이 없이도 대통령과 친인척을 대상 수사에 대해 야당 단독으로 상설 특검 후보를 추천할 수 있게 된다.
야당이 공세를 조여오는 상황에서도 여당 내에선 이에 대한 마땅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 원내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국정조사 관련 대응이) 지금 중요하진 않다. 대응하지 않는 것이 당장의 해법이다"라며 "민주당도 단독 진행하긴 어렵지 않겠나"라는 다소 안일해 보이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원내 현안과 동시에 '명태균발(發) 의혹' 수사도 속도를 내는 등의 상황이 맞물려 여당이 탈출구를 마련하지 못할 경우 역대급으로 수세에 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친윤계 관계자는 통화에서 "여소야대 국면에서 여당이 원래부터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무력함'이 내재되어 있다. 대통령 거부권, 여론 호소 말고는 마땅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지 않나"라며 "위기를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자조섞인 말을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