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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반도체 '대어' M&A 나오는데…삼성 참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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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인수보다 스타트업 인수가 트랜드"
"M&A 매물 귀하고 나와도 과정도, 가격도 문제"

박종민 기자·연합뉴스박종민 기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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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들이 모바일·반도체 일부 사업부를 통매각하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삼성이 이런 M&A(인수.합병)전(戰)에 뛰어들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키아 모바일 네트워크 사업부·인텔 FPGA, M&A 시장에…삼성, 인수후보군으로 거론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핀란드 통신장비 제조사 노키아는 모바일 네트워크 사업부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를 포함한 일부 기업들이 해당 사업부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업부의 가치는 약 100억 달러(우리돈 약 13조3500억원)으로 분석된다.

다만 이런 보도와 관련해 노키아가 즉시 "기사에서 추정한 것과 관련해서 발표할 내용이 없으며 내부적으로도 프로젝트가 없다"고 공시했고, 노키아의 발 빠른 대응에 삼성전자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인텔도 지난 2015년 167억 달러(22조4300억원)에 인수했던 FPGA(프로그래밍이 가능한 반도체) 업체 '알테라'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인텔은 연초 알테라를 분사하고, 3년 내 IPO(기업공개)에 나서나는 계획이었지만 실적 악화에 따라 알테라를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유력한 인수 후보로 AMD, 마벨 테크놀로지 등이 거론되는데 삼성전자가 참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FPGA는 시스템 반도체의 한 종류다. 일반적인 시스템 반도체는 주어진 범위 내에서 제한적인 변경은 가능하지만 원하는 형태로 내부 회로를 변경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다시 반도체 제조사를 통해 설계를 변경해 반도체를 생산해야 한다. 하지만 FPGA는 회로를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어 AI(인공지능) 등 프로그램은 물론 반도체 장비, 데이터센터 등 수시로 업데이트가 되는 제품에서 활용도가 높다고 평가된다.

노키아의 모바일 네트워크 사업부와 알테라 인수 가능성에 대해 삼성은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지난 2016년 미국 '하만' 인수 이후 '빅딜'을 중단하고 '스몰딜'에만 주력해온 삼성이 기지개를 펼지 주목하고 있다.

2017년 이후 스몰딜 이어온 삼성, 빅딜 나설까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삼성전자가 2017년 이후 투자한 기업은 △동진쎄미켐 △솔브레인 △앨모티브(Almotive) △이노비움(Innovium) 등이고 투자지분율은 미미하다. 경영권 행사 목적보다 협업을 위한 단순 지분 투자로 분류된다.

삼성전자는 다만 지난달 세계 최고 수준의 지식 그래프(Knowledge Graph) 기술을 보유한 영국 스타트업 '옥스퍼드 시멘틱 테크놀로지스(Oxford Semantic Technologies)' 인수계약을 체결했고, 삼성전자 자회사인 삼성메디슨은 지난 5월 산부인과 초음파 진단 리포팅 기술을 갖춘 프랑스 AI(인공지능) 개발 스타트업 '소니오(Sonio)' 인수를 위한 주식 양수계약을 체결하는 등 '알짜 기술 스타트업' 인수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삼성전자의 최근 행보는 빅딜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한종희 부회장은 올해 초 CES 2024현장에서 "삼성의 리더십을 위한 대형 M&A가 올해는 계획이 나올 것으로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 부회장은 올 3월 주주 총회에서 "삼성전자의 M&A는 많은 부분 진척됐고 조만간 주주에게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하만 인수 이후 다시 M&A 시장 큰 손으로 나서는 것은 아닌지 주목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매물보다 중요한 건 가격…빅딜 시너지, 쉽진 않아"

하지만 최근 M&A 시장의 경향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의 빅딜 가능성에 회의적인 전망도 적지 않다.

한 재계 관계자는 "M&A는 매물 자체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가격"이라며 "빅딜은 협상 과정도 오래 걸리고 이런 기간 동안 핵심 인력들이 이탈하며 인수합병이 마무리된 후에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인력 들만 남아있는 경우도 많아서 최근 '빅딜'보다는 알짜 기술 기업을 인수하는 '스몰딜'이 트랜드처럼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빅딜이 사업 시너지로 이어지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는 점도 있다. 빅딜의 경우 조직 간 융합이 가장 큰 과제로 꼽힌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빅딜은 단독으로도 잘 운영되던 기업들이 합쳐지는 것인데 갖고 있던 기업 문화, 기존 경영진과의 융합이 쉬운 문제는 아니"라며 "인수.합병보다 단순 지분 투자를 통한 협업이 사업 면에서 훨씬 큰 시너지를 낸다고 판단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빅딜이 기업의 새로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21년 인텔로부터 낸드 플래시 사업부 '솔리다임'을 70억 달러(9조원)에 인수했지만, 이후 극심한 업황 악화로 고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기업용 e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솔리다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추가 자금 수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SK가 여러 곳에 투자하고 있는데 투자 시스템이 잘 작동하는지 철저하게 검증하고 제대로 된 투자인지 신중하게 검토하고 들어가야 한다"고 질책하며 솔리다임 인수로 인한 손실 등을 그 예로 들기로 했다.

"돈, 매물, 환경에 규제까지…M&A 고려 요소 더 늘어"

독과점을 우려한 주요국가 규제 당국의 움직임도 변수다. 2년 전 미국 엔비디아와 반도체 설계 전문업체인 영국 ARM의 합병은 영국과 미국, EU, 중국 경쟁 당국이 독과점 우려로 승인을 미루면서 엔비디아가 ARM 인수를 포기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익명을 원한 한 업계 관계자는 "M&A는 돈과 매물, 환경이라는 3박자가 맞아 떨어져야 하는데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빅딜은 어느 기업에게도 부담인 상황"이라며 "주요 산업에 대한 각국의 규제 기조가 점점 더 강경해지고 있는 등 M&A에 대한 기업들의 운신의 폭이 최근 10년 전과 비교해도 상당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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