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트럼프 2기 행정부가 '관세 폭탄'을 예고했다. 중국을 비롯해 캐나다와 멕시코를 상대로 25%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해 한국도 안심할 수 없다는 기류가 흐른다.
미국이 보편 관세를 적용할 경우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동맹에도 '관세 투하'…환율 1450원 가능성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25일(현지시간) 내년 1월 20일 취임 후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수입하는 모든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을 발효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에 대해서도 기존 관세에 10%를 추가하겠다는 입장이다.
중국에 대해서는 대선 때 60%의 관세 부과를 공약한 만큼 일부 예측 가능했지만, 동맹국이자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한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는 전 세계를 긴장하게 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불법 이민자'에 대한 대처 미흡을 관세 부과 이유로 꼽았다. 외교안보 문제를 관세로 해결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동맹국이자 FTA 체결국인 한국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문제 삼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NH투자증권 나정환 연구원은 "지난 10월 한국과 미국은 2030년까지 방위비 분담금을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을 타결했으나, 트럼프 집권 이후 분담금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수출입 화물 쌓인 부산항. 연합뉴스미국이 한국에 10~20%의 보편 관세를 적용할 경우, 대미 수출액은 적게는 55억~93억달러(산업연구원)에서 많게는 152억~304억달러(대외경제정책연구원) 감소할 것으로 분석된다.
또 미국이 중국과 관세 전쟁을 본격화하면 현재 1400원을 오르내리는 원달러 환율이 더 오를 가능성도 나온다.
하나증권 전규연 연구원은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중국과 관세 전쟁을 벌인 2018~2019년 2년간 원화의 평가절하율이 8.2%라고 집계하고 "트럼프 트레이드가 시작된 10월 초를 기준으로 당시 원화의 평가절하율을 계산해보면, 원달러 환율의 상단은 1450원 남짓"이라며 "2025년 상반기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 주식시장에는 미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자동차와 반도체 섹터가 관세 부과로 인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제금융센터 최성락 주식분석부장의 분석을 보면, 미국이 관세를 부과할 경우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기준 글로벌 판매량의 13%가 영향을 받는다. 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상반기 매출에서 각각 16%와 30%를 차지하는 중국 비중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제 악영향…'협상용 카드' 해석도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전쟁은 글로벌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1기 행정부의 관세 부과는 교역 상대국의 경기 하강을 유발했고, 그 여파가 글로벌과 미국으로 확대한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 트럼프 1기 당시 미국 경제성장률은 2018년 2.9%를 정점으로 2020년 1.9%까지 하락했다. 한국 역시 2018년 2.9%에서 2020년 –0.7%로 급감했다.
또 현재 나라별 상장기업의 매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캐나다‧멕시코 80%, 유럽 25%, 한국‧일본‧태국‧인도 20% 등이지만 중국의 경우 3%에 불과하다. 반대로 미국 S&P500 기업의 해외 매출 비중은 30%이고 이 가운데 IT 업종은 60%에 달한다.
즉 트럼프 2기의 관세 부과가 보복 관세를 부를 경우, 중국 기업의 타격보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이 더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DB금융투자 강현기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를 추정하는 지표 대부분 올해 여름을 정점으로 내려오고 있다"면서 "트럼프 2기가 1기 때보다 더 강한 보호무역주의를 시행할 경우 글로벌 경기와 더불어 미국 경기는 현재의 정점에서 더 빠른 속도로 하강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트럼프 2기의 관세 부과는 외교안보 문제 해결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카드라는 해석이 나온다. 관세 부과 정책은 미국의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높은 물가에 대한 불만으로 당선된 트럼프 당선인이 무리수를 두기 어려울 것이란 이유에서다.
유안타증권 민병규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과 공화당 압승은 불안한 경제와 고물가에 대한 응징의 성격"이라며 "2018년 관세 인상은 상품 물가 상승으로 연결됐던 경험이 있다. 미국이 고물가, 고금리를 추가로 감당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점을 2기 행정부도 인지하고 대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