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한 병원 응급의료센터로 환자가 들어가고 있다. 황진환 기자의료진이 없다는 이유로 추락 사고를 당한 응급 환자 진료를 거부한 병원에 시정명령과 함께 보조금 지급을 중단한 행정 처분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강재원 부장판사)는 최근 대구가톨릭대병원을 설립·운영한 학교법인 선목학원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응급환자로 의심되는 자를 직접 대면한 뒤 적절한 조치 등을 취한 것이 아니라 기초적인 1차 진료조차 하지 않은 채 필요한 진료과목을 결정한 다음 수용을 거부했다"며 "병원이 응급의료를 거부·기피한 게 맞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응급실에 시설 및 인력의 여력이 있었음에도 응급환자 수용을 거듭 거절해 사망에 이르는 중대한 결과까지 발생하는 등 응급의료 거부·기피 행위에 대한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병원 측은 '당시 환자가 외상성 뇌손상이 의심되기에 신경외과 전문의가 모두 부재중이라는 점을 알리면서 신경외과 및 정형외과 진료가 가능한 다른 병원을 추천하고 신경외과 이외의 다른 과목에 대한 진료는 가능하다고 답했다'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 복지부의 6개월분 보조금 중단이 재량권을 벗어났다는 병원 주장에 대해서도 "병원 운영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고 일정 기간 재정 지원을 중단하는 것일 뿐임을 고려하면 이 사건 처분에 재량권 일탈·남용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3월 대구에서 당시 17세인 A양이 4층 건물 높이에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119구급대는 인근 병원으로 A양을 데려갔지만,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중증도 분류를 제대로 하지 않고 정신과적 응급환자로 판단해 다른 병원 이송을 권유했다.
두 번째로 찾은 병원에서는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환자를 대면하지도 않은 채 권역외상센터에 먼저 확인하라고 권유했다. 구급대원은 이어 대구가톨릭대병원 응급실로 전화했으나 '신경외과 의료진이 없다'는 이유로 수용할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
다른 병원들도 연이어 수용을 거절하자 구급대는 다시 대구가톨릭대병원에 전화했으나 같은 이유로 재차 거부당했다. A양은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심정지가 발생했고, 이후 대구가톨릭대병원 응급의료센터로 옮겨져 처치 받았으나, 결국 숨졌다.
이후 복지부는 대구시 등과 합동으로 당시 이송이 의뢰된 의료기관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뒤 2023년 7월 대구가톨릭대학 병원장에게 '응급의료기관으로서의 업무 수행 부적정' 처분을 내렸다.
병원 측은 '구급대의 수용 능력 확인에 대한 정당한 사유 없는 거부'를 시정할 것과 6개월분의 보조금 중단 등을 처분받자 불복해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