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성산로에서 발생한 땅 꺼짐 사고로 빠져버린 승용차가 크레인으로 옮겨지고 있다. 연합뉴스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성산로. 차량이 옆으로 빨려 들어가듯 빠진 싱크홀은 땅꺼짐 사고 발생 하루 만에 복구와 임시 포장이 완료된 상태였다.
사고 현장은 복구됐지만 달리는 차량들은 사고를 알고 있다는 듯 '임시 포장'이라는 표시를 유독 피해 다녔다.
29일 연희동 성산로에서 땅꺼짐 현상으로 차량이 싱크홀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한 지점은 임시 복구가 완료된 상황이다. 장규석 기자
그리고 사고 현장 바로 100m 뒤쪽에서는 또 다른 도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서울시 서부도로사업소가 이날 오전 순찰 도중 도로에 금이 가면서 단차가 발생한 침하 지점을 발견한 것이다.
3차로 중 2차로를 막고 진행되는 보강 공사로 성산로는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부터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대형 병원 인근인 탓에 환자를 싣고 달리는 구급차들은 버스전용차로로 바쁜 길을 재촉했고, 병목이 발생한 1차선을 통과하느라 차량들은 따가운 햇살 아래 긴 행렬을 이뤘다.
도로공사로 성산로 일대는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싱크홀 사고 현장에서 도로침하 복구공사 현장을 바라본 모습. 장규석 기자공사 현장에서는 네댓 명의 작업자들이 중장비를 이용해 10여m가량 도로를 파내고, 도로 아래 관로를 메우는 보수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날 발견한 도로 침하는 하수관로 문제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전날 2명의 부상자까지 낸 땅꺼짐 사고의 원인은 여전히 조사 중인 상태다.
현장에서 만난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도로 침하는 하수관로 문제로 보인다"면서도 "전날 발생한 땅꺼짐 현상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지만, 그 원인이 무엇인지는 다각도로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땅꺼짐 현상과 이날 도로 침하는 크게 관련이 없는 것으로 일단락되는 분위기지만, 지난 5월 서울시의 공동(지하 빈 공간) 조사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던 땅꺼짐이 갑자기 생긴 이유가 무엇인지 원인을 놓고 인근 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도로침하 현상이 발생한 지점에서 원인조사와 복구작업이 진행 중이다. 장규석 기자싱크홀 사고 발생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A씨는 "매일 다니는 길인데, 사고 피해자가 우리가 될 수도 있었다"며 "다치신 분들도 있고, 이틀 연속 도로 공사를 하고 있는 것을 보니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30년 넘게 연희동에서 살고 있다는 김모(83) 할머니는 "근처에 무슨 공사를 한다는 얘기가 들렸다. 꽤 시끄럽기도 했는데, 그것 때문인가 싶은 생각도 든다"며 "서울에서 이런 일이 생기는 게 말이 되느냐. 불안한게 당연하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서울시는 도로 침하 지점이 교통 통행량이 많은 지역임을 감안해 원인 조사와 임시 복구 공사를 최대한 빨리 마친다는 방침이다.
또 땅꺼짐 사고에 대해서는 현장 조사와 임시 복구를 마치고 사고 원인 분석을 진행 중이다. 시는 사고 원인을 파악하는 대로 재발 방지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