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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조종' 카카오 김범수 구속기소…"대기업이 시장질서 교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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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법 위반 혐의…2400억 동원해 시세조종
일부 SM 지분 미신고해 '5%룰' 피하려 함 혐의도
檢 "대기업이 시세조종으로 자본시장 질서 교란"
카카오 "혐의 부인 입장에 변화 없어"
"경영 공백 최소화할 것"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을 받는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 박종민 기자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을 받는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 박종민 기자
작년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경영권 확보전 국면에서 카카오가 우위를 점하기 위해 주가조작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사건의 정점으로 꼽히는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8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로써 작년 2월 금융감독당국에서 시작돼 검찰로 이어진 1년 6개월 간의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이번 사건을 "국내 굴지 IT 대기업의 이익 추구를 위한 시세조종 범죄"로 규정한 검찰은 김 위원장을 지시자로 지목하고, "(카카오가) 국내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를 상실시키고 질서를 심각하게 교란했다"고 지적했다.

검찰, 카카오도 함께 기소…"2400억 동원해 SM 시세조종"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제2부(장대규 부장검사)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김 위원장을 구속 기소했다고 이날 밝혔다. 에스엠 시세조종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홍은택 전 카카오 대표,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엔터) 대표 등 임원진 3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대표자나 임직원이 법인 업무와 관련해 위반 행위를 하면 법인에도 책임을 묻는 양벌규정으로 카카오엔터 법인도 함께 기소됐다. 해당 사건으로 김 위원장을 포함해 카카오 관계사 임원 총 6명과 카카오를 비롯한 법인 세 곳이 재판에 넘겨졌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16~17일, 27~28일 나흘에 걸쳐 하이브의 에스엠 주식 공개매수를 저지하기 위해 에스엠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 원보다 높게 고정하는 방식으로 시세조종을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 조사 결과 해당 기간 총 553회의 시세조종 매집이 이뤄졌으며 이에 동원된 금액은 약 2400억 원 규모였다. 이 가운데 약 1100억 원은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 명의로 에스엠 주식을 사들이는 데 동원됐다.

실제로 그해 2월 10일부터 3월 1일까지 진행된 하이브의 에스엠 공개매수 기간 중에 11만 원 안팎이었던 에스엠 주가가 13만 원선 위로 급등하면서 하이브는 에스엠 지분을 1%도 채 확보하지 못한 채 공개매수에 실패했다. 직후인 3월 말 카카오는 결국 에스엠 최대주주 자리를 꿰찼다.
 
김 위원장은 보유 지분이 5%를 넘으면 금융당국의 보고를 해야 하는 '5%룰'을 어긴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하이브의 공개매수 기간에 카카오, 카카오엔터, 원아시아파트너스가 한 몸으로서 보유하게 된 에스엠 합산 지분이 8.16%였으나, 5%룰을 피하기 위해 원아시아파트너스 보유분은 보고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카카오엔터 경영난 타개 위해 시세조종"…정점엔 김범수 위원장

 성남=황진환 기자성남=황진환 기자
수사팀은 카카오그룹이 계열사인 카카오엔터의 경영난을 개선하기 위해 에스엠 인수에 나섰지만 난항을 겪자 시세조종을 벌였다고 봤다.
 
카카오엔터는 2022년 자산이 2조 9248억 원이었지만 부채가 약 1조 5518억 원에 이르고, 당기순손실이 약 4380억 원에 달하는 등 경영난에 직면한 상황이었다. 이에 현금이 풍부하고 경영상황이 양호한 에스엠 인수에 나섰으나, 하이브가 에스엠을 시장가보다 높은 가격인 주당 12만 원으로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카카오그룹이 시세조종으로 저지하기로 결의하고 실행했다는 게 수사 결과다.
 
하이브에 대항한 공개매수로 적법하게 인수 경쟁을 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카카오가 범행을 택한 이유로는 당시 진행됐던 관련 가처분 소송이 제시됐다. 하이브의 공개매수 직전 카카오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고리로 에스엠과 신주 및 전환사채 인수 계약을 맺어 지분 약 9.05%를 값싸게 확보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수만 전 에스엠 총괄프로듀서가 이를 두고 '경영권 인수 목적의 계약으로 기존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한다'며 법원에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런 상황에서 하이브가 에스엠 공개매수에 나섰고, 카카오로선 곧바로 대항 공개매수에 나설 경우 인수 목적 노출로 가처분 소송에서 불리해져 결국 값싸게 확보한 지분을 포기하게 될 수 있어 은밀한 시세조종 방식의 대응을 택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이 같은 배경 위에서 범행이 계획적, 조직적으로 이뤄졌으며, 그 정점에는 김 위원장이 있다고 지목했다. 카카오그룹 임원들에게 '드러나지 않는 방법'으로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저지하고 에스엠을 인수할 것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 지시 하에 임원들은 사모펀드 운용사까지 끌어들여 시세조종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김 위원장이 범행 정점이라는 주요 근거 가운데 하나로는 내부자 증언도 꼽힌다. 이준호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은 앞선 배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배 대표가 브라이언(김범수 위원장)의 컨펌을 받았다고 얘기했다"고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인적 증거와 물적 증거를 전부 종합하고, 증거를 입증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김 위원장을) 구속 기소한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 임원들은 범행 후 수사에 대비해 하이브의 공개매수 저지 목적이 없었다고 입을 맞추고, 인수 관련 논의가 이뤄진 카카오워크 대화방을 삭제하는 등의 조직적인 증거 인멸도 시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대기업이 자본시장 질서 교란", 카카오 "혐의 부인 입장 여전"

 
검찰은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번 사건을 "국내 굴지의 IT 대기업의 이익 추구를 위한 시세조종 범죄"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국내 대기업도 시세조종을 통해 시장 정보를 왜곡해 공개매수를 실패시킬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줘 국내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를 상실시키고 질서를 심각하게 교란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에스엠 인수전과 그로 인한 주가 상승을 기대하며 일반 투자자들이 고가에 매수한 에스엠 주식은 현재 폭락해 투자자들에게도 큰 피해를 끼쳤다"고 부연했다.
 
카카오 측은 "향후 재판 과정에서 사실 관계를 성실히 소명하겠다"며 "정신아 CA협의체 공동의장을 중심으로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카카오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혐의를 부인하는 기존 입장에 큰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카카오의 에스엠 시세조종 의혹 수사는 지난해 2월 하이브가 금융감독원에 시세조종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그해 10월과 11월이 김 위원장 등 카카오 경영진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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