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풀베기 작업 중 벌 쏘임으로 인한 호흡곤란을 호소하다 사망한 노동자가 근무한 전남 해남군 해남읍의 한 폐교 현장. 독자 제공전남 해남의 한 폐교에서 풀베기 작업을 하던 50대가 벌 쏘임으로 추정되는 사고로 숨지는 일이 발생한 가운데 여름철 벌쏘임 안전사고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해남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1시 20분쯤 전남 해남군 해남읍의 한 폐교에서 풀을 베던 50대 A씨가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이날 해남군청이 발주한 풀베기 작업에 동원된 A씨는 함께 작업하던 동료에게 "벌에 등 부위가 쏘인 것 같다"고 호소하며 20여 분 가량 인근에서 휴식을 취했다. 이후 A씨는 "호흡이 어렵고 상태가 안 좋아지고 있다"고 말한 뒤 쓰러졌다. 소방당국이 도착했을 당시 심정지 상태였던 A씨는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벌쏘임 호소 이후 1시간여 뒤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비슷한 시각 함께 작업하던 B씨도 벌에 쏘이는 사고를 당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사고 현장 관계자는 "벌집의 위치가 땅 속에 있어 일반적이지 않았다"며 "보통 나무 위 등 지상에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벌집이 땅 속에 있어 확인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가 천식 등 기저질환과 함께 벌쏘임으로 인한 호흡곤란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하는 등 정확한 사망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전남소방본부 119 구조대원들이 벌집을 제거하고 있다. 전남소방본부 제공
여름철에 벌집 제거와 도심, 묘소 등에서 풀베기 작업이 한창 이뤄지는 만큼 벌쏘임 사고는 7~9월 사이에 급증한다. 또 이 기간은 야생벌들이 활발히 활동하는 시기와 맞물린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조상 묘에 벌초를 하면서 벌쏘임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커 예초기 사용 시 안전 장비 착용 등도 각별히 요구된다.
전남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남에서 지난 15일까지 총 324건의 벌쏘임 환자가 발생해 병원으로 이송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7월부터 발생한 건수만 전체 85% 이상을 차지했다. 2022년은 961건 중 817건, 지난해 451건 중 362건의 벌쏘임 사고가 7~9월 사이에 발생해 매해 80% 이상의 사고가 해당 기간에 집중된다.
벌쏘임으로 인한 사망사고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2022년 8월에 전남 완도와 고흥에서 2명이 사망했고, 지난해 7월에는 전남 고흥에서 1명이 벌 쏘임으로 인해 숨졌다.
산업안전보건법 등에는 예초기 사용이나 예방 수칙에 관해 규정하고 있지만 벌쏘임에 대해서는 특별히 안전 규정을 하고 있지 않다. 이에 혼자 야외 작업을 하는 경우 위급 상황에 신고하지 못하고 사망한 사례도 발생했다. 지난 2022년 10월 전북 익산에서는 시청 기간제근로자로 근무하던 60대 남성이 홀로 제초 작업 도중 말벌에 쏘여 직접 신고하다 의식을 잃고 쓰러진 채 발견돼 숨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추석 기간 벌초 도중 벌쏘임 사고 등을 미리 예방하기 위해서는 밝은색의 긴소매 옷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벌은 검고 어두운색 계열 옷에 공격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또 벌이 후각에 예민하기 때문에 야외 활동 시 벌을 자극하는 향수나 화장품, 스프레이 종류를 자제해야 한다.
또 이 기간 예초를 하는 경우 작업자는 안전 매뉴얼에 따라 '작업 보조 근로자'와 함께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벌집을 건드렸을 때는 머리 부위를 감싸고 신속하게 대피해야 한다. 만약 벌에 쏘였을 경우 벌침을 즉시 제거하고 쏘인 부위를 소독한 뒤 얼음주머니로 찜질해 통증을 완화해야 한다.
벌집의 위치가 다양한 곳에 분포할 수 있는 만큼 야외 활동 시에는 항상 주의가 필요하다. 전남소방본부 류충석 예방홍보팀장은 "처마 밑을 포함해 땅속에도 땅벌이 있을 수 있다"며 "벌에 쏘여 메스껍거나 구토, 호흡곤란이 유발되는 경우 알레르기 반응으로 인한 과민성 쇼크가 우려돼 즉시 119에 신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