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지법. 구본호 기자온라인 게임 상에서 여성이 기분 나쁜 말을 하자 욕설과 성적 비하 발언이 담긴 메시지를 보내 벌금형을 선고받은 2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제1형사부(심현근 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 혐의로 기소된 A(25)씨에게 벌금 1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31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3월 16일 강원 원주시의 한 PC방에서 리그오브레전드 게임 내에서 만난 B(23·여)씨가 '벌레들 하이'라고 했다는 이유로 욕설과 비속어가 담긴 글을 써 성적 수치심과 혐오감을 느끼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두 사람은 서로 모르는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정에 선 A씨는 "온라인 게임 내에서 상대편으로 입장한 피해자가 기분 나쁜 인사 메시지를 보내 분노의 감정에서 보낸 것"이라며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사건을 살핀 1심 재판부는 "성적 욕망에는 성행위나 성관계를 직접 목적이나 전제로 하는 욕망 뿐 아니라 상대방을 성적으로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등 성적 수치심을 줌으로써 자신의 심리적 만족을 얻고자 하는 욕망도 포함된다"며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이어 "피고인은 피해자가 여성이라는 사실을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한 상태에서 피해자를 상대로 비정상적인 유사강간 행위를 하겠다는 식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써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줬다"며 "자신의 심리적 만족을 얻고자 하는 욕망이 포함돼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A씨는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이 없었다"며 1심 판결에 대해 사실오인과 법리오해를 이유로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과 피해자는 이 사건 게임에서 우연히 상대 팀으로 만난 사이며 피해자에게 화가 나 분노를 표출해 피해자에게 모욕감과 분노감 등을 유발해 통쾌함과 만족감 등을 느끼는 데에 주된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조롱이나 모욕 수준을 넘어 피해자를 상대로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위와 같이 말을 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어 보인다"고 판단했다.
심 부장판사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이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