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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임위 확 바꾼다더니…또 정부 입맛대로 개편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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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위한 '최저임금 제도개선 연구회' 발족
노사 참여 없이 전·현직 공익위원으로만 채운 구성에 양대노총 모두 반발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에도 정부 주도로 최임위 개편안 추진했지만 결국 불발
전문가들 "의견 다른 노사 대화를 '갈등'으로만 보지 말아야…일방적 결정 안돼"
"애초 여소야대 국면서 최저임금법 개정 어려울 것…자칫 노동계 배제 사전작업 될 수도" 우려도

고용노동부 김문수 장관과 '최저임금 제도개선 연구회' 위원들이 11월 9일 킥오프 회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고용노동부 김문수 장관과 '최저임금 제도개선 연구회' 위원들이 11월 9일 킥오프 회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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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전문가 기구를 발족시켰지만, 시작부터 노동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개편하려다 불발에 그쳤던 전철을 그대로 밟을 것인지 주목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8일 '최저임금 제도개선 연구회'(이하 연구회)를 발족했다.

최저임금위원회 전임 위원장이었던 한림대 사회학과 박준식 교수가 연구위원장을 맡고, △숙명여자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권순원 교수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기선 교수 △인천대학교 경영학과 김동배 교수 △한국노동연구원 성재민 부원장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오은진 선임연구위원 △전남대학교 경영학과 전명숙 교수 △영남대학교 경영학과 전인 교수 △동인정책연구소 정진호 소장 등 전·현직 공익위원 9명이 참여한다.

이날 연구회는 불과 2개월 후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하겠다며 개편안을 발표할 '데드라인'까지 미리 정했다.

이인재 최저임금위원장이 지난 7월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1차 전원회의에서 노사 양측 최종안의 표결을 거쳐 내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 30원으로 결정한 뒤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인재 최저임금위원장이 지난 7월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1차 전원회의에서 노사 양측 최종안의 표결을 거쳐 내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 30원으로 결정한 뒤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제 첫발을 뗀 연구회에 양대노총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노사 참여를 배제한 채 최임위 공익위원들만 모아 만든 개선안이라면 정부 입맛대로 만들어질 것이 뻔하다는 논리다.

한국노총은 "최저임금의 결정, 제도개선 등을 하기 위해서는 관련 주체들의 충분한 의견수렴은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당연한 과정"이라며 "노동계와 어떠한 사전 공감대도 없이 일방적으로 연구회 발족을 강행한 고용노동부에도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반발했다.

이번 연구회 위원들의 면면에도 "객관적이지도 중립적이지도 않은 인사들이 최저임금 결정구조 문제를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역시 "연구회는 윤 정부 연내 성과내기용일 뿐"이라며 "윤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장관들에게 '연내 성과'를 다그친 결과"라고 평가절하했다.

또 "올해 7월 공익위원들은 정부 입맛대로 최저임금 범위를 결정해서 파행을 불렀다"며 "문제를 촉발한 이들이 해결방안을 내놓겠다는 건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애초 최임위는 노-사-공익위원이 똑같이 9명씩 참여하는 대표적인 사회적 대화 기구 중 하나다. 그간 최임위의 결정에 비판이 쏟아질 때마다 최임위는 '사회적 대화의 성과'라며 의미를 부여해왔다.

하지만 최저임금의 금액 수준을 결정할 때에는 최대한 금액을 높이려는 노동계와, 동결시키거나 삭감하고픈 경영계가 양극단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노동자 생계비 △유사 노동자 임금 △노동 생산성 △소득 분배율이 결정기준으로 명시됐지만, 실제로는 참고사항에 그쳐 해마다 노사 간 힘겨루기가 반복됐다.

이 때문에 캐스팅보트를 쥔 공익위원이 최저임금 수위를 좌지우지 한다는 반발이 노사 양측에서 끊이지 않았고, 자연히 공익위원을 임명하는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비난의 화살도 쏟아졌다.

그런데 정작 이를 해결할 연구회를 정부가 임명했던 공익위원 출신 인사들로 채웠으니, 결국 정부가 미리 구상한 개편안에 명분을 실어주려는 요식 행위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현 최임위 공익위원 9명 중 상임위원과 국책연구원 소속을 제외한 6명 가운데 4명이 정부가 꾸린 회의체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현재 최임위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교수는 현 정권의 노동개혁 방향을 설계했던 '미래노동시장연구회'와 직무급 중심으로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한 '상생임금위원회'를 주도했던 터라 최임위 진행 도중 근로자위원들로부터 '보이콧'을 당하기도 했다.

노사 최저임금 최초요구안 차이(2011년~2024년). 최저임금위원회 홈페이지 캡처노사 최저임금 최초요구안 차이(2011년~2024년). 최저임금위원회 홈페이지 캡처물론 연구회가 2개월이라는 짧은 운영기간에도 독립적인 제도 개선안을 내놓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결과물이 아무리 그럴듯하더라도 연구회 구성부터 노동계의 반발을 자초한 결과물이 사회적 공감대까지 이끌어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더구나 최임위 구조 개편은 해묵은 과제지만, 노·사·정 입장차가 워낙 커서 합의점을 찾기 쉽지 않은 과제다.

앞서 최임위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7년 노·사·공익위원이 각자 추천한 전문가로 구성한 TF로 제도개편안을 마련했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합의에 실패한 바 있다.

2019년에는 노동부 주도 아래 최저임금 구간을 설정하는 '구간설정위원회'와 구간 안에서 최종 임금을 정하는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되 공익위원 추천권을 국회·노사와 공유하는 개편안을 내놓았지만, 당시에도 지금처럼 '노사를 배제한 채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는 반발에 밀려 역시 불발됐다.

그동안 최저임금 1만 원을 향해 인상률이 급등락하며 최저임금을 둘러싼 노사 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진 마당에 첫 단추부터 노동계 반대를 부른 연구회가 내놓을 개편안이 환영받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고려대학교 노동전문대학원 김성희 교수는 "마치 동료들끼리 모여 얘기하는 방식으로 하면 곤란하지 않겠느냐"며 "ILO(국제노동기구)의 정신도 노사정이 모여서 얘기해야 한다고 한다. 최저임금 뿐 아니라 어떤 중요한 의사결정도 일방적으로는 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 장관이 연구회 1차 회의에서 최임위 결정구조에 대해 "합리적 기준에 따라 숙고와 합의를 통해 적정 수준을 찾기보다는, 대규모 임금교섭의 양상을 띠며 소모적인 갈등만 매년 반복하는 양상"이라고 비판한 데 대해서도 "다른 사람이 만났으면 다른 얘기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김 교수는 "노사가 아닌 연구자들을 모아놓더라도 갈등 없이 결정하겠느냐"며 "의견이 다른 노사가 모여 각자의 논리를 고민하고 간극을 좁혀가는 과정을 학습의 과정으로 볼 것이냐, 갈등만을 부각할 것이냐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하는시민연구소 김종진 소장은 "최임위 개편은 최저임금법 개정 사항인데, 정부가 경사노위나 연구회를 통해 밀어붙이더라도 현재의 여소야대 국면에서 법 개정은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정권이 아닌 정부 부처 입장에서는 차기 정권에 개편하기 위한 중장기적 측면에서 연구회를 활용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그럼에도 정부가 연구회를 서두르는 이유는 노사, 특히 노조가 최임위 운영에 실효가 없다는 주장의 명분을 쌓는 사전 작업으로 볼 수 있다"며 "특히 공익위원 출신 인물들의 구성상 노동계는 제도 개편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데, 법 개정도 사실상 제한된 상황에서 결국 정부가 시행령을 통해 공익위원이 적정 논의구간을 제안토록 하는 등 노사 당사자를 배제하도록 강행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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