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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압수수색 때 '능력' 없는 사람만을 참여시켰다면 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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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 0.62g 소지한 60대 A씨 유죄 뒤집혀
수사기관, A씨 딸 수사하다 주거지서 대마 발견
압수수색 과정에 '전체 지능 57' A씨 딸만 참여
대법 "압수수색 절차 의미 이해할 정도 능력 아냐"
"위법 수집 증거에 해당, 증거 능력 없어"

연합뉴스연합뉴스
최소한의 압수수색 절차를 이해할 능력이 없거나 부족한 사람만을 압수수색 집행 과정에 참여시킨 뒤 얻은 증거는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른바 '참여능력'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최초의 판결이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60대 A씨에 대해 징역 10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지난 8일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9년 5월 서울 구로구 소재 자신의 집 안방 금고에 대마 약 0.62g을 보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는 A씨의 딸이 단초가 됐다. 수사기관은 2019년 3월쯤 그의 딸 B씨에게 필로폰 투약 혐의가 있다는 걸 파악했다. 인천지법은 그로부터 두 달 뒤 B씨에 대한 체포영장 및 거주지인 아파트를 수색하는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다.

B씨는 그즈음 사우나에서 재물을 손괴했다는 또 다른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고, 수사기관은 B씨와 함께 아파트로 이동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A씨와 딸 B씨는 함께 살고 있었다.

당시 압수수색 현장에는 B씨만이 있었다. 수사기관은 아파트 안방 금고에 보관된 대마 0.62g을 발견하고 이를 압수해 위 혐의로 A씨를 재판에 넘겼다. B씨는 전체 지능 57, 사회 성숙 연령 11세 수준으로 성년후견개시심판을 받은 사람이었다.

1심과 2심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대마 등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A씨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압수수색 현장에 유일하게 B씨만 참여시킨 걸 문제 삼았다. B씨에게는 최소한 압수수색 절차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능력이 없고, 그런 상황에서 얻은 증거는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에 해당해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수사기관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할 때 피의자, 변호인 또는 주거주(住居主) 등의 참여권이 보장돼야 한다. 대법원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주거주 등이 참여할 때 압수수색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다고 인정한 것이다. 형식적으로 주거주 등이 참여하는 것만으로는 실질적 절차 보장이 어려우니, 참여능력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압수수색 영장의 집행에 참여하는 주거주나 이웃 등이 참여능력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는 위법·부당한 처분이나 행위로부터 당사자를 보호하고 영장 집행 절차의 적정성을 담보하려는 형사소송법의 입법 취지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기본권 보호 등 헌법정신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봤다.

더욱이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이미 압수수색 전에 B씨의 진료기록을 확보해 참여능력이 부족한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압수수색 과정에 B씨만 참여시켰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원심은 이 사건 대마를 포함해 위법한 이 사건 압수수색을 통해 수집된 증거를 근거로 쟁점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며 "원심의 판단에는 형사소송법 제123조에서 정한 참여자의 참여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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