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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관 공석 보완할 장치 전무"…헌재의 '고육지책' 자기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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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법 효력 정지로 '헌재 마비' 막아
헌재 "신속한 재판 받을 권리 보장"
"직무대행 같은 제도적 보완 장치 전무"
재판관 공석 문제 반복될라 우려

연합뉴스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사건을 심리할 헌법재판관 정족수 부족 사태로 '기능 마비' 위기에 놓였지만, 스스로 문제를 해결했다.

이종석 헌법재판소장 등 3명의 재판관이 오는 17일 퇴임한다. 전체 9명의 재판관 중 이들이 퇴임하면 6명만으로 사건 심리를 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법이 '재판부는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헌재, '심리 정족수' 규정 효력 정지…'이진숙 탄핵' 심리 진행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전날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헌법재판관 공백으로 자신에 대한 탄핵 심판 절차가 정지되는 것은 부당하다며 낸 가처분 신청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받아들였다.

헌재는 "3명 이상의 재판관이 임기 만료로 퇴직해 재판관의 공석 상태에서 해당 조항에 따라 사건을 심리조차 할 수 없다고 한다면 이는 사실상 재판 외의 사유로 재판절차를 정지시키는 것이고,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 본안심판에서 청구가 인용되더라도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 기본권이 이미 침해된 이후"라며 "재판관 궐위로 인한 불이익을 아무런 책임이 없는 국민이 지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헌재는 이 위원장의 경우 손해를 막아야 하는 '긴급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또한 "재판관 공석으로 심리조차 받을 수 없다면 이 위원장의 권한 정지 상태가 장기화하고 업무에도 장애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8월 국회에서 탄핵 소추가 돼 직무가 정지된 상태다.

이번 결정으로 이종석 헌재소장과 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이 퇴임한 이후에도 재판관 6명 당분간 모든 사건에 대한 심리는 계속할 수 있게 됐다.

헌재는 "가처분을 받아들이더라도 이는 의결정족수가 아니라 심리정족수에 대한 것에 불과하다. 법률의 위헌결정이나 탄핵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며 "다만 보다 신속한 결정을 위해 후임 재판관이 임명되기 전에 쟁점을 정리하고 증거조사를 하는 등 사건을 성숙시킬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약 재판관 명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나머지 3명의 재판관의 의견에 따라 사건의 향배가 달라질 수 있는 경우에는 현재 공석인 재판관이 임명되기를 기다려 결정을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시청자미디어재단·한국방송광고진흥재단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윤창원 기자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시청자미디어재단·한국방송광고진흥재단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윤창원 기자
헌재 결정으로 이 위원장의 탄핵 심판 심리는 물론 다른 사건들도 심리를 계속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위헌 및 탄핵 결정을 위해서는 재판관 6명 전원이 동의해야 한다. 3명의 재판관이 물러난 후 남게 될 재판관은 중도 성향의 김형두·정정미 재판관, 보수 성향의 정형식·김복형 재판관, 진보 성향의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남게 된다.

헌재 "재판소법, '공백' 대비 없어"…국회 '책임 방기' 비판도

헌재는 나아가 재판관 공백 사태 우려에도 대비가 없는 현행 헌법재판소법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헌재는 "헌법재판소법에서 재판관 7명 이상이 출석해야만 사건을 심리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직무대행 제도와 같은 제도적 보완 장치는 전무하다"고 꼬집었다.

또한 여야 대치로 후임 재판관 선출이 늦어진 점에 대해서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번 사태도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헌재는 "국회가 선출해 임명된 재판관 중 공석이 발생한 경우 국회가 상당한 기간 내에 공석이 된 재판관의 후임자를 선출해야 할 헌법상 작위의무가 존재하고 이러한 작위의무의 이행을 지체했다고 판시한 헌재 사례가 있음에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헌법소원을 이끈 한 변호사는 "국가기관 최소한의 구성을 완료할 책임은 정치적 이해와 떨어져 판단돼야 하는데, 정치적 이해관계로 헌법재판소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은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책임 방기'"라며 "헌재가 정족수 규정의 효력을 정지한 이번 결정은 사실상 고육책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고려대 장영수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은 재판관 대행도 할 수 없는, 국가기관이 통으로 기능을 못 하는 극단적인 상황"이라며 "헌재에서 헌법소원의 비중이 큰데, 이는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소송"이라며 사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그는 "독일 같은 경우에는 후임 재판관이 임명될 때까지 임기가 끝난 재판관이 계속 일을 하도록 해 '기능 마비'를 방지한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퇴임하는 재판관 후임은 국회가 선출할 몫이다. 국회는 그동안 여야 대립으로 후임 재판관 선출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지난 11일 열린 헌재 국정감사에서 김정원 헌재 사무처장은 "공석 사태는 피하는 게 좋다"고 답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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