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 2인자 나임 카셈이 8일 비공개 장소에서 헤즈볼라가 소유하고 운영하는 레바논 위성 방송 알-마나르 TV를 통해 연설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그간 제시해 온 선결 조건에 대한 언급 없이 휴전 협상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스라엘의 공세에 밀려 나온 타협안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일각에서는 실제 협상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8일(현지시간) 헤즈볼라 2인자인 나임 카셈은 영상 연설을 통해 나비 베리 레바논 의회 의장이 휴전이라는 명목으로 이끄는 정치 활동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휴전이 성사되고 외교의 장이 열리면 다른 세부 사항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발언이 조건 없는 휴전 협상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되면서 중동 긴장 악화에 치솟았던 국제유가가 급락하기도 했다.
로이터 통신은 카셈의 발언이 '휴전 없이 군사 활동을 멈추지 않겠다'던 기존의 입장에서 변한 것인지는 불분명하지만, 휴전 협상에 여지를 둔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이 같은 입장 변화는 이스라엘의 공세가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카셈은 구체적인 휴진 추진 계획은 밝히지 않으면서 "적(이스라엘)이 전쟁을 계속한다면 전장이 결말을 낼 것"이라고도 말해 휴전 협상 가능성은 미지수인 상황이다.
앞서 이스라엘은 지난달부터 접경지 레바논 남부를 넘어 수도 베이루트 인근이나 도심까지 공습의 범위를 넓히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헤즈볼라의 거점인 레바논 남부에 사단 병력을 계속 투입하고 있다.
미국 정부도 헤즈볼라의 휴전 거론은 그만큼 타격을 받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헤즈볼라가 입장을 전환했다고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은 데다가, 이스라엘도 외교적 해법에는 관심이 없어 당장의 휴전 협상이 진정을 보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또 두 집단 사이에 외교적 모멘텀이 만들어지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 국무부 밀러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헤즈볼라가 휴전을 거론한 것을 언급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외교적 해결을 원한다"면서도 "세계가 1년간 휴전을 요구했는데도 헤즈볼라는 동의하지 않다가, 전세가 불리해진 지금 갑자기 휴전을 원하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