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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된 팔공문화원 '새까만 곰팡이에 악취 진동'… 동구청은 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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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동구청 "문화원에서 얘기 안해 모르고 있었다"
"출장을 가도 수강하는 분들 힘들다 안했다"
문화원진흥법 "지자체, 문화원 지원 육성" 규정

침수된 팔공문화원 내부 모습. 침수된 지 오래돼서 곰팡이가 덕지덕지 피었다.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 이재기 기자 침수된 팔공문화원 내부 모습. 침수된지 오래돼서 곰팡이가 덕지덕지 피었다.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 이재기 기자 
팔공산의 우수한 문화를 유지보존하고 시민들이 향유하도록 도와주는 팔공문화원이 해마다 침수피해를 입고 있지만 문화원 관리책임자인 행정기관(대구동구청)은 이를 방치하고 있어 문화원을 찾는 시민들의 건강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지하 서고 겸 창고에 차오른 물이 장기간 방치되면서 내부 서고의 책들은 젖은 채 썩고 있고 유독성 곰팡이가 실내로 퍼져나가 악취가 진동하는 현장을 CBS노컷뉴스가 고발한다.

왼쪽부터 침수된 관리시설, 팔공문화원 지하실 출입구. 벽면에 곰팡이가 슬었고 물속에는 미생물과 부유물이 뒤섞여 비위생적이다. 지자체 관리시설이라고 믿기지 않는다. 이재기 기자왼쪽부터 침수된 관리시설, 팔공문화원 지하실 출입구. 벽면에 곰팡이가 슬었고 물속에는 미생물과 부유물이 뒤섞여 비위생적이다. 지자체 관리시설이라고 믿기지 않는다. 이재기 기자
5일 팔공문화원을 찾은 취재진은 문화원 지하 서고(30여평 규모)에 물이 가득찬 장면을 직접 목격하고 충격을 받았다. 지하층 건물 벽을 따라 배치된 책꽂이에 가득 꽂힌 책들은 그대로 방치되고 있고 아랫부분의 서적들은 오랜시간 동안 물에 잠긴 듯 부풀어 올라 있었다.
각종 집기와 통들이 지하실 바닥의 물위를 어지럽게 떠다니고 있고 매캐한 지하실 공기중에는 모기와 날파리 등 해충들이 득실거렸다. 특히 건물 지하층의 벽과 천장, 침수된 물품에는 검정색 곰팡이로 추정되는 유해 곰팡이들이 번식하고 있었다.

지하실에는 성인 무릎 높이까지 물이 들어차 직원들이 내부로 들어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우기만 되면 지하실에 물이 차는 일이 반복되고 직원들은 그때마다 물을 퍼내보지만 그것도 한 두번. 요즘 처럼 잦은 비에는 속수무책이다. 팔공문화원은 백안동에 있다(동구 팔공로 197길 25)

팔공문화원 정면에 배치된 표석. 이재기 기자 팔공문화원 정면에 배치된 표석. 이재기 기자 
사정이 이런데도 관할 행정기관인 동구청은 아예 손을 놓고 있다. 예산이 없다거나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등 예산타령만 하고 있다. 문제는 팔공문화원의 문화프로그램과 아카데미는 거의 365일 가동되고 여기에 참여하는 시민들이 매일 방문한다는 점이다.

기자는 팔공문화원 건물에 들어서는 순간 너무 심한 악취에 놀라 황급히 손으로 코를 가릴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왜 이런 것입니까?"라고 물었다. 팔공문화원 관계자는 "지하가 침수됐고 건물 여기저기에 곰팡이가 슬어 냄새가 1층으로 올라오는 겁니다. 냄새가 너무 심해 출근하자마자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문화원의 문을 모두 여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냄새는 지하실과 연결되는 1층 뿐아니라 각종 아카데미 강좌가 진행되는 2층 강의실로까지 타고 올라가 수업분위기도 말이 아닌 상황이다. 팔공문화원에는 현재 140~150명의 회원이 등록돼 있고 이 가운데 수십명은 여러가지 강좌를 정기적으로 수강하고 있다. 이 가운데 연세가 있는 이용자들은 독성 곰팡이에 노출되는게 걱정되는지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도 간간이 눈에 띈다.

8월 5일 팔공문화원 2층 강의실에서 수강생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이재기 기자8월 5일 팔공문화원 2층 강의실에서 수강생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이재기 기자
문화원 관리 책임이 행정기관인 구청에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지방문화원진흥법 상 지자체마다 1개씩 문화원을 두도록 돼 있고 해당 자치단체는 문화원 운영과 관련된 지원, 문화원 육성의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전국 232개 지자체 가운데 문화원을 운영 중인 곳이 230곳이다. 2곳에만 문화원이 없다. 법 제 3조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지방문화원을 지원ㆍ육성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문화원의 명칭도 대부분 지자체 이름을 따서 수성구면 '수성구문화원' 같은 식으로 짓는다. 동구의 경우는 동구문화원이 아니라 팔공문화원으로 명명됐는데 동구에서 팔공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고 팔공산을 제외하고 동구문화를 얘기하는 것이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대구 동구청도 팔공문화원에 지하 1층 지상 2층 200평(대지) 규모의 건물을 내주고 있고 쥐꼬리 운영경비도 대주고 있다. 이 건물은 과거 공산동사무소로 쓰이던 건물이다. 막상 팔공문화원을 방문해 보면 열악한 현실에 놀랄 수 밖에 없다.

구청이 건물 내주고 쥐꼬리 운영비를 쥐어 주지만 그외에는 아무 것도 지원하지 않는다. 운영이나 문화원이 진행하는 사업과 관련해 아무런 관심도 없다. 그저 방치해두고 있다. 최근들어서는 지난해 팔공산 일대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자 국립공원 쪽으로 책임을 돌리는 일도 비일비재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국립공원은 팔공산의 자연경관이나 문화재를 관리하는 곳이지 주민들과 접촉면을 가지고 문화를 창달하거나 저술활동을 하거나 각종 행사를 기획하는 일을 하는 곳은 명백히 아니다. 이런 일을 하라고 법에 정해진 문화원을 전국 기초지자체에 만들었지만 대구 동구청은 어쩐 일인지 아무런 관심도 없다.

동구청에 그 이유를 물었다.  구청 관계자는 "개선을 하려고 해도 예산 문제 때문에 사실 더 시급한 것이 많다. 예를들어 문화원 신축보다는 동사무소 신축이 더 급하다 그러나 그것도 예산이 부족해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번 물을 퍼내야 하는 문화원 측에서 "물을 퍼내야 해요 좀 지원해 주면 안될까요?"라고 하소연을 하면 "우리끼리 구청에서 한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구비와 시비 국비가 돼야 되요"라는 답변이 돌아온다고 한다.

법에 정해진 문화원 관리가 이 정도라면 구청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구청장이나 관리감독책임자인 상급기관에서는 무엇 때문에 왜 지자체 문화원이 방치되는 지 그것도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시설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는지 따져보고 그 책임소재까지 가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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