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乙 살리기 신문고 상생 꽃달기 행사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윤창원 기자검찰이 경기도 예산 1억원가량을 사적 유용한 혐의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경기도 법인카드로 개인 식사비용을 결제하거나, 경기도 관용차량을 개인 용도로 전용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적용된 혐의는 다르지만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사건(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배우자 김혜경 씨의 판결 내용을 참고해 이 대표도 재판에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공공수사부(허훈 부장검사)는 이 대표와 전 경기지사 비서실장 A씨, 전 경기도 별정직 공무원 배모씨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 대표 등은 경기지사 시절인 2018년 7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과일, 샌드위치 같은 음식이나 개인 세탁비용 등을 경기도 법인카드로 4600만원가량 결제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경기도 관용차로 구입한 6500만원 상당의 승용차를 이 대표가 자가용처럼 이용, 임차료 등 6천만원 상당의 이익을 취득했다고도 판단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이 같은 방식으로 1억 653만원의 경기도 예산을 유용했다며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경기도 예산으로 과일 구입"…'김혜경 유죄' 판결문 살핀 검찰
법원 나오는 김혜경 씨. 연합뉴스검찰은 배우자인 김혜경씨가 경기도 법인카드 사건(공직선거법 위반) 1심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 받은 지 닷새 만에 이 대표를 기소했다.
혐의는 다르지만 두 사건 모두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서 비롯된 만큼, 김씨 사건을 유죄로 판단한 1심 판결문을 분석한 뒤 곧장 이 대표를 기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4일 수원지법 형사13부(박정호 부장판사)는 김씨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배우자 이재명이 20대 대선 출마를 선언한 후 선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모임을 하면서 식사비를 결제하는 등 기부행위를 했다"고 판시했다.
특히 배씨를 중심으로 한 의전팀이 이른바 '사모님 팀'으로 활동하면서 김씨의 식사비용을 경기도 예산으로 결제했다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 사건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배씨가 이 대표와 김씨의 성남 자택에 본인이나 의전팀을 동원해 포장음식이나 과일을 배달했다"며 "김씨의 병원 방문이나 아들의 병원 수속 업무를 도와줬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자택에 배달한 샌드위치, 과일 등 결제는 경기도청에서 일괄해 해당 판매점에 결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라며 "포장음식은 배씨 등에 의해 대부분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됐다"며 유용 혐의를 인정했다.
검찰 역시 의전팀이 경기도 공무원을 다수 동원해 조직적으로 예산을 유용했다고 봤다. 특히 이런 사실을 감추고자 '직원 격려'나 '특근 매식' 등 명목으로 허위 지출 결의서를 작성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법원 판결을 직접 언급하며 기소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수원지검은 "법원은 김씨의 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수행비서인 배씨가 경기도 예산으로 구입한 과일을 이 대표 자택에 배달했다고 판시했다"며 "검찰은 경기도청 등 10곳 미만 장소에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밝혔다.
다만 김씨에 대해서는 "범행의 가담 정도와 역할을 고려했다"며 기소유예 처분했다. 기소유예는 혐의는 인정되지만 관련 상황 등을 고려해 기소는 하지 않는 처분이다.
"재판만 5번째…민주당 "억지 기소, 야당 탄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류영주 기자이번 기소로 이 대표는 5번째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대표는 지난 15일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위증교사 사건, 대장동·백현동·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쌍방울 대북송금 제3자 뇌물 사건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여기에 경기도 예산 유용 사건까지 기소되면서 위증교사 사건의 징역형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사정이 이렇자 민주당은 검찰이 억지 기소로 야당을 탄압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을 열고 "검찰은 이재명 대표가 법인카드를 쓴 것도 아닌데 몰랐을 리 없다는 억지 춘향식 논리를 뻔뻔하게 들이밀었다"며 "이미 경찰 수사에서 이재명 대표에게 혐의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에 부여된 기소권이 야당을 옥죄기 위한 수단인가"라며 "검찰의 비열한 정치 탄압을 규탄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