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이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 투어 슈퍼 750 덴마크오픈에서 준우승한 뒤 2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배드민턴 여왕 안세영(삼성생명)과 국가대표팀 코치진의 불화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서로 인사도 하지 않는다는 대한배드민턴협회장의 발언이 나온 데다 국제 대회를 마치고 귀국한 당사자들도 불화를 인정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협회 김택규 회장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체육회 등에 대한 국정 감사에 증인으로 나와 "이번에 덴마크 대회에 가서도 선배들이나 코치들한테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연락이 왔다"고 밝혔다. 대표팀은 덴마크 오덴세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 투어 슈퍼 750 덴마크 오픈에 출전했다.
안세영은 지난 8월 파리올림픽 여자 단식 금메달 이후 2개월여 만에 국제 대회에 나섰다. 지난 20일 결승에서 안세영은 왕즈이(중국)에 지면서 은메달을 따냈다.
그런데 안세영과 코치진 사이에 이상한 기류가 감지됐다. 경기 중 타임아웃 때 안세영이 김학균 감독, 성지현 코치와 거의 대화를 나누지 않는 모습이 포착됐다. 파리올림픽까지만 해도 안세영은 코치진과 작전에 대해 논의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안세영은 코치진의 지시에 집중하지 않거나 외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미 말레이시아 매체 '스타디움 아스트로'는 지난 18일 "안세영이 덴마크 오픈 여자 단식 랏차녹 인타논(태국)과 8강전 도중 코치의 지시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짚었다. 중국 매체 소후닷컴도 "안세영이 대표팀에 복귀했지만 타임아웃 중 성지현 코치와 마주하지 않았다"면서 "안세영은 대응하기 싫은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안세영과 함께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 투어 슈퍼 750 덴마크오픈에 참가했던 김학균 배드민턴 감독이 2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표팀은 이날 대회를 마치고 귀국했는데 안세영과 코치진 사이의 갈등이 감지됐다. 출국 때처럼 안세영은 대표팀과 떨어져 따로 움직였다.
안세영은 '협회장이 안세영 선수가 인사를 안 한다는 얘기를 국감장에서 했다' '코치진과 불화가 있다는 얘기가 있다' 등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준우승 소감에 대해 안세영은 "딱히 할 말이 없다"고만 밝히고 소속팀 버스에 올랐다.
김 감독은 불화설에 대해 "아직 다가가고 대화가 필요한 시기"라면서 "조금씩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서로 해야 할 것들이 많으니까 좀 기다려달라"고 밝혔다. 사실상 갈등을 인정한 셈이다.
일단 현재 대표팀 코치진은 올해까지 계약이 연장될 전망이다. 협회가 파리올림픽 때 나온 안세영의 작심 발언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의 조사를 받고 협회장이 국감에 나서는 등 새 코치진을 구성할 여력이 없는 까닭이다. 협회 관계자는 이날 "코치진에 연장안을 제시했고, 오늘 계약서를 작성했다"고 전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 질의에 나선 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장. 윤창원 기자김 회장과 안세영 사이의 갈등도 심각한 수준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이날 국감에서 "안세영이 세계적인 스타여서 그런지 선수촌장이나 협회장에게도 인사를 하지 않는다"는 과거 자신의 발언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의원이 안세영의 반박을 전하자 "그러면 저만 그렇게 느끼나 보죠"라고 답했다.
이에 양 의원이 "선수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 협회장이 스타를 인격적으로 저격하고 왕따시키고선 잘한다는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좋았느냐"고 묻자 김 회장은 "제가 뭐를 왕따시켰습니까"라고 맞받았다. 이에 의원들의 질타와 사과 요구가 이어지자 김 회장은 의원들과 안세영에게 사과했다.
김 회장의 임기도 올해까지로 예정된 상황이다. 안세영은 3주 정도 쉰 뒤 내달 12일 BWF 월드 투어 슈퍼 500 일본 마스터스에 출전할 계획이다. 전북 익산에서 열리는 코리아 마스터스에는 나서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