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수개월간 쫓던 50대 지명수배자를 코앞에서 놓친 안일한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검찰수사관 일부는 흉기 인질극 범행이 거의 끝날 때쯤 포기한 듯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있고 일부는 치마 형태의 하의를 입고 있는 등 수배자를 적극적으로 붙잡을 의지가 있었냐는 비판이 따른다.
12일 CBS노컷뉴스가 확보한 영상 등을 보면 창원지방검찰청 소속 검찰수사관 4명은 지난 9일 오후 8시 37분쯤 지명수배자 A(50대)씨를 잡기 위해 경남 창원시 성산구 한 상가 건물 7층 모텔에 들이닥쳤다. 그런데 A씨는 갑자기 함께 있던 연인 B씨에게 흉기를 갖다 대며 인질극을 벌였다. 검찰수사관들은 당황한 듯 모텔 방 앞 복도에서 이를 멀뚱히 쳐다봤다고 한다.
그러다 A씨는 B씨의 팔을 잡고 수사관들 반대 방향으로 달아나 엘리베이터를 탔다. 수사관들도 이윽고 달려가 엘리베이터를 붙잡으며 대치상황이 벌어졌다. A씨는 30초간 흉기로 겁박하며 B씨를 데리고 비상구 계단으로 유유히 빠져나간 뒤 1층에서 택시를 타고 도주했다.
검찰 수사관들 중 1명이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지명수배자가 사라지는 걸 보고 있다. 독자 제공그러자 검찰수사관 1명은 포기한 듯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A씨가 도주하는 모습을 그대로 지켜봤고 또다른 수사관 1명은 긴 치마 형태의 하의를 입고 있어 뒤쫓기에도 불편해보이는 복장이었다. 이들 수사관들은 해당 모텔에 A씨가 투숙하고 있다는 정보를 알고 급습했기에 "문을 열라"고 하면 검거에 순응할 것이라고 착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A씨가 사기 등 혐의로 구속 재판을 받던 중 지난 1월 법원에서 3개월간 병 치료 목적으로 구속집행정지 허가를 받고 교도소로 복귀하지 않아 지명수배가 내려진 인물인 점, 게다가 강간 등 혐의로 복역한 것으로 알려져 중범죄 위험성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지 않은 검찰의 안이한 대응이란 비판이 나온다.
검찰수사관 1명이 치마 형태의 하의를 입고 있다. 독자 제공
30대 한 창원시민은 "영화를 보고 검찰 수사관들이 수사를 잘 할 것이라는 착각을 했던 것 같다"며 "그런데 현장 대응력이 이 정도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한 형사는 "건물 외곽에 인원을 배치하든 A씨와 B씨 둘을 미리 분리하든 붙잡기 위한 전략을 짰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법원에서 몸이 아파 구속집행정지 허가를 받은 인물이라는 점 등에서 경찰에 공조 요청 등을 하지 않으면서 대응을 했던 것 같다"며 "이런 부류와 달리 일반적으로 형을 선고받았음에도 도주하는 인물에 대해서는 검찰이 매뉴얼을 두고 철저하게 잡는다"라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A씨는 도주 후 이틀 뒤인 전날 오후 11시쯤 창원지검에 자진 출석했고 경찰에 인계돼 특수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그는 곧 구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