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전상현. 연합뉴스KIA 타이거즈가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2연승을 할 수 있었던 데는 우완 투수 전상현의 공이 매우 크다.
지난 21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삼성 라이온즈의 한국시리즈 1차전. 압도적인 구위를 자랑하던 KIA 선발 제임스 네일이 6회초 선두타자 김헌곤에 솔로 홈런을 맞고 선제점을 내줬다. 이후 KIA 투수진은 두 타자 연속 볼넷을 허용하며 무사 1, 2루 대형 위기에 몰렸다.
추가 실점을 줄 수도 있었던 상황. 하늘에서는 더 이상 경기를 이어갈 수 없을 정도의 폭우가 내렸다. 결국 심판진은 프로야구 가을야구 사상 최초로 '서스펜디드(일시 정지)' 게임을 선언했다.
1차전은 이틀 뒤인 23일이 돼서야 재개됐다. KIA 이범호 감독은 2박 3일 동안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위기 상황을 넘길 선수로 어떤 투수를 투입할지를 두고 골머리를 앓았다.
이 감독의 선택은 전상현이었다. 투입 배경에 대해서는 "불펜 투수 중 구위가 가장 좋은 투수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결정은 최선의 결과를 낳았다. 전상현은 이날 6회초 무사 1, 2루 상황에 마운드에 올라 최대 승부처였던 김영웅과 대결에서 번트 포수 앞 땅볼을 끌어냈다. 이어 박병호까지 삼진 처리하고 2아웃을 잡았다. 윤정빈에게는 볼넷을 줬지만 마지막 타자 이재현의 타구를 직접 잡아 아웃 처리했다.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전상현은 아웃카운트 2개를 책임지고 곽도규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이날 전상현이 남긴 성적은 1⅔이닝 2탈삼진 무실점. 시리즈 전체 판도를 뒤흔들 수도 있었던 대형 위기에서 팀의 구세주가 됐다.
1차전 6회초 마운드에 올라온 KIA 전상현. 연합뉴스전상현은 2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리는 삼성과 한국시리즈 3차전을 앞두고 "절대 점수를 안 준다는 마음이었다"고 등판 당시를 돌이켰다. "그냥 (점수를) 주기 싫었다"는 것이다.
시즌 28개 홈런을 때린 김영웅이 번트를 댈 거라고는 예상을 했을까. 전상현은 "예상은 했다"면서도 "그래도 칠 거라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이어 "생각은 반반이었는데, 그냥 아무 신경 안 쓰고 일단 제 공을 던지자는 마음가짐이었다"고 덧붙였다.
전상현은 자신의 첫 한국시리즈에서 온몸을 바칠 각오를 해둔 상태다. 전상현은 "감독님께서도 이틀 던지고 하루 쉬고, 이틀 던지고 하루 쉰다고 장난식으로 이야기하신다"며 "근데 저는 그러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한국시리즈가 처음인데 설렌다. 돌이켜 보면 설레고 재밌었던 기억"이라고 솔직한 마음을 드러냈다.
목표는 대구에서 열리는 3, 4차전을 모두 승리하고 최대한 빠르게 우승을 확정 짓는 것이다. 전상현은 "광주에서 우승하면 더 좋긴 하겠지만 예측할 수가 없다. 선수들 모두가 무조건 대구에서 시리즈 전적 4승 무패로 끝낸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