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원 기자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회담을 앞두고 양측의 줄다리기가 팽팽하다. 양측은 실무협의를 진행하기로 했지만, 생중계 여부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며 사흘째 만나지도 않고 있다.
한 대표는 이 대표와의 '대권 경쟁' 그림을,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바라보고 있어 서로의 입장부터 어긋나는 모양새다. 파열음이 커지면서 오는 25일 회담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실무협의 시작도 전 난항…사흘째 '신경전' 이어가
양 대표 측은 전날 대표 회담을 위한 실무협의에 들어가기로 했지만 끝내 만나지 못했다. 실무 관계자들은 "각자의 일정 때문에 시간을 맞추지 못했다"는 입장이지만, 생중계 논의에 대한 신경전이라는 게 정치권 시각이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 측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회담을 생중계로 하자는 건 정치적 협상 없이 말싸움만 하자는 것 아닌가"라며 회의적인 입장을 전했다.
샅바싸움은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 19일 한 대표 측이 돌연 생중계 형식으로 회담을 진행하고 싶다는 의중을 밝히자, 이 대표 측이 불쾌감을 표하면서다. 이 대표 측은 "생중계를 못 할 건 없다"면서도 본격적인 협상 전 언론을 통해 공개 제안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 때문에 비서실장 간 실무회동이 무산되는 등 신경전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날 선 반응도 오갔다. 한 대표는 21일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도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고 하지 않았나"라며 "(생중계를 통해) 논의 과정을 국민들이 보는 게 불쾌할 일이 아니고 오히려 좋은 일"이라고 다시 한번 제안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한 대표가) 회담이 아니라 대선 후보 TV토론 같은 걸 상상하신 게 아닌가 싶다"라며 "본질적이지 않은 지엽적인 문제를 연구 많이 하시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대권 구도 만드려는 韓, 영수회담 노리는 李…채상병 특검법 뇌관
양측의 입장이 어긋나는 근본적인 배경으로 한 대표와 이 대표, 윤 대통령의 '삼각관계' 구도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우선 한 대표 측은 이 대표와의 공개 회담을 통해 '일대일 경쟁' 구도를 굳히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공개 회담에서 이 대표와 정책 논의를 벌이면서 차기 대선 주자로서의 입지를 굳히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측근에 따르면, 한 대표는 이번 회담과 관련해 매우 의욕이 넘치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 대표는 전날 SNS를 통해 "이번 여야 대표 회담에서 민주당과 국민의 삶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하고 싶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반면 이 대표 측은 한 대표와의 회담보다 윤 대통령과 마주하는 영수회담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에게 근소한 차이로 졌던 이 대표 입장에서는 한 대표와는 체급이 맞지 않다고 여길 수도 있다. 이 대표의 비서실장인 이해식 의원은 회담 추진 전 "한 대표가 용산 대통령실과 상대적으로 독립된 수평적인 당정 관계를 끌고 갈 수 있는지 의구심이 있다"며 미심쩍어했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총선 민심으로 다수당을 점한 민주당이 '협치'라는 미명 아래 국민의힘에 끌려다니는 건 옳지 않다"라며 "중요한 건 대통령이고 대통령의 거부권 남발을 막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연합뉴스
결국 양측의 이해관계가 딱 맞아떨어지지 않으면서 협의에 속도가 붙지 않는 모양새다. 정치권에서는 이러다 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소장은 SBS라디오에서 "한 대표 측에서 회담을 뒤엎으려는 거 아니냐 생각이 좀 든다"고 해석했다.
회담 테이블에 앉더라도 채 상병 특검과 금투세 논의가 뇌관이다. 채 상병 특검의 경우 국민의힘 내에서 이견이 있어 한 대표가 전향적인 입장을 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자칫 친윤계와 친한계의 분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우원식 국회의장이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여야 합의를 이룰 때"라며 압박에 나선 상황이다. 반대로 금투세 논의는 이 대표 입장에서는 껄끄럽다. 이 대표는 금투세 완화 기조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당내에서는 반대 의견이 아직 상당하기 때문이다.
반면 이 대표의 최근 '우클릭' 행보를 고려할 때 일부 민생 법안에 대한 합의는 기대할 수 있지 않겠냐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 지도부 소속 한 의원은 "지난 연금개혁 때부터 이 대표는 민생과 관련해서는 과감한 결단을 내려왔다"라며 "채 상병 특검법 논의를 비롯해 회담이 어렵게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민생 법안의 경우 극적 합의를 이룰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