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연합뉴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9일 중국을 방문한 베트남 권력서열 1위 또 럼 신임 공산당 서기장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간 운명공동체 건설을 심화하자며 러브콜을 보냈다. 중국은 럼 서기장이 미국 보다 중국을 먼저 방문한 것에 한껏 고무된 모습이다.
시 주석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회담에서 "럼 서기장이 총서기로 취임 후 첫 방문지로 중국을 택한 것은 양당·양국 관계를 고도로 중시한다는 것과 중국·베트남 관계의 높은 수준과 전략적 성격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럼 동지와 좋은 업무관계와 개인적 친분을 쌓아 양국간 운명공동체 건설을 더욱 심화하고 공고히 하고싶다"라며 "중국은 베트남을 주변국 외교의 우선순위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럼 서기장 역시 "국가 주석으로서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 것은 중국과의 관계 발전을 중시하는 베트남 당과 정부의 일관된 입장을 충분히 반영한 것"이라며 "중국은 베트남 외교정책의 최우선에 있다"고 화답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두 사람이 양자 회담을 마친 뒤 양국간 당교, 산업, 금융, 세관, 보건 등의 분양에서 다수의 협력 문건에 서명하는 것을 지켜봤다고 밝혔다. 또, 서명식 이후에도 소규모 다과회에서 양측간 주요 관심사를 논의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의 발언에도 언급된 것처럼 중국은 럼 서기장이 취임후 미국보다 중국을 먼저 찾은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럼 서기장은 다음달 미국을 방문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통신은 럼 서기장이 중국과 미국을 잇달아 방문하는 것은 미·중 양대 국가와 관계를 동시에 관리하기 위한 베트남의 유연한 외교 정책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베트남은 자국의 외교 정책을 '대나무 외교'라고 칭하고 있다. 2021년 응우옌 전 주석이 내세운 '대나무 외교'는 공산당 1당이 이끄는 공산주의 국가로서의 정체성은 유지하면서도 실리를 위해서는 서방국가들과도 협력하는 외교 노선을 의미한다.
현재 미국과 중국이 모두 베트남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데 미국 입장에서 베트남은 중국을 대체할 공급망으로서의 지위를 가지고 있는데다, 안보 측면에서도 미국이 공을 들이고 있는 인도.태평양에서의 세력 확장을 위한 핵심 지정학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중국 입장에서도 베트남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웃국가로의 지정학적 가치 뿐만 아니라, 같은 사회주의 체제를 채택하고 있는 몇 안되는 국가 가운데 하나이다.
'대나무 외교'를 내세우고 있는 베트남은 이런 양대 강국의 틈바구니 속에서 한쪽을 선택하기 보다는 양국 모두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경제적 실리는 빼먹는 '국익'의 관점에서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