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내년 1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갑론을박이 한창인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이 시행을 3년 정도 유예하자고 공식 제안했습니다.
당 지도부인 최고위원이 공개적으로 금투세 유예론을 꺼낸 것은 이언주 최고위원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최고위원은 전날 SNS를 통해 "증시부양개혁과 3단계 해법(금투세유예→증시개선→증시상승 후 고수익 과세)으로 5대 목표(경제개혁·증시상승·개미지원·조세정의·세수증대)를 달성하자"며 "금투세 시행을 3년 정도 유예해 증시개혁과 부양의 검증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상법개정과 한국형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를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며 "코스피 4천 등 목표에 달성한 뒤 금투세 실시에 들어가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향후 시행될 금투세는 '주식투자 고수익자 과세법(가령 1억 이상 투자의 일정 이상 수익에 대한 과세)'으로 명칭, 성격, 대상을 명료히 해야 한다"며 "국내주식기본공제 확대, 건보료산정 제외 등 추가적 보완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폐지론을 주장하는 여당을 겨냥해서는 "발의자가 폐지를 주장하는 추경호식 몰염치나 대안 없이 폐지를 주장하는 한동훈식 무개념은 지성적 태도가 아니"라며 "폐지론은 조세정의 포기이며, 재명세를 운운하는 악의적 프레임을 의도한 질 낮은 정치공세"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금융투자소득세가 뭐길래?
연합뉴스금투세는 주식과 펀드 등 금융투자로 얻은 이익이 5천만원이 넘을 경우 초과 액수에 대해 22~27.5%의 세율로 매기는 세금을 뜻합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주식을 거래할 때 증권거래세를 부과하는 대신, 매매차익(양도차익)에 대해서는 사실상 세금을 매기지 않고 있습니다. 1970년대 아직 낙후했던 국내 자본시장에서 투자를 장려하자는 취지로 고안된 세제 구조입니다.
증권거래세는 주식으로 손해를 봐도 매도 시 무조건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부당 과세의 소지가 크다는 점 등이 문제로 꼽혀 왔습니다. 증권거래세는 단계적 인하를 거쳐 폐지하는 동시에, 금융투자로 얻은 수익에 세금을 매겨야 한다는 원칙 아래 추진된 세제가 바로 금투세입니다.
당초 금투세는 2020년 여야 합의로 관련 법안이 통과돼 지난해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와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 탓에 시행이 내년 1월로 2년간 미뤄졌습니다. 유예 시한이 몇 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부·여당이 금투세를 아예 폐지하자는 공세에 나서고 민주당 안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면서 금융시장은 말 그대로 '혼돈의 도가니'입니다.
찬성 측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소득·자산 재분배 기능 강화 필요"
연합뉴스금투세를 예정대로 시행하자는 측의 주장은 '조세 정의'가 핵심 논거입니다.
국세청 차장 출신인 임광현 민주당 의원은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금투소득세와 금융시장 건전성 강화를 위한 연속세미나'에서 "금융투자소득세는 양도소득세처럼 소득에 과세하는 것"이라며 "금융투자소득세가 무조건 차익이 났다고 과세되는 것이 아니고 막대한 차익을 얻으면서 세금 한 푼도 안내는 문제들에 대해 조세개혁을 이루겠다는 것이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8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다수 소액 투자자들은 아무런 세금 부담 없이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어 간편해진다"면서 "이게 무슨 국민 다수의 이익을 해치는 것처럼 얘기하고 있으니까 억지 선동이고 거짓 선동"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진 정책위의장은 지난 11일 SNS를 통해서도 "우리 사회에서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 빈부의 격차가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조세의 소득 재분배, 자산 재분배 기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세금을 내야 하고 또 낼만한 이들에게 과세하는 것이 시장을 더 후진적으로 만드는 것인가"라고 반문했습니다.
해외 사례를 보면 이미 미국과 일본 등 다수의 선진국에서는 금투세와 유사한 과세체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비과세 한도 연간 3천달러를 초과하는 자본 이익을 일반 소득과 합산해 10~37%의 세율로 종합 과세하고 있습니다. 일본도 자본 이익에 20%가량을 과세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증권거래세에서 양도소득세로 전환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밖에 영국과 독일도 주식의 자본 이익에 세금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유예 측 "지금은 국민의 투자 손실 우려…나중에 도입해도 늦지 않아"
연합뉴스금투세가 필요하지만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1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회담에서 "대한민국 주식시장이 비정상이기 때문에 세계 대부분 국가들이 갖고 있는 금투세를 지금 적용하면 안 그래도 비정상인 대한민국 주식시장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금투세를 일정 기간 대폭 완화해서 시행하는 방안도 한 번 검토하고 논의해 보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도 지난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현재 국내 증시 상황과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금투세를 무리하게 시행할 경우 주식시장에 참여한 1400만명 국민 다수의 투자 손실 우려 등 심리적 부담이 가중된다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며 "우리 증시가 더욱 안정화·선진화하고 제대로 평가받아서 매력적인 시장이 된 후에 금투세를 도입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금투세를 '도로 통행세'로 비유했습니다. 이 의원은 "현재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엉망이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며 "도로에 아스팔트 포장은 하고 통행세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무리하게 주식 양도소득세를 도입하려다 주가 급락 등으로 무산된 전례도 있습니다.
앞서 대만은 지난 1989년 주식의 양도차익에 대해 최대 50% 세율의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가 주가가 36% 급락하자 이듬해 이를 철회했습니다.
대만은 2013년에도 금투세 법안을 재차 통과시켰지만, 증시가 7% 이상 급락하며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2016년 다시 백지화했습니다.
반대 측 "구태의연한 부자 감세 논란…우리 증시 위해서 폐지해야"
연합뉴스금투세 폐지론은 올해 1월 윤석열 대통령이 금투세 폐지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대두됐습니다. 윤 대통령은 2024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구태의연한 부자 감세 논란을 넘어 국민과 투자자, 우리 증시의 장기적 상생을 위해야 한다"며 폐지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지난 9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금투세 폐지와 관련해 "연초부터 폐지 방침을 밝히고 세법개정안을 제출해 추진 중이나 시행 넉 달이 채 안 남은 현재까지도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조속히 논의돼 시장이 원하는 방향으로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같은 날 한동훈 대표도 "금투세 폐지는 반드시 해야 한다. 국내 증시를 버린다는 메시지를 다수당인 민주당이 줘서는 안 된다"며 여야 공동 금투세 토론회를 거듭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2025년 1월 1일 시행될 예정인 금투세는 정치권 논의에 따라 보완 후 시행, 유예, 폐지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렇다면 '금투세'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자세한 의견은 댓글로도 환영합니다.
※투표 참여는 노컷뉴스 홈페이지에서 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