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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긴 터널'에 갇힌 서민들…'대타협 기구'로 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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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9-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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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 이중구조가 불러온 소득 양극화 '심각'
'동일노동 동일임금' 위한 다양한 노력들…법제화는 실패
"대타협 기구 만들어 서민 살려낼 정책 실행해야"

연합뉴스연합뉴스
지난 29일 통계청이 '2분기 가계동향'을 발표했다. 2분기 소득 최상위층의 소득 증가율이 전 구간에서 가장 컸다.

이에 따라 소득 최하위와 최상위 간 소득 격차는 더 커졌다. 소득양극화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채, 지속적으로 늘어가고 만 있는 형국이다.

해외 유수의 언론들과 OECD에서 지적하듯,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로부터 시작된 우리나라의 소득양극화는 '사교육 투자 열풍'을 불렀고, 교육·취업이 집중된 수도권 쏠림 현상을 일으켰다.

이로인해 수도권 집값이 급등하며 청년들은 결혼 등 가족 형성에 심각한 재정 장벽을 마주하게 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불러온 소득 양극화 '심각'

노동시장 이중구조란 노동시장이 임금, 일자리 안정성 등 근로조건에서 질적 차이가 있는 두 개의 시장으로 나뉘어 있다는 것을 말한다.

1차 노동시장은 일반적으로 공기업과 대기업 정규직, 공무원 등이 포함되고, 2차 노동시장에는 이를 제외한 중소 및 영세기업, 비정규직 일자리가 해당된다. 대개 임금 근로자의 10% 정도만 1차 노동시장에 종사하고 90%의 근로자는 2차 노동시장에서 일하고 있다.

문제는 두 노동시장 간의 임금 등 근로조건 격차가 두배 이상으로 벌어졌고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즉, 노동시장 이중구조로 인한 소득양극화는 우리 사회 모든 문제의 시작점이자 결절점이 되었다.

1980년대 이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격차가 크게 벌어지기 시작했다. 대기업들은 상품시장에서 독과점 지위를 확보해 갔으며, 이들의 수직계열화 및 협력회사 시스템 구축으로 많은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에 납품하는 하청기업으로 전락해 갔다.

중소기업이 기술 개발과 원가 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높여도 '납품단가 후려치기'와 같은 대기업들의 불공정거래 행위들로 인해, 중소기업은 투자 의지가 꺾이고 성장도 제약을 받으면서, 근로자에게 더 좋은 근로조건을 제공할 기반은 멀어지고 하루하루를 버텨내기 바빠진 것이다.

이러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생산성 격차는 확대됐고, 여기에 근로자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노동조합도 대기업 위주로 결성된 점이 그 격차를 계속 벌어지게 만든 큰 요인 중 하나가 되었다.

이러한 상황과 격차가 고착화되면서 노동시장 이중구조라는 말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위한 다양한 노력들…법제화는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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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소득은 일하여 얻은 근로소득이나 사업을 하여 얻은 사업소득, 집세, 토지세, 이자, 배당금 따위의 재산소득 등이 합쳐진 구조로 형성된다. 이중 서민들에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당연히 근로소득이다.

이러한 서민들의 소득을 높이는데 가장 큰 장벽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이다. 이 문제는 개인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이러한 소득양극화를 부르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풀어낼 해법은 없는 것일까?

다행히도 우리 사회에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많은 이들의 노력이 있어왔다. 다만 종합적 실행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뿐이다.

첫째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이고,
둘째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들의 상생과 이러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원·하청 체계의 개선 방안들이다.
셋째로 기본소득 같은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기점으로 보면, 민주당은 2008년 18대 총선에서 '비정규직 규모, 전체의 25%로 감축',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판단기준 마련', '무분별한 외주화 규제 강화'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후 총선 때마다 유사한 내용들을 공약화하였으나 법제화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김형동 의원, 보수정당 최초 '동일노동 동일임금' 발의

그리고 문재인 정부는 2017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ZERO'를 선언하며 대대적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정책의 확산 효과는 그리 크지 못했다.

그러던 중, 지난 2023년 5월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이 근로기준법에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규정한 법안을 대표발의 했다. 보수정당 최초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명시하는 법안을 발의 했다는 점과 근로기준법상 차별금지사유에 '고용형태'를 새롭게 포함시켰다는 점등으로 '진일보'한 법안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보수정권인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노리는 것은 대기업들이 계속 희망해 왔던 근속년수에 따라 임금이 올라가는 호봉제를 직무성과급제로 바꾸려는 것이다.
 
물론 어느 것이 더 옳은 것인지는 전 국민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외에도 동일가치노동에 대한 사회적 기준을 정해야 하고, 가급적 하향평준화는 지양해야 한다.

그리고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가 지적한 바와 같이, 개별 사업장 내의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국한되어서는 안되고, 사회적으로 확대되어 하청, 재하청, 분절 노동자들의 문제까지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대타협 기구 만들어 서민 살려낼 정책 실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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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들의 상생과 이러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원·하청 체계의 개선 방안들이 함께 만들어져야 한다.

이러한 대타협을 위해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각 노총과 사용자 단체, 이에 더해 시민사회단체 및 전문가 집단들이 참여하는 상시적 대타협 기구를 만들고 논의하여야 한다.

먼저 정부와 각 당이 내부에 전문 조직을 구성하여 대타협 기구를 만들기 위한 준비 조직을 마련해야 한다.

설사 당리당략이 개입된다 해도, 실행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 그리고 노동시장 이중구조로 인한 소득양극화를 해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이기에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동시에 기본소득 같은 지원금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대타협 기구가 만들어지지 않은 채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계속 확대될 것을 대비해야 하고, 설혹 이러한 기구가 만들어지고 협의가 진행된다 해도,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다양한 집단들의 이해관계가 상당한 충돌을 일으키며 매우 긴 시간이 소요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책에 사랑을 붓자. 이것이 어둡고 긴 터널에 갇혀 막막한 오늘을 살아내는 서민들의 불안과 한숨을 닦아줄 우리 사회의 막중한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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