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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스타 배출' 韓 사격, 물은 들어왔는데 어떻게 노 저어야 할까[파리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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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달 든 사격 선수들. 연합뉴스메달 든 사격 선수들. 연합뉴스
"사격을 사랑해 주세요."

2024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3개로 역대급 성과를 거둔 한국 사격 대표팀. 귀국 후 선수들 입에서는 이 말이 가장 먼저 나왔다.

사격 선수들은 이슈의 한 축을 담당했다. 은메달리스트 김예지(31·임실군청)는 특유의 시크한 표정과 사격 폼으로 전 세계를 뒤집었다. 테슬라 최고 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김예지를 SNS에서 두 차례나 언급할 정도.

반효진(16·대구체고)은 한국 올림픽 최연소 금메달리스트이자 역대 올림픽 여자 사격 최연소 우승자가 됐다. 한 조를 이룬 박하준(24·kt)-금지현(24·경기도청) 조는 우리 선수단 전체 1호 메달을 신고했다.

오예진(19·IBK 기업은행)과 양지인(21·한국체대)도 깜짝 금메달로 감동을 선사했다. '말년 병장' 조영재(25·국군체육부대)는 은빛 총성을 울렸음에도 병역 특례를 받지 않겠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선수들의 활약은 대중의 관심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대회 이후 "올림픽을 보고 사격에 큰 관심이 생겼다"며 체험장을 찾는 시민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이제 숙제는 모처럼 찾아온 사격에 대한 관심과 인기를 어떻게 유지하느냐다.

평일에도 사격장 찾는 시민들…"김예지 선수 멋있어서"


평일이지만 사격 체험장 모든 사로가 가득 차 있다. 이우섭 기자 평일이지만 사격 체험장 모든 사로가 가득 차 있다. 이우섭 기자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의 한 사격 체험장은 평일임에도 총을 쏴보기 위해 찾은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점주는 "확실히 올림픽 이후 체험장을 찾는 시민들이 늘었다"며 "같은 달을 기준으로 1.4배 이상 손님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체험장을 찾은 이유로 다수의 시민들이 '올림픽'을 꼽았다. 특히 초등학생 자녀들과 함께 방문한 학부모들이 눈에 띄었다.

경기 과천에서 12살 아들과 함께 온 구인영(44) 씨는 "김예지 선수 경기를 감명 깊게 봤다"며 "아이가 재능이 있을지 궁금해서 찾아왔다"고 방문 계기를 설명했다. 이어 "재능이 있다면 사격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아들 전이량(12) 군도 "올림픽을 재밌게 봐서 사격을 해보고 싶었다"며 즐거워했다.

서울 서대문에서 온 송명호(45) 씨도 "사격을 재밌게 봤다. 흥미가 생겨서 아들을 데리고 와봤다"고 했다. 사격의 매력에 대해서는 "몸싸움 없이 철저히 개인 기량으로 승부하는 종목이기 때문에 부모 입장에서는 안전하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아들이 재능만 있다면 지원해 줄 생각"이라고 전했다.

사격 체험 중인 전이량 군. 이우섭 기자사격 체험 중인 전이량 군. 이우섭 기자
올림픽에서 성과를 거둔 이후의 사격에 대한 관심 증가 추세는 통계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대한사격연맹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성적이 좋았던 2012 런던 대회 이후 2013년 사격 선수 등록 인원은 종전 3380명에서 3609명으로 크게 늘었다.

연맹 측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런던올림픽 때도 그렇고, 국제 대회 성적이 좋으면 이듬해 등록 선수가 늘어난다"고 밝혔다. "아무래도 부모들의 관심이 커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비인기, 비인기, 비인기'…관심 갈구했던 메달리스트들


선수들이 그토록 바라던 종목에 대한 관심이다. 사격 선수단은 지난 7일 대회를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사격에 대한 애정을 호소했다.

장갑석 감독은 "비인기 종목인 사격의 성과는 국민 여러분의 관심과 사랑이 있었던 덕분"이라며 고마워했다. 이어 "앞으로도 젊은 선수들이 보다 좋은 경기력을 보일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첨언했다.

김예지의 입에는 늘 사격에 대한 관심이 따라다녔다. 김예지는 "사격이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를 냈다. 여러분들이 사격을 사랑해 주실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세계적인 관심을 받은 데 대해서도 "일론 머스크님이 사격을 많이 알려주신 것 같아 감사하다"고 답했다.

반효진은 "사격이 비인기 종목이라서 이렇게까지 많은 분이 (공항까지) 찾아오실 줄 몰랐다"며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오예진은 "앞으로도 좋은 성적을 많이 낼 테니 끝까지 응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조영재는 "사격이 앞으로 인기 종목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사격 인기 유지? "TV 중계 필요", "국제 대회 중요"


2024 파리올림픽 사격 여자 10m 공기권총 시상식에서 금, 은메달을 획득한 오예진과(왼쪽) 김예지가 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2024 파리올림픽 사격 여자 10m 공기권총 시상식에서 금, 은메달을 획득한 오예진과(왼쪽) 김예지가 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모처럼 찾아온 기회다. 사격에 대한 관심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다.

우선 현장에서는 "대중을 위해 TV 중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IBK 기업은행 사격단 채근배 감독은 "사격 같은 비인기 종목은 아시안게임, 올림픽이 끝나면 홍보할 수 있는 기간이 거의 없다. 매스컴에서 관심을 갖는 것도 한 달 정도면 끝난다"고 토로했다.

이어 "조금만 더 예산을 들여서 국내 대회 결선만이라도 중계를 해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그런 식으로라도 일반인들이 계속 사격을 접하면 관심을 좀 끌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kt 사격단 관계자도 "일단 매체를 통해 눈에 보여야 국민들이 관심을 갖게 되는데, 인터넷 중계 자체도 잘 안되는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또 "사격뿐만 아니라 모든 비인기 종목들이 마찬가지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연맹 측도 경기 중계 문제에 대해 "늘 원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재작년부터 유튜브를 통해 전 종목 결선 경기를 중계하고 있다. 아직은 미진한 수준"이라고 전달했다. 이어 "종목이 대중에 노출되는 게 중요하다. TV 중계는 늘 원한다. 하지만 예산과 장비가 많이 들어가는 어려운 부분은 있다"고 털어놨다.

예산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점은 현장에서도 공감하는 바다. 채 감독은 "과거에 중계를 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예산이 많이 필요하니까 아무래도 이어지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kt 사격단 관계자도 "아쉬움이 크다. 하지만 방송사에서 시청률에 대한 문제를 고려할 테니 쉽지 않다는 것은 이해는 된다"고 공감했다.

숨을 고르는 반효진.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숨을 고르는 반효진.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더 많은 국제 대회에 출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kt 사격단 관계자는 "지금도 대회는 많이 나간다. 올해 다섯 대회 정도 출전한 걸로 파악된다"면서도 "더 나가면 선수들의 경쟁력도 더 높아지고, 관심도 지속적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연맹 측은 이에 대해서는 "올해 3월에 국가대표 선발전을 치렀다. 선수들은 5월부터 쿼터 대회 2개와 월드컵 3개에 출전했다. 작년보다는 많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선수들의 국제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공감했다.

올림픽 후 종목 홍보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도 알렸다. 연맹 관계자는 "올림픽 후 홍보 강화를 위해 이사회에 마케팅 규정을 상정할 예정"이라면서 "올림픽을 계기로 여러 사업을 구상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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