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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특검엔 '침묵' 복권엔 '공개 반대'…집토끼 노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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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김경수 복권에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
채 특검 추진엔 침묵…'尹과 차별화'이지만 '선택적'
尹과 각 세울건 뭉개고, 물밑 조율건은 '공개 충돌'
'尹은 트러블메이커, 韓은 뒷수습' 프레임 부각
세력 약한 韓, '집토끼' 주도권부터…전략적 행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열린 4선 의원과의 오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열린 4선 의원과의 오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복권(復權)을 단행한 가운데,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공개적으로 복권에 반대하는 모습을 보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통상 대통령의 인사·사면권 등에 여당이 반대 의견을 낼 때는, 야당과는 달리 비공개로 물밑에서 진행하기 때문이다. 일부 4선 중진들까지 힘을 보태는 등 여당의 이례적인 공개 반대 모습에 대통령실은 "사면권은 대통령 고유 권한"이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기도 했다.

반면 정작 한 대표는 취임 후 대통령실과 정면충돌할 것으로 예상됐던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 추진'에 대해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야권의 이른바 '더 센 특검법' 발의에도 별도의 여당안을 내놓거나 협상을 시도하려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통령과 각을 세울 것으로 기대됐던 사안에선 뭉개려는 조짐을 보이고, 비공개로 조율할 사안에선 오히려 공개적으로 충돌하는 모습을 연출한 셈이다.

이를 두고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나서되, 정면충돌은 피하면서 이른바 '집토끼' 즉 보수 지지층을 겨냥한 전략적 행보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통상 권력과의 차별화는 '산토끼', 즉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을 주 목적으로 하는데, 이는 정면충돌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윤 대통령 임기가 절반 이상 남은 상황에서 한 대표에겐 부담일 수 있다. 당내 세력이 없는 한 대표가 충돌은 최소화하는 선택적 차별화 전략으로 여권 지지층 내 주도권 확보부터 나섰다는 분석이다.

'반대하는 모양새' 김경수 복권, 남은 것은 분열·분란뿐

13일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을 앞두고 정치인 등 1219명에 대해 오는 15일자로 특별사면·감형·복권을 단행하는 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이른바 '드루킹' 일당과 함께 댓글 여론을 조작한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야권 인사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포함됐다. 김 전 지사는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을 확정받아 복역 중이던 2022년 12월 형기를 5개월 남기고 사면됐다. 다만, 당시 복권은 이뤄지지 않아 2027년 12월까지 공직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피선거권이 박탈된 상황이었다.

그러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알려진 바와 같이 (복권에) 공감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을 것 같다"면서도 "결정된 것이기에 제가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복권 반대 입장은 공개적으로 재차 강조하되, 확전은 피하는 모양새다.

앞서 한 대표는 정부가 김 전 지사를 복권 명단에 포함했고, 대통령의 재가 만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김 전 지사가) 민주주의 파괴 범죄에 반성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개 반대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대통령실, 정부와 충분히 물밑 소통이 가능한 여당 대표가 굳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힌 셈이다.

이에 대통령실은 즉각 "사면권은 대통령 고유 권한"이라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과거 한 대표가 여당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을 공개 비판한 것처럼, 역(逆)으로 대통령실이 이번엔 한 대표를 향해 '대통령의 고유 권한에 개입하지 말라'며 반박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여당 대표의 공개 반대는 복권 여부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더군다나 관철되지 못했을 경우를 대비한 '확전'도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한 대표는 복권 결정 이후 추가 언급을 자제했고, 한 대표에 힘을 실어줬던 일부 4선 중진 의원들도 "반대 의견은 전달하되 대통령 고유 권한이므로 결과에 토를 달지 않겠다"는 취지로 선을 그었다.

韓, '채 상병 특검' 엔 침묵…여권 지지층 노린 '선택적 차별화'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왼쪽)와 추경호 원내대표(가운데)가 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왼쪽)와 추경호 원내대표(가운데)가 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결국 대통령실의 변화는 이끌어내지 못하고 '반대하는 모양새'만 연출한 셈인데, 남은 것은 이로 인한 당내 분열·분란뿐이었다. 김 전 지사 복권에 당 서열 2위인 '친윤'(친윤석열) 추경호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통치 행위 속에 있는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그 결단을 우리가 함께 존중해야 한다"며 한 대표와는 온도차가 큰 답변을 내놨다.

당원들 사이의 분열 역시 극심해졌다. 김 전 지사 복권 이슈가 불거지고 한 대표가 공개 반대 의사를 표명한 뒤부터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는 윤 대통령에 대해 성토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대다수가 "윤 대통령이 당을 망치고 있다"는 취지다. 일부 당원들을 중심으로 "대통령이 문제를 일으키고, 한 대표는 이를 뒷수습한다"는 이른바 '한 대표 발목잡는 윤 대통령' 이미지가 확산하고 있다.

이를 두고 한 대표가 김 전 지사 복권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모습을 연출한 '노림수'는 보수 지지층 내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세력이 약한 한 대표는 대통령과 정면충돌은 피하면서도, 동시에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나서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선 여권 지지층에 어필할 수 있는 이슈만을 골라 '선택적 차별화'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특히 전당대회에서 '대표가 되면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을 먼저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던 한 대표가 정작 대표가 된 뒤 이에 침묵하는 점도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최근 발생한 '권익위 고위 간부 사망 사건'이나 '독립기념관장 인선' 논란에 대해서도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는 이유 또한 정면충돌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윤 대통령의 임기가 아직 절반 이상 남은 상황에서 차기 대권을 바라보는 한 대표가 조기 등판하게 된 태생적 한계에서 불거진 어쩔 수 없는 전략적 선택인 것으로 보인다. 먼저 당내 입지를 공고히 한 뒤, 추후 대통령의 힘이 빠지는 등 레임덕이 왔을 때 '더 센 차별화'를 통해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까지 나서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모양새가 차기 국가 지도자로서의 이미지 구축이나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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