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한 가운데 여권(與圈)은 "반사 이익을 노리지 않겠다"면서도 법원 선고에만 기대는 듯한 모습에 그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재판 1심 선고를 앞두고 20일 재판지연TF를 발족시켜 공세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한동훈 대표는 중수청(중도층·수도권·청년)을 겨냥해 당의 지지 기반을 넓히겠다면서 연일 경제 현장을 찾고 있지만, 실속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이 대표의 정치적 명운을 가를 사법부 판단을 기대하면서 '이재명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희대 대법원장께서 '선거법에 명문화된 6·3·3법을 법관이 훈시규정으로 해석하는 것은 잘못된 법 해석이다. 문언대로 강행규정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듯이,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특히 선거법 재판은 더욱 그렇다"고 적었다.
이어 "재판지연방지TF는 공직선거법상 6개월 안에 마쳐야 하는 1심 재판을 이 대표 측이 어떻게 2년 2개월이나 지연시켰는지 그 지연 수법에 대해서 분석해서 공개하고 2심에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의 재판 지연 전략은 1심 공판이 진행되는 중에도 꾸준히 제기된 문제였지만, 그의 잦은 지각이나 불출석에 대해 재판부 차원에서도 실효성 있는 제지는 없다시피 했다. 때문에 국민의힘 재판지연방지TF 역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부각하기 위한 '여론전'이자 '정치 사법화'의 단적인 예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 밖에도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이 보전받은 선거 비용 434억원에 대해 '먹튀' 방지법을 당론 법안으로 추진하는 등 이 대표에 대한 선고에 따른 반사이익을 집중적으로 노리고 있다.
대통령실은 한 대표가 침묵하는 사이 고질적인 당정갈등 이슈로부터 한숨 돌린 듯한 모양새다. 하지만 김건희 여사 리스크에 이어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국정 개입 의혹과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골프 논란에까지 휩싸이면서 전방위적인 쇄신 요구에 직면해 있다. 그럼에도 별다른 변화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윤 대통령을 둘러싼 갖가지 논란에 대해 홍철호 정무수석은 전날 국회에 출석해 "과거에 있었던 일을 그것도 풍문으로 들었다고 하는 것을 써주는 언론도 문제가 있다"며 불리한 여론 국면을 언론의 탓으로 돌렸다.
당정이 반사이익만 노리면서 쇄신 요구를 등한시하는 상황에서 당 지지율 역시 보합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14~15일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진행한 ARS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전주 대비 3.8%p 오른 47.5%, 국민의힘 지지율은 0.9%p 오른 31.6%로 양당 격차는 15.9%p에 달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더욱이 한 대표가 노리고 있는 2030 세대와 중도층에서 양당 지지율 격차는 오히려 더 크다.
발언하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윤창원 기자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했다는 점에서 전례 없는 호재(好材)를 맞았지만, 민주당 지지층은 총결집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지지층 결집도, 중도층 사로잡기에도 실패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서강대 이현우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사법지연TF나 이재명 의문사 진상조사단 등을 만드는 국민의힘에 대해 국민들 입장에서는 건설적이고 정책적인 행보를 한다고 보이지 않는 것"이라며 "이 대표에 대한 사법적 판단 이후에 그를 빌미 삼아서 거기서 이득을 보려는 얄팍한 수로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지율 부진의) 가장 큰 요인은 대통령과 연동된다.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올라가지 않으면서 국민의힘이나 한동훈 대표의 지지가 올라간다고 해도 그 한계점은 아주 클 수밖에 없다"며 "한 대표가 대통령과의 관계를 어떻게 형성하느냐를 떠나 윤 대통령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여권의 지지율을 상승시키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한 대표가 친윤계 입김이 강한 당내 역학구도를 극복하지 못한 채 이 대표 때리기에 한목소리를 내봤자 당 지지 기반을 넓힐 수 없는 데다, 지지율 하락의 근본적인 원인은 윤 대통령에게 있는 만큼 전면적인 국정 쇄신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한 대표의 민생 행보 마저 모두 공염불에 그칠 거라는 뜻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이 대표의 위증교사 선고 사흘 뒤(28일) 특검법 재표결이 있는 만큼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지지율이 반등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한 대표가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민생 행보를 강조하고 이 대표도 매일 비판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여론은 한 대표가 정치적 올바름을 향해 가고 있다고 느껴야 따라올 것"이라며 "하지만 '김건희 특검법'을 추진하지 않는 모습에서 바로 막혀버리는 데다 당 장악력도 없기 때문에 한 대표의 영향력이 이중으로 반감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