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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브릭스(BRICs)로 몰려가는 개도국들, 북한도 가입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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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제4차 유라시아 여성포럼과 제1차 브릭스 여성 포럼에 잇따라 참가하고 돌아온 최선희 북한 외무상을 지난 23일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한 러시아 대사가 평양국제공항 청사에서 맞이하고 있다. 북한은 브릭스 가입을 추진하고 있고 러시아는 이를 지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관 SNS 캡처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제4차 유라시아 여성포럼과 제1차 브릭스 여성 포럼에 잇따라 참가하고 돌아온 최선희 북한 외무상을 지난 23일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한 러시아 대사가 평양국제공항 청사에서 맞이하고 있다. 북한은 브릭스 가입을 추진하고 있고 러시아는 이를 지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관 SNS 캡처신흥 경제국 모임인 브릭스(BRICs)가 달라지고 있다. 회원국을 늘리면서 반(反)서방 블록으로 변해간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국의 성장이라는 토대 위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촉발시킨 변화다. 최근에는 북한도 가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브릭스는 지난 2006년 브라질(Brazil), 러시아(Russia), 인도(India), 중국(China) 4개국으로 출범했다. 이후 2010년에 남아프리카공화국(South Africa)이 합류하면서 이후에는 줄곧  5개국의 협의체로 유지됐다. BRICs라는 명칭도 회원국 영문 국명의 첫 알파벳에서 따온 것이다.

그동안 단촐하게 지냈던 브릭스가 올해 1월 새 회원국을 받아들였다. 14년 만에 처음이다. 추가된 회원국은 이란과 이집트, UAE, 에티오피아 4개국이다. 중국이 주창하고 러시아가 적극 찬동해 거둔 회원국 확대의 첫 결실이다. 브릭스 회원국은 단번에 거의 2배로 늘어났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과의 교류가 막힌 러시아에는 가뭄에 단비같은 소식일 것이다.

북한의 가입 음직임도 브릭스의 세(勢)를 불리려는 중·러의 전략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지난 18일~20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제 1회 브릭스 여성포럼에 다녀왔다. 당초 UN 총회 참석이 예상됐던 최선희의 이번 행보는 북한이 브릭스에 큰 관심을 두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북한은 앞서 러시아에서 열린 브릭스 플러스 체육상 회의에도 대표단을 보냈다.

지난해 6월에는 북한의 국영 조선중앙통신에 브릭스의 확대를 지지하는 글이 게재돼 주목을 받았다. 이 통신은 국제문제평론가 정일현 명의의 논평을 통해 "브릭스의 확대는 불공평한 현 국제경제질서가 가져온 필연적 결과"라고 주장했다. 브릭스의  몸집 불리기에 대한 강력한 환영의 표시다. 북한 국영 매체의 입장은 북한 당국의 입장이나 다름없다.

지난 26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브릭스 에너지 장관 회의. 사진 왼쪽 책상에 지난 1월부터 회원국이 된 이집트와 이란 대표단의 모습이 보인다. 화면 중앙의 왼쪽이 이집트, 그 왼쪽 옆이 이란. 이집트와 이란의 맞은편 책상에는 왼쪽부터 남아공, UAE, 브라질 국기가 보인다. 주최국인 러시아와 중국은 서로 마주 보는 배치로 자리에 앉아 있다. 올해 브릭스 정상회의 주최국인 러시아는 최근 회원국 분야별 장관 회의를 잇따라 개최하고 있다. Russian 2024 BRICS Chairmanship 홈페이지 캡쳐 지난 26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브릭스 에너지 장관 회의. 사진 왼쪽 책상에 지난 1월부터 회원국이 된 이집트와 이란 대표단의 모습이 보인다. 화면 중앙의 왼쪽이 이집트, 그 왼쪽 옆이 이란. 이집트와 이란의 맞은편 책상에는 왼쪽부터 남아공, UAE, 브라질 국기가 보인다. 주최국인 러시아와 중국은 서로 마주 보는 배치로 자리에 앉아 있다. 올해 브릭스 정상회의 주최국인 러시아는 최근 회원국 분야별 장관 회의를 잇따라 개최하고 있다. Russian 2024 BRICS Chairmanship 홈페이지 캡쳐 지난 6월 북한과 러시아간에 체결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조약'에는 사실상 러시아가 북한의 브릭스 가입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조약 7초에는 "쌍방은 호상성에 기초하여 매 일방이 해당한 국제 및 지역기구들에 가입하는것을 협조하며 지지한다"교 규정돼 있다. 국가간 조약이나 성명에 국제기구에서 서로 '협력'한다는 내용은 흔하다. 그런데 '가입'을 지지한다고 콕 찝어 규정해 놓은 것을 보면 특정 기구를 염두에 두고 삽입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브릭스나 상하이협력기구처럼 러시아가 가입한 기구가 그 예가 될 수 있다. 이 추정이 맞다면 북한이 앞으로 중·러 주도의 국제기구 참여에 보폭을 더 넓힐 수 있다는 관측도 가능하다.

북한의 국제기구 가입 시도는 브릭스를 반미, 반서방 블록으로 확대하려는 중러의 전략과도 맞아떨어진다, 양국은 미국의 달러 패권에 대항하기 위해 브릭스 차원의 별도 화폐 발행까지 내걸고 있다. 회원국 간의 무역을 자국 화폐로 결제하는 것도 노력 중이다. 어떻게든 미국이 장악한 달러 중심의 국제 결제  시스템에 구멍을 내보려는 것이다. 당장은 미국의 견고한 금융 패권에 위협이 안 되겠지만, 그냥 방지 하기에는 도전이 끈질기다. 지난주 미국의 외교전문 잡지 '포린 어페어스'에 '브릭스를 위한 전투'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글에 따르면, 브릭스는 구매력 기준으로 전세계 GDP의 35.6%(G7은 30.3%), 전세계 인구의 45%(G7은 10% 미만)를 차지한다. 이 통계에는 브릭스의 공식 회원국은 아니지만 사실상 활동을 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도 포함됐다.

브릭스가 신규 가입국 명단을 처음 발표한 시점은 지난해 8월 남아공 정상회의 때다. 올해 1월 네 나라가 가입한 것은 당시 발표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브릭스의 회원국 확대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남아공 정상회의 시점을 기준으로 40여 개국이 브릭스 가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당시 의장국이던 남아공이 밝힌 내용이다. 이 가운데 22개국은 가입 요청서까지 제출했다.

당시 거론된 가입 희망국에는 알제리, 볼리비아, 쿠바, 콩고 민주공화국, 가봉, 카자흐스탄 등이 있다. 아세안 국가 가운데는 최근 태국과 말레이시아가 가입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인도네시아도 참가를 저울질 하고 있다. 미·중의 전략적 경쟁이 장기화, 구조되는 가운데 개발도상국들의 브릭스 가입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추세라면 브릭스 회원국은 수 년 내에 부쩍 늘어날 기세다. 더구나 올해 브릭스 의장국은 외교적 친구가 절실한 러시아다. 러시아는 다음달 22일~24일 지방도시 카잔(Kazan)에서 브릭스 정상회의를 주죄할 예정이다. 올해 가입한 4개국의 정상들도 이번 회의에 처음 참석할 것이다. 일부 가입 희망국 정상들도 초청될 가능성이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으로서는 자국에 모인 각국 정상들 앞에서 미국에 보란듯 일장 연설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이 자리에서 브릭스의 2차 가입국 명단을 깜짝 발표할지도 모른다.

북한도 이미 올해 의장국인 러시아와 가입 절차를 긴밀하게 논의 중일 수도 있다. 브릭스의 가입 절차에 따르면, 해당국 외교 장관이 가입 의사를 공식 전달해오면 '관심 국가'라는 자격을 부여한다. 이후 의장국이 관심 국가와 가입 협상에 나서게 되는데 이 논의 과정은 비공개로 진행된다.

하지만 북한의 브릭스 가입에는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우선, 회원국들의 만장일치 찬성이 필요한데 이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브릭스 규정에는 신규 가입을 회원국들의 협의와 합의로 바탕으로 결정한다고 돼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끌어들이려고 해도  브라질, 인도, 남아공 등이 반대하면 안 된다. 현재로서는 이 나라들이 선뜻 북한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핵무기 개발로 미국과 적대적 관계인 북한이 가입할 경우 브릭스의 다른 회원국들에는 불편한 일이 될 것이 분명하다. 사실 북한과 경제 협력을 통해서 얻을 이득도 거의 없을 것이다.  북한은 UN 안보리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어 중요한 교역은 대부분 금지돼 있다.  위에서 언급한 '포린 어페어스'에 게재된 글에서 전문가들은 브라질·인도는 서방과 중국 사이에서 비동맹적 입장을 취하고 싶어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브릭스의 창설 멤버인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브릭스는 미국이나 G7에 도전하려는 기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당시 아르헨티나와 인도네시아 등의 가입을 권유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지만, 반서방 경제 블럭 구축을 시도하는 중국·러시아와는 다른 시각이다. 룰라 대통령은 브릭스를 G7의 대항마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 중국 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그리고 다른 개발도상국들과의  경제 협력도 중요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인도는 중·러 주도의 브릭스 회원국이면서 미국·일본·호주와 함께 중국을 견제하는 안보협의체 쿼드(QUAD) 가입국이다. 인도는 쿼드 정상회의 때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규탄해왔다. 사진은 지난 22일 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열린 쿼드 정상회의 직전에 4개국 정상이 만나는 모습. 인도 총리실 홈페이지 캡처인도는 중·러 주도의 브릭스 회원국이면서 미국·일본·호주와 함께 중국을 견제하는 안보협의체 쿼드(QUAD) 가입국이다. 인도는 쿼드 정상회의 때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규탄해왔다. 사진은 지난 22일 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열린 쿼드 정상회의 직전에 4개국 정상이 만나는 모습. 인도 총리실 홈페이지 캡처또다른 브릭스 창설 멤버인 인도의 마힌드라 모디 총리도 이란의 가입이 논의중이던 지난해 8월 "제재를 받는 국가는 안 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가입에 반대를 표시한 것이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해 8월 24일 이렇게 전하면서 모디 총리가 브릭스 가입에  GDP 기준도 둬야한다는 말을 했다고 보도했다.

더구나 인도는 미국 주도의 안보협의체 쿼드(QUAD)에 가입한 국가다. 쿼드 정상들은 회의 때마다 북한의 불법적 핵무기 개발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러시아는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묵인하고 군사 기술까지 지원해주고 있다. 인도가 러시아 주도의 북한 영입을 지지하거나 묵인한다면 자가당착이 된다.

브릭스의 주요 회원국인 남아공도 서방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

지난해 의장국이었던 남아공은 자국에서 개최하는 정상회의에 푸틴 대통령을 초청했다가 결국 취소하는 소동을 빚었다. 푸틴이 국제형사재판소(ICC)로부터 우크라이나 전쟁 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 받은 것이 도화선이었다. 남아공은 푸틴의 방문을 허용할 경우 미국과 서방의 압력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을 우려했다. 미국의 비영리 언론사 PBS는 지난해 7월 14일 이렇게 전하면서, 남아공 정부가 결국 입장을 바꿔 푸틴에 불참으로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결국 브릭스 정상들 가운데 푸틴만 남아공 땅을 밟지 못한 채 화상으로 회의에 참여하는 굴욕을 겪었다.

어쨌든 남아공 정상회의에서 진통 끝에 미국의 적대 국가인 이란의 브릭스 가입이 결정됐다. 중국·러시아가 브라질, 인도, 남아공과의 '협의'를 통해 '합의'를 받아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회원국들 사이의 시각 차가 크게 노정됐다. 이런 노선 차이는 지금도 잠복돼 있다.

브릭스 '몸집 불리기' 작업이 삐걱거리고 있다는 증거들도 나타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해 8월 브릭스의 승인을 받았지만 아직 가입을 미루고 있다.  당시 브릭스는 사우디가 올해 1월 정식 회원국이 될 것이라고 발표까지 했다. 하지만 사우디는 아직 확답을 하지 않고 있다. 사우디의 안보를 상당 부분 떠맡고 있는 미국이 영향력을 행사했을 수 있다.

아르헨티나도 지난해 8월 가입이 확정됐지만 4개월 만에 철회했다. 이 반전은 지난해 12월 급진 보수 성향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현실이 됐다. 밀레이는 대선 과정에서 중국을 '암살자' 라고 부르며, 자유를 억악하는 국가와는 거래하지 않겠다고 호언장담을 했다. 당선 이후에는 반중 노선이 조금 누그러졌지만 브릭스에는 가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은 그대로다.

사우디와 아르헨티나의 영입 실패는 브릭스의 한계를 보여준다. 동시에 미국과 서방의 경제 패권이 막강하다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경제력과 기술력 그리고 군사력을 갖추고 국제규범을 주도하는 G7은 중국과 러시아가 힘을 합쳐도 아직 넘기 어려운 벽이다.

중·러가 북한을 브릭스에 가입시키려고 서두른다면 내부의 반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브릭스가 반서방 경제 블록으로 방향을 확실히 틀려고 한다면  회원국의 분열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저자는 YTN 베이징 특파원과 해설위원실장을 지내는 등 30년 동안 언론계에 몸담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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