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국내 양대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급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내내 적자 행진을 이어온 반도체 업계는 올해 들어 흑자로 전환하며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을 맞을 것으로 기대됐지만, 'AI거품론'과 '반도체 겨울론' 등 자본시장에서 나오는 각종 이슈에 주가가 요동치며 뒤숭숭한 분위기다.
업계에선 주가가 펀더멘탈(재무 상태나 경영 전략 등 기업의 기초 체력)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책임감을 갖고 실적 개선 등을 통해 극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3위 업체인 마이크론은 25일(현지시간 미 뉴욕증시(NYSE) 장 종료 직후 2024회계연도 4분기(6~8월) 매출은 77억천만달러(약 10조3734억원)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인베스팅닷컴이 집계한 미 전문가 예상치 76억5천만달러(10조2395억원)를 상회하는 것이다.
메모리 3사(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중 가장 먼저 분기 실적을 발표해 '풍향계'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마이크론이 깜짝 실적을 발표하면서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도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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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모건스탠리는 메모리 반도체인 D램의 수요 감소와 HBM의 공급 과잉 등으로 내년부터 '반도체 시장에 겨울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후 HBM의 주도권을 갖고 있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주가가 곤두박질 친 상황이었지만 시장 3위인 마이크론의 호실적 발표로 1.2위인 두 업체의 주가가 오른 것이다.
최근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실적 발표 이후 양사의 주가는 오름세를 보였지만 주가 변동폭이 컸던 것은 다른 이슈였다.
HBM 5세대 제품인 HBM3E 제품의 엔비디아 퀄테스트(품질검증검사)를 진행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퀄테스트 실패', '퀄테스트 성공' 등의 기사가 나올 때마다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공식 대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절묘하게 주식시장 개장 전 나오는 관련 기사와 그에 따른 주가 등락을 두고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SK하이닉스도 주요 기관의 반도체 산업 보고서가 나올 때마다 주가가 널 뛰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추석 연휴인 지난 15일 반도체 산업 보고서를 통해 스마트폰 및 PC 수요 감소에 따른 일반 D램 가격 하락, HBM 공급 과잉을 이유로 들며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26만원에서 12만원으로 54% 낮췄다. 추석 연휴 직후인 19일 SK하이닉스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6.14% 내린 15만2800원에 마감했고, 장 중 한때 11%가량 급락해 14만4700원까지 낙폭을 키우기도 했다.
반면 다음날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인 블룸버그인텔리전스가 HBM 영업이익률이 50% 이상을 달성할 수 있다고 관측하며 SK하이닉스 등의 이익이 증가를 견인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자 SK하이닉스 주가는 2.81% 상승하며 장을 마쳤다.
업계에서는 주가가 당장 경영 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주가 등락에 대해 경영진이 책임감을 갖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가는 미래 가치에 대한 반영이기 때문에 시장 분위기 등을 파악하는 참고자료 중 하나로 활용하고 있다"면서도 "투자자나 애널리스트 등 자본 시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오해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바로 잡으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반도체 실적이 좋을 때 주가가 크게 오르지 않았던 것을 보면 기업가치와 주가가 직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주가가 경영 판단에 즉시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회사에 투자해준 분들에 대해서 경영진이 책임감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고 결국 호실적 등을 통해서 정면대응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가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삼성전자 경영진은 보다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삼성전자에서 반도체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의 수장인 전영현 부회장은 지난 25일 자사주 5천주를 주당 6만2700원(총 3억1350만원)에 사들였다. 이정배 메모리사업부 사장도 주당 6만3100원에 3천주(1억8930만원)를,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은 주당 6만2700원에 2천주(1억2540만원)를 각각 매입했다. 남석우 제조&기술담당 사장도 주당 6만2300원에 2천주(1억2460만원)를, 송재혁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반도체연구소장은 주당 6만2900원에 2천주(1억2580만원)를 매수했다.
삼성전자 경영진의 이런 행보는 주가 방어와 책임경영 차원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