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8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를 마친 뒤 백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우리금융지주의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고와 관련해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의 책임론을 거론하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으면서 현 경영진을 재차 압박했다.
금융감독원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고가 현 임종룡 회장과 조병규 행장 체제에서도 발생한 사실을 추가 확인했다. 우리금융지주가 관련 책임을 물어 조 행장의 교체를 결정한 가운데 임 회장에 대한 책임론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불법대출 관련 우리금융 현 회장·행장 정조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8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금융지주 부당대출 사고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사태, 상법 개정 이슈 등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 원장은 "(우리금융지주) 현 회장과 행장 재임 시에도 유사한 형태의 불법거래가 있는 것이 검사 과정에서 확인이 됐다"며 "중점 검사 사항 중에 하나로 보고 있고 불법이나 위규, 비리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하게 대응하려 한다"고 말했다.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을 받는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26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기존에 금감원이 파악해 발표한 우리금융지주 계열사의 손 전 회장 친인척 대상 부당대출은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몰려있었다. 우리금융 측은 문제의 대출 상당수가 2023년 초까지 취급된 것으로, 임종룡 회장 취임(2023년 3월) 이후 대출은 기존 거래업체에 대한 추가여신이나 담보부 여신이라는 취지로 설명해왔다.
그러나 금감원이 임 회장 재임 시기 불법거래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공표하면서, 내부통제 실패와 당국 보고 지연에 대한 소명 필요성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원장은 "이사회에 제대로 보고가 됐는지, 이사회의 통제기능이 제대로 작동을 했는지, 작동하지 않았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점검하려 노력 중"이라며 "12월 중으로 검사 결과를 말씀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상법 개정 부작용 커…자본시장법 개정 적절"
한편 정부에서 가장 앞장서서 상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해왔던 이 원장은 상법이 아닌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주주보호를 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다소 바꿨다. 최근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방송에서 공개적으로 상법 개정에 반대하고 자본시장법 개정을 언급한 것과 같은 기조다.
이 원장은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에게까지 확장하는) 상법을 개정하게 되면 100만개가 넘는 비상장법인에도 적용되는데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주주보호 원칙을 자본시장법에 절차적으로 규정을 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집중투표 확대 등은 기업이 주주와 소통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늘어나야 한다"며 "법으로 강제해 이해관계 조정이 안된 상태에서 억지로 하는 것이 지금 단계에서 의견수렴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일반 주주 보호를 강조하던 입장이 기존에 비해 후퇴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 원장은 "제 개인 생각이 중요한 게 아니라 증상에 맞는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며 "다수의 이해관계자들이 수긍할 수 있는 방법과 절차를 통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 (자본시장법 개정을)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고려아연 관련 영풍·MBK도 저격…"회계·지배구조 문제 고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8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를 마친 뒤 백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선 기존 금감원의 질타 대상이 주주에게 불이익한 유상증자를 추진했던 고려아연에 집중됐다면, 이날은 MBK와 영풍에 맞춰졌다.
이 원장은 "(영풍제련소) 환경오염과 관련한 손상차손 미인식 등과 관련된 회계상의 문제점을 발견해 이번주부터 감리로 전환했고 현장조사에 착수했다"며 "최대한 신속히 회계 부적정 처리 등에 대해서 결론을 내리려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엔 산업자본의 금융 지배 부작용을 중심으로 이사회나 당국이 고민해왔다면 이제는 금융자본(MBK)의 산업(고려아연) 지배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짚었다. 5~10년 안에 투입 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구조를 가진 금융자본이 20~30년 장기적으로 움직이는 산업을 지배하면서 기업의 주요 사업부문을 분리매각 하는 등 주주가치 훼손이 발생할 우려를 언급한 것이다.
또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제기된 시장교란과 사기적 부정거래 등 의혹에 대해선 "어떤 일방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니며 기본적으로 시장의 신뢰와 질서를 확립하는게 목적이고 원칙"이라며 "시장질서 교란행위는 어느 쪽이 됐건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