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청래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대통령이나 친인척을 대상으로 한 상설특검(특별검사)을 추진할 때 여당 추천 몫 후보를 제외하는 국회 규칙 개정안이 27일 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는 대통령 또는 그 가족이 연루된 수사의 경우 총 7명으로 이뤄지는 상설특검 후보추천위원회 구성에서 여당 추천 몫 2명을 제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며,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수사를 추진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여당이 추천권을 갖지 못하도록 한 것을 두고 "특검의 중립성, 공정성, 독립성이 침해된다"며 반대했지만,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대통령과 그 가족을 수사하려면 수사기관이 독립성을 가져야 한다"며 개정안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표결에 부쳐진 개정안은 다수 의석을 점한 야당의 전원 찬성으로 의결됐고,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상설특검과 규칙 개정안은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대상이 아닌 관계로 본회의를 통과하면 곧장 시행된다.
야당이 지난 21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단독 처리했던 양곡관리법도 전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 법은 쌀값이 기준 가격에서 폭락 또는 폭등할 경우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매입하거나 정부 관리 양곡을 판매하는 등의 대책을 의무적으로 수립·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도 이 법안을 추진했으나 지난해 3월 윤석열 대통령의 1호 거부권으로 폐기됐고, 올해 4월 다시 발의했지만 21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 그대로 폐기됐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양곡법이 통과되는 순간 쌀 공급이 줄지 않고 늘어나 쌀값이 떨어지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반대했고, 여당 또한 의결을 미루고 소위원회에서 추가로 심사하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법안을 표결에 부쳤고, 여당 의원들이 기권한 가운데 야당의 찬성으로 의결됐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디지털 성범죄로 취득한 범죄 수익을 몰수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뿐만 아니라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등에 불법 영상물 삭제 차단 요청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 등도 통과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