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남부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올해 5월 '비트코인 채굴기 투자사기 조직'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일당 16명을 체포했다. 경기남부경찰청 제공"비트코인 채굴기는 손해가 없는 투자거든요."
올해 4월,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건 상대방은 자신을 '비트코인 채굴기' 운영사 직원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채굴기에 투자하면 수익이 발생하며, 투자자에게는 투자금의 1%를 매일 지급해주겠다고 설명했다.
상대방은 "비트코인 채굴 공장 여러 곳을 24시간 운영하고 있다"며 "슈퍼컴퓨터를 이용해서 거래소에 사고 팔면서 시세 차익을 남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건 코인이나 주식처럼 손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투자를 종용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전화를 받은 사람은 다름 아닌 경기남부경찰청 형사기동대 김모 경위. 김 경위는 사기 범죄임을 직감하고 전화를 이어갔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사기 일당과 통화하며 단서를 모았고, 결국 한 달여 만에 사무실을 찾아내 급습, 이들을 체포했다.
비트코인 채굴기 투자사기 조직도. 경기남부경찰청 제공비트코인 채굴기 임대사업에 투자하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속여 피해자들로부터 23억원을 가로챈 일당이 무더기로 붙잡혔다.
경기남부경찰청 형사기동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형법상 범죄단체조직 혐의로 총책 A(20대)씨 등 16명을 입건하고 이 중 9명을 구속상태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6일 밝혔다.
또 이들에게 대포 유심을 공급한 유통책 31명(구속 4명)을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함께 검찰에 넘겼다.
A씨 등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비트코인 채굴기에 투자하라고 피해자를 모으는 방식으로 50여 명으로부터 23억 3천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수도권에 콜센터 사무실을 마련한 뒤, 불법으로 확보한 개인정보(DB)를 통해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투자 사기를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A씨 등은 피해자를 속이기 위해 투자 초기에는 피해자들에게 매일 소액의 돈을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들의 경계심이 무뎌질 무렵에는 수익금의 10배를 보장한다며 고액 투자를 유도한 뒤, 돈을 받고 잠적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김 경위를 통해 단서를 확보한 경찰은 수사 착수 한 달 만에 콜센터 사무실을 특정해 조직원들을 긴급체포했다. 이어 압수물을 분석해 이들에게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유통되고 있는 문제를 확인하고 추가 수사에 나서, 개인정보 유통조직 33명도 함께 검거해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
경기남부경찰청 형사기동대 정요섭 1팀장은 "투자금 없이 체험만으로도 수익금을 주겠다거나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투자를 권유하는 전화는 사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시중 금융기관에서는 본인 동의 없이는 전화로 대출 권유를 하지 않으므로, 출처가 불분명한 번호로 전화가 오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기남부경찰청 형사기동대 정요섭 1팀장이 사건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정성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