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중국 정부가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는 지방정부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총 12조 위안(약 2321조원)의 재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경기회복의 또 다른 장애물인 내수 부진과 부동산 시장 침체 등을 해결하기 위한 부양책은 이번에 발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中 12조 위안 투입해 지방정부 '숨겨진 부채' 해결
사실상 중국의 국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8일 지방정부 부채 한도를 6조 위안(약 1162조원) 증액하는 안을 승인했다.
란포안 중국 재정부장(장관)은 부채 한도는 올해부터 오는 2026년까지 3년에 걸쳐 매년 2조 위안씩 증액돼 다양한 '숨겨진 부채'를 대환하는데 사용될 수 있도록 지원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앞서 지방정부 특별채권 가운데 올해부터 매년 8천억 위안(약 155조원), 향후 5년간 총 4조 위안(약 775조원)의 재원을 투입해 지방정부의 숨겨진 부채를 대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2029년 이후 만료되는 빈민촌 재건축 과정에서 발생한 숨겨진 부채 2조 위안에 대한 상환도 당초 계획대로 추진한다고 란 부장은 덧붙였다.
란 부장은 "이 세가지 정책이 시너지를 발휘하면 2028년 이전에 지방에서 해결이 필요한 숨겨진 부채 총액이 14조 3천억 위안(약 2770조원)에서 2조 3천억 위안(약 445조원)으로 줄어 부채 압력이 크게 감경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리하자면, 기존에 발표한 4조 위안의 지방부채 대환과 기존 빈민촌 재건축 관련 부채 2조 위안 상환, 그리고 오늘 발표한 6조 위안의 부채 한도 증액 등 향후 몇년간 총 12조 위안(약 2321조원)이 투입되는 셈이다.
중국 재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지방정부가 당초 부채를 갚는데 사용했던 재원을 민생을 개선하고 투자와 소비, 기술 혁신 등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숨겨진 부채 최대 60조 위안이라는데…"시장 실망할 것"
중국 당국이 지방정부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천문학적인 규모의 재원을 투입하기로 한 이유는 지방정부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정부는 지난 십수년 동안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추진하며 재원이 부족하면 특수법인 LGFV(Local Government Financing Vehicle)을 세워 끌어다썼고 이는 고스란히 숨겨진 부채가 됐다.
여기다 중앙정부가 코로나19 사태 당시 유전자증폭(PCR) 검사 비용 등 제로코로나 정책 유지를 위해 필요한 비용을 지방정부에 떠넘기면서 지방정부 부채는 더 늘어났다.
재정부에 따르면 지방정부 '법정 부채'는 40조 7천억 위안(약 7891조원)이다. 또 재정부가 추산한 2028년 이전에 상환이 필요한 '숨겨진 부채'는 14조 3천억 위안(약 2770조원)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중국 정부의 공식적인 집계보다 지방정부의 숨겨진 부채 규모가 훨씬 더 클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뤄즈헝 웨카이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6월 기준 숨겨진 부채를 32조 2천억 위안(약 6237조원)으로 추산했고, 골드만삭스도 2022년 말 기준 LGFV 부채를 60조 위안(약 1경 1620조원)이라고 봤다.
이에따라 스위스계 은행 UPB의 카를로스 카사노바 아시아 수석 경제학자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LGFV 부채 규모 등을 고려했을때 필요한 부양책의 실제 규모는 약 23조 위안이라며 이번 부양책에 대해 "시장을 실망시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부양책은 어디에?…"내년 또 돈풀 것" 기대감도
연합뉴스여기다 당초 전인대 상무위 회의를 통해 침체된 부동산과 내수 활성화를 위한 여러 부양책 규모가 구체적으로 제시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이번에는 지방정부 부채 해결을 위한 방안만 제시됐다는 점에서 실망의 목소리도 나온다.
로이터는 "란 부장은 추가적인 경기 부양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지만,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면서 "투자자들은 침체된 소비자 및 기업 수요를 촉진하기 위한 추가 조치를 기대해 왔다"고 지적했다.
안팡 프라이빗 펀드 황쉐펑 연구이사는 "(이번 부양책은) 숨겨진 부채를 대체하는 데 사용되기 때문에 국내총생산(GDP) 성장에 대한 지원이 그렇게 직접적이지 않다"면서 "경제 펀더멘탈에 큰 활력을 불어넣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며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중국 정부가 향후 상황을 좀 더 지켜본 뒤 부양책 규모를 조율할 것이라는 점에서 크게 실망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핀포인트에셋 장즈웨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란 부장이 내년에 재정 정책을 더 내놓을 것이라고 말한 것은 이번 기자회견에서 나온 가장 중요한 메시지"라며 "이 '전향적 지침'은 중국 정부가 내년 재정 적자를 늘리기로 이미 결정했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