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16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한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2023에서 관람객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게임 산업에 국경이 점점 더 낮아지고 있다. 한국 게임사들도 해외 외연 확장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크래프톤은 '인도 드림'을 꿈꾸고 시장에 진출했다. 인도행 계획을 접고 중국·북미·유럽 시장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는 다른 게임사와 달리 크래프톤은 인도 시장에 투자를를 쏟아붓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도 게임시장 자체의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게임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는, 중동으로 가는 '교두보'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크래프톤 '인도 행보' 고비 넘어 정착…다른 게임사는?
텐센트와 손을 잡고 인도에 진출한 크래프톤은 지난 2017년 '배틀그라운드'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내놓았고, 연달아 히트하며 안정적으로 시장에 정착하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2020년 인도는 중국과 지정학적 갈등을 겪으며 텐센트를 견제했고, 결국 인도 정부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모바일 앱 시장에서 퇴출하기도 했다.
크래프톤은 '정면돌파'를 택했다. 2020년 11월 인도의 게임, e스포츠, IT 등 산업 발전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시장 확대를 위해 한국 게임사 최초로 인도 법인을 설립했다. 이듬해 7월 기존의 배틀그라운드를 현지화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BGMI)'를 직접 출시했다. 인도의 국민 게임으로 불리며 출시 1년여 만에 누적 이용자수 1억 명 돌파하고 현지 앱 매출 순위 1위를 달성했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외에도 인도 게임 시장에서 현재까지 추가로 모바일 게임 5개를 배포하고 있다.
배틀그라운드 대표 이미지. 블루홀 제공
다른 게임사들도 인도 시장에 뛰어들었다. 넷마블은 지난 2015년 인도를 포함한 글로벌작 '마블 퓨처파이트'와 '마블 퓨처 레볼루션'을 선보였다. '마블 퓨처 레볼루션'은 인도 애플 앱스토어 인기 순위 3위에 오르며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마블 퓨처 레볼루션'은 현재 서비스를 종료했고, '마블 퓨처파이트'의 인도 성적도 별도로 집계하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 2021년 11월 인도의 벤쳐캐피털(VC)가 운용하는 펀드에 300만 달러를 출자한 엔씨소프트 역시 이후에는 별도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인도 투자는 접은 상태다.
크래프톤은 꾸준히 인도 게임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인도 게임 시장에서 영향력을 더욱 끌어올리기 위해 인도 게임 스타트업 멘토링 프로그램 '크래프톤 인도 게이밍 인큐베이터'를 운영하고 있다. 인도 전역에서 200여 개 기업이 지원했으며, 엄격한 선발 과정을 거쳐 스타트업 2곳이 선정되기도 했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인도 시장에서 크래프톤에 견줄만한 게임사는 현재까지 없어 가장 큰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도 게임 시장 성장 가능성↑…중동으로의 '교두보'도 기대
전문가들은 일찌감치 인도로 진출해 게임 산업에 굳건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크래프톤에 주목하고 있다. 인터넷 보급과 디지털 전환에 따른 인도 시장의 급격한 성장세와 젊은층 위주의 소비력 증가로 앞으로 시장의 발전 가능성이 더 높아질 거라는 분석이다.
인도는 앞으로 7% 수준의 성장세를 유지하며 다양한 산업의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받는다. 젊은 층이 급증하고 있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인도의 20살 인구는 올해 2600만 명이다. 중국이 1600만 명임을 감안하면 젊은 인구 비중이 전 세계에서 압도적으로 높다. 특히 앞으로 1인당 소득이 증가하고, 대대적인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면서 인도 소비 시장은 2027년에 3위까지 오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도 게임시장 역시 전망이 밝다. 시장 조사 업체 니코 파트너스에 따르면 인도 게임 이용자는 2023년 4.5억 명에서 2028년에는 7.3억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게임 산업 규모도 2023년 8.5억 달러(약 1조 1695억 원)에서 5년 후인 2028년에는 22.2억 달러(약 3조 544억 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인도 시장 자체의 강세와 더불어 중동으로 가는 '교두보'가 될 수 있다는 점도 매력 포인트로 꼽힌다. 오는 2025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적극 개최 의사를 밝힌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제1회 올림픽 e스포츠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사우디를 e스포츠의 글로벌 허브로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인도 게임 시장의 중요한 강점은 인도가 소위 말하는 중동과 아프리카로 가는 '교두보'라는 점"이라면서 "특히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네트워크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건비 등을 고려했을 때 규모가 큰 게임 업계가 노려볼 수 있는 좋은 시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