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8일 오후(현지시간) 싱가포르의 한 호텔에서 타르만 샨무가라트남 싱가포르 대통령 주최로 열린 국빈 만찬에 타르만 대통령 부부와 함께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은 8일(이하 현지시간) 싱가포르와의 정상회담을 통해 내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기로 했다. 양국 간 협력 관계를 한층 도약하는 한편, '공급망 파트너십 약정'을 체결해 공급망 교란에 양국이 함께 대응하기로 합의했다. 윤 대통령은 세계적 권위의 강연 프로그램 '싱가포르 렉처'에서 연설을 하고, 동포 오찬 간담회에 참석한 뒤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라오스로 향한다.
윤 대통령은 이날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와 정상회담 이후 공동언론 발표에서 "양국은 2025년 수교 50주년을 앞두고 새로운 반세기를 준비해 나가기 위한 첫걸음으로 내년에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양 정상은 주요 분야에서 전략적 공조를 더욱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윤 대통령은 "양국은 부존자원의 부족이라는 불리한 여건에서도 인재를 양성하고 첨단기술과 금융의 허브를 구축한 결과 글로벌 경제 강국으로 도약했다"며 "싱가포르와 한국은 이제 인공지능(AI), 디지털, 녹색 경제 분야를 아우르는 미래 분야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점증하는 국제 경제의 불안정성에 대응해 전략 물자의 공급망과 에너지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며 양국 간 '공급망파트너십 약정'(SCPA) 체결 의미를 밝혔다. 양국 간 공급망파트너십 약정이 체결된 건 세계 최초다.
약정에 따라 양국은 공급망 교란 징후를 포착하면 상호 간 신속히 통보하며, 공급망 교란 발생 시 5일 내 긴급회의를 개해 공동으로 대응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다. 또 공급망 협력을 기존의 에너지·광물을 포함해 바이오·첨단제조 분야 등 미래 중점산업까지 확대해 공급망 재편 공동 대응, 공급망 통상 규범 고도화 등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 타르만 싱가포르 대통령 주최 국빈 만찬 답사.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세계 3위의 LNG(액화천연가스) 수입국인 한국과 글로벌 LNG 교육 허브인 싱가포르 간에 이번에 체결한 LNG 수급 협력 MOU는 에너지의 안정적인 국제 공급망 구축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 정상은 인적, 물적 교류에 대해 1972년 발효된 항공협정을 내년까지 개정하고, AI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교육 협력 사업을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 또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해 해외 도피 범죄인에 대한 신속한 수사 공조와 체포 인도를 강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역내 문제와 국제 현안에 대해선 "북한의 불법적인 핵 개발과 무모한 도발을 국제사회가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하고 이번 아세안 정상회의 계기에 국제사회의 분명하고 단합된 대북 메시지가 발신될 수 있도록 긴밀히 공조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회담을 끝낸 뒤 윤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는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 부부와 함께 국립식물원을 방문해 '난초 명명식'에 참석했다. 난초 명명식은 싱가포르 정부가 자국을 방문한 귀빈에 대한 환대·예우의 의미를 담아 새롭게 배양한 난초 종에 귀빈의 이름을 붙이는 행사다. 이후 윤 대통령 부부는 웡 총리 부부와 함께 친교 오찬을 하며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다. 특히 1960년생인 윤 대통령과 1972년생인 웡 총리는 띠동갑에다 생일까지 같은 인연이 있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윤 대통령은 친교 오찬 뒤 리콴유 초대 총리의 장남이자 3대 총리를 지낸 리셴룽 선임장관을 접견하고 양국 간 협력 발전 방향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후 '현대차 글로벌 혁신센터' 방문, 한-싱가포르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 등 일정을 소화했다.
尹, 아세안 정상회의 라오스行…'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
윤 대통령은 9일에는 싱가포르 정부 산하 연구소가 주최하는 세계적 권위의 강연 프로그램 '싱가포르 렉처'에서 '자유·평화·번영의 인도·태평양을 위한 한반도 통일 비전'을 주제로 강연한다. 이 자리에서 '8·15 통일 독트린'이 갖는 국제 연대의 의미를 설명할 계획이다.
이어 윤 대통령 부부는 싱가포르 동포 오찬 간담회에 참석하는 것으로 싱가포르 국빈 방문 일정을 마무리하고, 아세안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라오스로 출발한다.
윤 대통령은 10일에는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같은 날 오후에는 '아세안+3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또 올해 아세안 의장국인 라오스의 통룬 시술릿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개최한다.
이번 참석을 계기로 우리나라와 아세안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한다. 지난 2010년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 이후 14년 만에 관계 격상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브리핑에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는 아세안의 대화 상대국 11개 중 5개 국가와만 맺은 특별한 관계"라며 "지난 35년간 한국과 아세안이 함께해 온 협력의 역사를 재조명하고 협력의 전방위적 확대를 모색하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아세안 정상회의를 계기로 윤 대통령은 이달 1일 취임한 이시바 시게루 신임 일본 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가질 것으로도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