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연임으로 출범한 '이재명 2기 지도부'가 당직 인선으로 진용을 갖춰가며 사실상 이 대표의 '대선 준비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당대회에서 85.4%라는 역대 최고 득표율로 당 대표에 당선된 만큼 이 대표 유일 체제에 의문을 품는 이들은 당내에 극소수에 불과한 모양새다.
그러나 2년 6개월 남은 대선까지 가깝게는 이 대표의 재판 1심 선고가 있고, 아울러 지방선거와 같은 변수들도 남아있어 언제든 민심에 따라 이 대표 체제가 흔들릴 가능성은 있다. 이 경우 당내 비주류가 이 대표에게 힘을 싣는 대신 '흔들기'에 나선다면 자칫 대선 전 당이 분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재명 2기', 대선 고려한 인선…"대권주자 무조건 지켜야"
22일 CBS노컷뉴스의 취재에 따르면 민주당 지도부 면면은 안정성과 정책 외연 확장에 방점을 둔 인선으로 평가된다. 당 대표 비서실장과 수석 대변인엔 관례보다 높은 재선과 3선 의원을 각각 임명했다. 기존 당직자의 '재임명' 비율도 높다. 당의 살림을 맡는 사무총장과, 정책 기조를 담당하는 정책위의장은 유임했다. 정책위에는 국세청, 기획재정부 출신 의원들을 배치, '세제 부담 완화' 등 이 대표가 대선을 위해 펴는 '중도 우클릭' 정책의 조타(操舵)를 맡게 했다.
하지만 계파색을 따졌을 땐 주요 당직에 '친명'(친이재명) 외에 다른 색깔은 없다는 평도 나온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명심'(이재명의 마음)과 이를 좇는 당심에 호소해 당선된 최고위원들도 강성 일색이다. '이재명 대통령'을 강조했던 이들은, 2기 지도부 출범 후에는 "윤석열 정권이 계엄령을 준비하고 있다"는 등 연일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명직 최고위원 자리가 남았지만 역시 이 대표의 대권가도를 고려해 계파 안배보다는 특정 세대나 지역, 산업군 등을 타깃으로 한 인물이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배경엔 이 대표가 현재로선 민주당의 유일한 대선 후보이면서 당을 자신과 '운명 공동체'로 끌고 가는 상황이 있다. 관련해 한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탄압에 맞서서 전쟁을 치르는 상황에 우리는 대선 주자인 이 대표를 무조건 지킬 수밖에 없다. 내부 총질할 때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명심 팔이'를 저격하다 최고위원 경선에서 떨어진 정봉주 전 의원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친명계는 이 대표에 반하는 목소리를 생존의 위협으로 느끼는 셈이다.
정치적 변수에 더 취약한 '일극체제'…1심 결과 따른 여론 향방 주목
윤창원 기자그런데 이 같은 '일극(一極) 체제'는 다극 체제에 비해 예상치 못한 정치적 변수가 발생할 경우 더 취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빠르게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위증교사 의혹 관련 재판 1심 선고가 오는 10월 예정돼 있다. 지난해 정국을 뒤흔든 검찰의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은 지지층을 더욱 결집시켰고 영장이 기각되며 결과적으로 이 대표에게 날개를 달아준 바 있다. 하지만 재판에서의 유·무죄 판단은 검찰 수사 단계와는 파급력이 다르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관련해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사법부가 무죄로 판단하면 큰 이견 없이 현 흐름대로 가는 것이지만, 만약 유죄가 나오면 당내에서도 정권 재창출을 위해 새로운 길을 찾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며 "사법부의 판단과 국민이 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작게나마 변화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비주류 세력이 위기 때 이 대표에게 힘을 실어줄지는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총선 과정에서 공천 파동을 겪으며 불거진 내부 갈등이 봉합되지 않았고, 이번 인사 때도 이런 부분이 크게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외 비이재명계 인사들은 최근 들어 결집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연말에는 복권(復權)이 결정된 친문계의 '적자(嫡子)'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귀국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18일 민주당 전당대회 영상 축사에서 강조한 당의 '확장 필요성'에 대한 시각도 여전히 갈리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지금 지지에 머무르지 말고 전국에서 고르게 지지받는 정당으로 확장하자"며 "확장을 가로막는 편협하고 배타적인 행태를 단호하게 배격하자"고 당부했다. 이는 당이 다양성을 되찾고 통합에 이르려면 여러 계파를 포용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하지만 대회장에서는 이에 대한 환호나 박수갈채보다 야유와 비판의 목소리가 더 크게 흘러나왔다는 사실도 눈여겨 봐야 할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