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오랜 시간을 기다렸는데, 정작 진료는 몇 분 만에 끝나버리는 경험은 매우 흔하다. 보통 환자들은 짧은 진료 시간으로 자신의 병에 대한 모든 궁금증을 해결하지 못해 아쉬움을 느끼기 마련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환자들은 어떤 준비를 하면 좋을까?
이러한 고민에 대해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이상욱 교수는 CBS 노컷비즈의 실컷 '의사결정'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짧은 시간에 자신의 궁금증을 다 해소해야 하므로 효율적인 질문법을 익히는 것이 좋다"고 강조하며
"방문 전에 일목요연하게 자신이 질문할 것을 정리해가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질문을 할 때는 '긍정적인 방식'으로
진료를 받으면서 의사에게 질문을 할 때,
환자가 부정적이고 확답을 원하는 방식으로 질문을 한다면 의사를 방어적으로 만들 수 있다. 나중에 자신의 대답을 책임져야 하고, 그로 인해 문제의 소지가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환자는 자신이 원하는 답변을 듣지도 못할 뿐더러 의사와의 원활한 소통도 어려워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이 병이 완치될 수 있나요?"라고 묻거나 "이 수술이 100% 성공한다는 보장이 있나요?" 쉽게 의사는 "예"라는 확답을 주기 어려워진다. 대신 이럴 때는 "이 치료가 성공할 가능성은 얼마나 되나요?"라든지, "이 수술은 성공률이 높습니까?"라고 묻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일반적 질문보다는 구체적인 질문이 좋아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이상욱 교수. '의사결정' 유튜브 캡처
질문은 크게 보면 포괄적이고 일반적인 질문과 좁고 구체적인 질문으로 나눌 수 있다. 진료 시에는 어떤 질문이 더 도움이 될까? 물론,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은 구체적인 질문이 더 명확한 답을 얻기에 용이하다. 예를 들어, "어떤 음식을 먹으면 안 되나요?" 같은 포괄적인 질문을 하게 되면 의사 입장에서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이야기 해주어야 할지 곤란하고 다 이야기 해주면서 시간도 오래 걸리게 된다. 이럴 때는 내가 궁금한 음식을 먼저 꺼내서 "홍삼 먹어도 괜찮을까요?"처럼 구체적으로 질문하면 의사도 쉽게 이해하고 빠르게 답변할 수 있다.
전후 과정 설명을 줄이고 꼭 필요한 내용만
진료 시간이 적다고 느끼는 환자들이 또 하나의 공통점은 '지나치게 길고 자세한 설명'을 한다는 것이다. 의사들은 환자들이 자신의 상태에 대해 모든 것을 다 장황하게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필요한 정보만 간결하게 듣기를 원한다. 예를 들어, "어제 몇 시부터 머리가 아팠어요"라고 간단하게 말하면 되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나서 간단하게 커피를 마시려고 했는데 그때부터 갑자기 머리가 아팠어요"처럼 불필요한 정보를 덧붙이는 경우가 많다. 이런 긴 설명은 오히려 진료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증상에 대한 간결하고 명확한 정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여러 가지 도구를 활용하면 도움 많이 돼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이상욱 교수. '의사결정' 유튜브 캡처내가 진료 시간에 모든 궁금증을 해결하지 못하고 나오는 때가 많은 환자일 경우, 병원에 가기 전에 궁금한 점들을 미리 정리해 가는 것이 좋다. 스마트폰 메모장이나 수첩에 궁금한 점을 하나하나 적어 둔 뒤, 진료 시 보면서 질문하면 의사와의 소통이 훨씬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간혹 이러한 행동이 실례가 될지 걱정하는 사람도 있지만, 오히려 의사들은 그런 방법이 시간을 훨씬 절약할 수 있어 크게 싫어하지 않는 편이다. 또 환자가 진짜 원하는 질문을 들을 수 있고 답변을 명확하게 해줄 수 있기 때문에 더 반기기도 한다. 또 내가 종종 의사가 알려주는 사항을 잘 잊어버리는 경우에는, 이를 잘 기억하기 위해 메모나 녹음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다만, 메모를 할 때는 짧게 필기해서 너무 길어지지 않도록 하고, 녹음의 경우 미리 의사에게 고지하고 양해를 반드시 구하는 것이 좋다.
초진과 재진은 다르게 접근해야
병원에 처음 가는 초진과, 이미 병을 알고 치료 중인 재진의 경우 진료 전략은 다르게 설정하는 것이 좋다.
초진에서는 자신의 상태를 의사에게 자세하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에 재진에서는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이미 했거나 치료에 불필요한 설명은 줄이고, 핵심적인 내용만 간략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또 초진 때 받았던 치료 혹은 처방받았던 약에 대한 느낌이나 불편했던 점, 특이 사항 들을 자세하게 이야기해 주는 것이 오히려 더 도움이 된다.
진료 시간, 짧다고 꼭 나쁜 것 아냐
많은 사람들은 병원에서 진료 시간이 짧으면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라든가 '불친절하다'라는 인상을 받기 쉽다. 이왕이면 같은 돈을 냈는데도 진료 시간이 길다면 더 좋은 대접을 받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생각하면
오히려 진료가 짧다는 것은 그만큼 건강 상태가 양호하고,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의미일 수 있다. 반대로 진료 시간이 길어지는 것은 내 몸에 오히려 복잡한 문제가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이 교수는 "짧은 시간 안에 필요한 답변을 얻고, 건강 상태가 양호하다는 설명을 들었다면 오히려 그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