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방송인 양재웅 씨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복지부 등에 대한 종합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질의에 답한 뒤 증인석으로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자신이 운영하는 경기도 부천 더블유(W)진병원 입원 환자가 숨진 사건과 관련해 23일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방송인 양재웅(42)씨가 병원 측 과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환자 A(33)씨는 W진병원에 입원해 있던 중 지속적인 복통을 호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자·타해 위험이 높다는 의료진의 소견을 근거로 격리·강박 조치됐고, 지난 5월 숨졌다. 유족은 병원장인 양씨를 포함해 의료진 6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소한 상태다.
이날 오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종합 국감장에 나온 양씨는 "증인은 사망사고가 언론에 보도되니, 두 달 만에 본인 명의도 아닌 연예소속사를 통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유가족을 만나 사과는 했나"란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의 질의에 "예, 아직 저는…"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에 서 의원은 "국과수(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고인의 사인이 급성 가성 장폐색으로 나왔다. 장폐색은 장이 막히고 마비돼 치료가 늦어지면 사망에 이르게 되는 질병"이라며 "그런데 고인은 언론을 통해 고인의 사망원인이 '다이어트약 중독'이라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고개를 떨구고 있던 양씨는 "당직의사가 고인의 상태를 보고 직접 강박을 지시한 게 맞나"란 거듭된 질문에 "제가 경험한 게 아니라서…", "송구하지만 지금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해당 병원 중에 상주 중인 내과 전문의가 A씨의 상태를 확인했다면 고인은 사망하지 않았을 거라며,
주의의무 위반 등 병원 측의 과실을 인정하느냐는 추궁에는 "인정하지 않습니다"라고 답변했다.
다만, '이 자리를 빌려 유족에게 사과할 의사가 있느냐'는 물음엔 "네, 사과할 의사는 계속 있다"고 답하며,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저희 병원을 믿고 따님과 동생분을 데리고 입원시키셨는데 안전하게 회복을 잘 시켜드리지 못해서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서 의원은 "(W진병원은) 보건복지부 인증을 받은 중독치료 전문병원으로, 복지부 장관 표창도 받았더라. 그런데 병원 제출자료를 보면 올 8월까지 경리·강박 횟수가 5년간 최고치"라며 이 같은 문제를 사전에 관리·감독하지 못한 정부의 문제도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김윤 의원도 "현행법상 정신병원에는 당직의가 있어야 하나, 없어야 하나"고 조규홍 복지부 장관을 향해 질문을 던진 뒤, 조 장관이 머뭇대자 "없어도 되도록 돼 있다. 그런데 저런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데 당직이 없어도 될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저는 이 서른 세 살의 젊은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직접적인 책임은 W병원에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책임은 후진적인 정신과 진료체계를 방치한 복지부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당국의 허술한 관리 체계를 지적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대한 종합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이에 대해 조 장관은
"정신질환과 관련된 치료는 치료 난이도도 높고 자원 투입량도 많아서 그동안 정책순위에서 뒤처져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작년부터 혁신비전을 선포하고 수가 인상을 했는데, 그보다 빠른 예방치료와 재활이 연계적으로 잘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금 시간을 주시면 제대로 된 방안을 만들어 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양씨와 같이 출석한 신석철 정신장애인연합회 대표는 A씨 사망 관련 '병원의 과실이 없다'는 양씨의 입장에 대해 "국회에 나와 이렇게
'의료과실이 없다', '얘기 못한다'고 하는 걸 보니 (양씨는) 그냥 W진병원 원장을 사퇴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