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여고 세터 이수연. "배우 한소희님 만나려면 배구를 더 열심히 해야겠어요."서울 중앙여고에서 배구 유망주들을 육성하고 있는 김대민 코치는 3학년 세터 이수연의 운동 신경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이수연에게 새로운 기술을 알려주면, 이를 바로 습득해 실전에서도 능숙하게 활용한다는 것이다.
세터지만 177cm의 큰 키를 지녔고 왼손잡이인 데다, 남다른 운동 신경까지. 오는 3일 진행될 '2024-25시즌 한국배구연맹(KOVO) 여자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이수연이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다.
이수연은 지난달 29일 강원도 삼척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35회 CBS배 전국중고배구대회'에서 중앙여고의 우승을 이끌었다. 팀 내 에이스 전다빈, 188cm 미들 블로커 이지윤 등 공격수들을 고루 활용하며 팀을 대회 최정상에 올리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대회가 끝난 뒤 이수연은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후련하다"며 CBS배를 마친 기분을 전했다. 이어 "고등학생으로 주요 대회들이 끝났다. 3년 동안 많은 걸 배우고 성장했다"고 돌이켰다.
이수연은 팀 동료 전다빈과 함께 프로배구 신인 드래프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올해 드래프트에는 총 46명의 선수들이 지원서를 냈는데, 이중 세터 포지션은 9명이다. 그중에서도 이수연은 신장이 큰 편에 속한다. 9명의 세터 지원자 중 이수연보다 키가 큰 선수는 목포여상 김다은(178.2cm), 선명여고 최연진(178cm) 뿐이다.
세터가 키가 크면 코트 위 팀원들에게 보다 안정감을 줄 수 있다. 동료의 리시브가 흔들리더라도 단신 세터보다는 볼을 처리해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토스를 높은 위치에서 하다 보니, 상대 팀 블로커들에 혼란을 줄 수도 있다.
이수연도 자신의 이러한 장점을 잘 활용하려고 한다. 이수연은 "세터인데도 키가 큰 편이라 넘어갈 만한 공도 잘 잡아주는 경우가 많다"며 "다른 팀 세터들보다 미들 블로커를 더 다양하게 활용하는 것도 장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팀원을 독려하는 이수연(왼쪽에서 3번째). 또 다른 이수연의 장점은 왼손잡이라는 점이다. 왼손 세터들은 주로 사용하는 손을 네트와 가깝게 두는 경우가 많아서 공이 길게 오더라도 이를 쉽게 처리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김 코치도 "세터가 왼손잡이라는 점에서 오는 장점은 엄청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수연이는 우리나라에는 많지 않은 플레이 스타일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김 코치는 "또래에 비해서는 토스 웍이 월등히 좋다"며 "토스가 굉장히 빠른 편이다. 팀원들과 호흡만 잘 맞추면 좋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바라봤다. 그러면서 "배구 센스가 정말 뛰어난 선수"라면서 "분명히 성장 가능성이 큰 선수"라고 확언했다.
작년 드래프트에서는 중앙여고 출신 세터 이윤신(GS 칼텍스)이 전체 4순위로 프로 코트를 밟았다. 이윤신은 지난 시즌 GS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이며 신인왕 후보까지 올랐다.
같은 포지션인 이윤신을 보며 이수연도 느낀 점이 많았다. 이수연은 "(이)윤신 언니는 진짜 열심히 하던 선수였다"며 "끈기 있는 모습을 후배들 앞에서 많이 보여줬고, 볼 때마다 대단하다는 생각을 해서 그런 점을 배우려고 했다"고 돌아봤다.
득점 후 기뻐하는 이수연. 휴식 시간에는 주로 드라마를 보며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특히 이수연은 배우 한소희의 엄청난 팬이다. "한소희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한소희가 나온 작품은 거의 다 봤다"고 말할 정도.
이수연은 그러면서 "한소희를 만나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배구를 해서 좋은 선수가 돼야겠다"고 장난스레 각오를 밝혔다. 이어 "진짜로 만나게 된다면 눈물이 날 수도 있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