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12월 6일 오후 4시쯤 강릉시 홍제동의 한 도로에서 A(60대)씨가 몰던 SUV 승용차가 도로 옆 지하통로에 빠지는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해 함께 타고 있던 12살 손자 도현 군이 숨지고, 할머니인 A씨가 다쳤다. 강릉소방서 제공지난 2022년 12월 강원 강릉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로 목숨을 잃은 고(故) 이도현(당시 12세) 군의 사고 책임소재를 가리기 위한 민사소송이 막판으로 치달으면서 유족과 제조사 양측 간 공방이 치열해지고 있다.
춘천지법 강릉지원 민사2부(박상준 부장판사)는 13일 도현이 가족(원고)이 차량 제조사인 KG모빌리티(피고. 이하 KGM)을 상대로 제기한 7억 6천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사건 여섯 번째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원고가 신청한 사실조회와 문서제출명령(브레이크등 회로도) 등을 놓고 공방이 오갔다.
우선 원고 측은 KGM에서 제출한 1쪽 분량의 '브레이크등 회로도'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KGM 측이 제출한 브레이크등 회로도에 대해 "전 차종에 적용되는 회로도"라고 주장하자, 원고 측은 "아무리 작은 회사라도 차종별로 회로도를 갖고 있지, 모든 차종에 적용되는 회로도는 하나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자료 전문을 제출하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이에 피고 측이 "자동차의 설계도 등은 영업비밀 측면이 강한 것인데 전체 문서를 내라고 하는 것은 곤란한 측면이 있다"고 입장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원고 측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판단해 제조사에 전문과 번역문을 제출할 것을 지시했다.
지난 4월 19일 실시한 급발진 의심사고 재연 시험을 지켜보고 있는 이상훈씨. 독자 제공
양측은 KGM 측 제안으로 지난 5월 10일 진행된 '추가 재연 시험'을 두고도 앞선 재판에서와 같이 상반된 입장을 고수했다. 원고 측은 당시 '5월 재연시험'이 원고 측 통보 없이 진행됐다며 절차상 문제를 제기했고, 피고 측은 원고 측 변호인의 '불참 의사'를 확인한 뒤 진행했다고 거듭 주장하며 재판부에 판단을 맡겼다.
이와 함께 원고 측은 "다른 소송에서도, 이번 소송에서도 제조사가 운전자에게 신의 경지에 이르는 수준의 운전을 요구하고 있다"며 "목숨을 건 사투를 해야 하는 급발진 상황의 모든 과정에서 정상적으로 주행하라고 요구하는 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으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피고 측은 "우리가 말하는 건 급발진 발생 이후를 상정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애당초 급발진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재판부는 운전자였던 도현이 할머니의 노동력 상실 정도를 평가하기 위한 신체 감정에 상당 기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해 그사이 여타 사실조회와 보완 감정을 진행하기로 했다. 원고 측은 KGM 측이 제출하는 추가 자료를 보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담당자와 KGM 직원 등에 대한 증인신문 요청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6월 18일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대국민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는 이상훈씨. 전영래 기자재판이 끝난 후 취재진을 만난 도현군 아버지 이상훈씨는 "지난해 소송을 제기한 이후 1년 7개월 동안 소송을 이어오면서 답답했던 것은 경제적 약자인 소비자가 모든 입증 책임을 져야한다는 현실"이라며 "현행법에서 요구하는 입증 책임을 다하기 위해 그동안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비자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입증을 다 했는데, 어떤 증명을 더 해야지만 진실이 규명되는지 모르겠다"며 "진실은 분명히 밝혀질 것이라 생각하고 앞으로 남은 소송을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
앞서 지난 2022년 12월 6일 오후 4시쯤 강릉시 홍제동의 한 도로에서 A(60대)씨가 몰던 SUV 승용차가 도로 옆 지하통로에 빠지는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해 함께 타고 있던 12살 손자 도현 군이 숨지고, 할머니인 A씨가 다쳤다.
A씨 가족이 급발진 사고를 주장하며 차량 제조사를 상대로 약 7억 6천만 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제기하면서 현재 사고의 책임 소재를 둘러싼 민사소송이 진행 중이다. 다음 변론기일은 오는 10월 22일 춘천지법 강릉지원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